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언택트 시대 패션쇼의 정답! 샤넬의 2021 S/S 컬렉션

변화는 크게 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쇼는 멈추지 않았다. 온오프라인으로 공개된 샤넬 2021 S/S 컬렉션은 일상을 깨우고 영화 같은 삶을 살라고 말한다.

BYELLE2020.10.28
 

그랑 팔레에서 펼쳐진 쇼

패션 위크가 시작됐다.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된 2021 S/S 패션 위크 기간 중 가장 관심이 집중된 쇼는 파리에서 열린 샤넬 쇼. 그랑 팔레를 다양하게 변신시키며 파리 패션위크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샤넬은 12월 복원을 앞두고 그곳에서 당분간 없을 쇼를 진행했다. 팬데믹 상황 속에서 온라인으로 동시 진행된 쇼 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한 곳은 사무실 책상 앞 모니터. 예전 같으면 분주한 쇼장 입구를 지나 호텔에 도착한 인비테이션을 들고 배정된 자리를 찾았겠지만, 이번엔 사무실에 앉아 라이브로 진행되는 쇼가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그것도 각자의 프런트로에서 말이다. ‘지금 백스테이지는 1분 1초를 다투겠구나’라는 생각조차 현장에 있는 기분이 들게 했다. 해가 환하게 드는 그랑 팔레의 쇼장은 사무실로 도착한 인비테이션 속 ‘CHANEL’ 로고를 크게 키워놓은 듯한 구조물이 설치됐고, 그 사이로 티저 영상에 출연했던 모델 리안 반 롬페이와 미카 아르가나즈, 루이즈 드 셰비니가 필름 속의 룩을 입고 순서대로 등장했다. 그랑 팔레를 가득 메웠던 이전의 쇼와는 달리 최소한의 인원이 거리를 두고 앉은 관객석을 바라보며 모델들은 규칙 없이 걸었다. “레드 카펫에서 포토 콜에 포즈를 취하는 배우들을 상상했어요. 바리케이드 뒤에는 그들의 팬이 기다리고 있고, 포토그래퍼들이 배우들의 이름을 부르면 의상에 어울리지 않게 약간 산만한 표정을 짓는 생동감 넘치는 현장 말이죠.” 버지니 비아르의 유쾌한 발상은 쇼에 그대로 드러났다. 드라마틱한 깃털 장식의 드레스와 네온사인이 프린트된 룩, 로브처럼 연출한 니트 룩을 입은 모델들이 좁고 긴 런웨이를 캣워크처럼 걷는 것이 아니라 레드 카펫을 걷듯 넓은 폭으로 만들어진 무대를 배우처럼 무심하게 걸었으니까. 영화 안팎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 건 이뿐 아니다. 티셔츠엔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카운트다운 장면으로 샤넬을 상징하는 숫자 ‘5’가 프린트되는가 하면 메이크업 박스 같은 퀼팅 백, 클리비지를 따라 우아하게 연출한 진주 목걸이, 고혹적인 베일 등 액세서리가 환상을 더하며 쇼를 고조시켰다. 쇼가 막바지에 다다랐을 무렵, 70벌의 룩이 모두 모습을 드러내고 커튼 콜처럼 모델들이 피날레에 등장했다. 시퀸 드레스를 입고 파티에 참석한 우아한 상류층 여인, 상념에 잠긴 듯 크로셰 룩을 입고 해변을 걷는 소녀, 실용적인 버뮤다 쇼츠 룩을 입고 아침부터 바쁜 하루를 보냈을 커리어 우먼 등 각자의 역할을 끝낸 배우들이 줄지어 등장했다. 이전에도 가브리엘 샤넬과 칼 라거펠트가 영화의상을 제작하거나 영감을 받아 컬렉션으로 올린 적 있지만, 버지니 비아르는 그들의 방식을 따르지 않고 캐릭터들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를 현실에서 벗어나게 만든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2021 S/S 쇼를 보여준 그녀의 방식은 1950년대 프랑스에서 펼쳐진 누벨바그 운동을 연상시킨다. 장 뤽 고다르, 에릭 로메르처럼 전통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낸 감독들. 그들이 유럽과 할리우드에 작가주의 영화를 펼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한 것처럼 그녀 역시 달라진 흐름 속에서 자신의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보다 훨씬 작은 규모로 열린 샤넬 쇼.

