견고한 패션이란 바로 이런 것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작은 차이를 가진 견고한 옷을 만든다.” -디자이너 이정선

SFDF(삼성패션디자인펀드) 수상자 발표가 있던 날. 정욱준, 임상균과 함께 수상자가 된 디자이너 이정선의 옷을 눈앞에서 보았다. 독특한 절개와 디테일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모델리스트로 일했던 경력답게 견고한 옷을 만드는 그녀를 직접 만났다.

모델리스트(디자이너가 고안한 옷의 패턴을 만드는 사람)로 일했던 경력이 주는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
강점은 옷 전체의 느낌을 바꾸는 작은 패턴의 차이를 잘 아니까 옷의 퀄리티를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커머셜 브랜드에서 너무 오래 일한 뒤에 디자이너가 됐기 때문에 처음엔 디자인에 대한 제약이 많았다. 자꾸 ‘가능한’ 옷만 만들게 되는 거지. 런던에서 학교 다닐 때도 교수가 끊임없이 그것에 관한 코멘트를 줬다.

학교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졸업 컬렉션으로 해로즈(Harrods)상을 수상한 후 브랜드에서 경력을 쌓지 않고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한 것은 자신감의 표현으로 봐도 되나?
사실 처음엔 두 개의 문을 모두 열어뒀다. 실제로 몇몇 빅 브랜드에 지원도 했었고. 그런데 런던에서 센트럴 세인트 마틴 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주목을 받으면 BFC(British Fashion Council)에서 개인 브랜드를 론칭하라는 제안을 많이 해 온다. 특히 나는 졸업 작품이 해로즈 백화점에 바잉되면서 자연스레 내 브랜드를 시작하게 됐다. 옷을 팔려면 우선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하니까(웃음).

그토록 미니멀리즘에 집착하는 이유는 뭔가?
커머셜 브랜드에 오래 머물렀던 탓이다. ‘팔려야’ 하는 옷만 만들다가 이제 내가 ‘하고 싶은’ 옷을 만들려니까 태도가 달라진 거지. 늘 뭔가 붙이기만 하다가 그런 것을 다 떼고 나니 모두들 너무 심플하다는 거다. 그래서 떼지 않고 ‘감추기’ 시작했다.

프레젠테이션에서 당신의 옷을 보고 느낀 점은 한 가지였다. 가까이에서 들여다봐야 좋은 옷이구나! 하는 것. 그래서 내가 상을 받았을 때 말이 많았다. 모델들이 입고 휙 지나가는 캣워크에서는 절대로 안 보이는 디테일이니까.

감추는 것을 좋아하는 당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디테일이 있다면?
남성복의 디테일들을 너무너무 사랑한다. 언더 칼라에 펠트를 대거나 웨이스트 밴드를 덧붙이는 등 남성복에 사용되는 잘 안 보이는 요소들을 사용한다. 또 하나 포기 못하는 건 레이어링!

결국 디자이너란 특정한 이미지의 여성을 창조하는 일이 아닌가. 당신은 어떤 여성을 꿈꾸나?
그녀의 라이프스타일을 상상한다. 그녀는 시간 낭비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꾸준히 해온 사람이다. 자기의 힘으로 지금의 위치에 올라온 사람. 화려하지 않고 우아한 사람.

컬러에 대한 편견이 있나?
안전한 컬러를 주로 사용해서 물어본 거라면 글쎄, 꼭 그렇진 않다. 비비드 컬러를 쓸 때가 언젠가는 오겠지?(웃음)

디자인을 하다가 벽에 부딪힐 때 찾게 되는 것은?
누군가를 찾아가는 ‘상상’을 한다. 루이스 윌슨(센트럴 세인트 마틴 석사 과정 책임 교수. 학생들에게는 존경과 두려움의 대상으로 유명하다). ‘이걸 들고 그녀 앞에 갔을 때 그녀는 뭐라고 할까?’ 하고 상상한다. 결국 나도 알고 있는 답인 거지. 대부분 욕하며 작업물을 집어 던질 거라 예상하지만(웃음).

한동안 런던에 머물 예정인가?
이제 막 문이 열렸으니 그래야겠지. 다음 시즌에는 런던에서 살롱 쇼를 선보일 예정이다.

1 런던에 있는 이정선의 작업실.
2 해로즈(Harrods) 백화점 쇼윈도에 전시된 이정선의 졸업쇼 의상들.
3 런던 컬렉션 기간 중에 열린 뉴젠(Newgen) 프리젠테이션.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1월호를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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