이전보다 훨씬 작은 규모로 열린 샤넬 쇼.

그랑팔레 한쪽에 마련된 포토 월에 선 릴리 로즈 뎁.

그랑팔레 한쪽에 마련된 포토 월에 선 릴리 로즈 뎁.

트위드 수트를 입고 거리를 걷는 캠페인 속 모델 리안 반 롬페이.

트위드 수트를 입고 거리를 걷는 캠페인 속 모델 리안 반 롬페이.

티저 영상에선 전화받는 장면이 반복해서 연출됐다.

티저 영상에선 전화받는 장면이 반복해서 연출됐다.

디지털로 더 풍성해진 스토리

패션쇼 전후로 샤넬의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은 바쁘게 돌아갔다. 먼저 쇼가 시작되기 전, 이네즈 반 램스위어드와 비누드 마타딘이 만든 영상이 공개됐다. “라이트, 카메라, 액션!” 감독의 디렉션 소리와 함께 시작된 영상은 영화 촬영지가 즐비한 LA의 상징 ‘HOLLYWOOD’ 구조물을 연상시키는 ‘CHANEL’ 로고로 시작된다. 산 능선을 따라 빠르게 움직이는 카메라는 자크 딜레이의 영화 〈수영장 La Piscine〉으로 이어져 로미 슈나이더가 반복해서 수영장 신을 찍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 장면이 힌트를 준 걸까? ‘반복성’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이네즈와 비누드는 두 번째 티저 영상을 통해 3명의 모델이 서로 다른 룩을 입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플루이드 드레스, 트위드 수트, 와이드 팬츠 등 그녀들의 스타일은 편안하면서도 확고한 자신의 세계를 가진 모습이었다. 일상과 환상을 넘나들며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쇼의 주제인 ‘Actress’를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쇼를 본 셀럽들은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궁금증이 생길 때쯤 유튜브를 통해 쇼에 참석한 셀럽들의 인터뷰 영상이 공개됐다. 먼저 그랑 팔레에서 바네사 파라디와 쇼를 본 릴리 로즈 뎁이 쇼를 본 소감을 말했다. “과거와 현재의 별들이 만난 것 같았어요. 쇼를 보며 로미 슈나이더, 카트린 드뇌브, 안나 카리나의 재능과 스타일을 떠올렸죠.” 그녀 말대로 포토 콜을 촬영한 배우들이 자신처럼 걷고 포즈를 취하는 모델들과 마주한 순간이었다. 이전 같으면 차에서 내리면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쇼장에 들어갔을 크리스틴 스튜어트도 넥타이를 맨 중성적인 룩을 하고 LA에서 쇼를 본 소감을 전했다. “활동하는 여성을 위한 옷들이 가득했죠. 재킷과 티셔츠, 진이 필요한 여성들요. 전혀 공격적이지 않고, 우리가 사는 세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 같았어요.” 칼 라거펠트는 상상이나 했을까? 그랑 팔레를 동화처럼 한순간에 해변이나 자작나무 숲, 우주로 변신시키고 세계 곳곳의 친구들을 초대했던 쇼가 이런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지니 비아르는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로 온오프라인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새로운 방식의 쇼를 이어나갔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지금 이 시기를 크리스틴의 말처럼 적극적으로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티저로 공개했던 누벨바그 영화 속 주인공처럼 작은 환상이 더해진 옷을 입고 마스카라가 번지도록 울고, 시답지 않은 농담에 웃으면서 말이다.
 
블랙 룩에 무심하게 머리를 묶은 소설가 앤 베레스트.

블랙 룩에 무심하게 머리를 묶은 소설가 앤 베레스트.

캠페인 속 리틀 블랙 드레스를 입은 모델 루이즈 드 셰비니.

캠페인 속 리틀 블랙 드레스를 입은 모델 루이즈 드 셰비니.

가죽 재킷과 데님팬츠를 입고 포토월에 선 배우 조 아자니.

가죽 재킷과 데님팬츠를 입고 포토월에 선 배우 조 아자니.

1서울에서 쇼를 관람한 지드래곤.

1서울에서 쇼를 관람한 지드래곤.

1샤넬의 영원한 뮤즈, 바네사 파라디.

1샤넬의 영원한 뮤즈, 바네사 파라디.

1미니 드레스에 체인 네크리스를 더한 제니.

1미니 드레스에 체인 네크리스를 더한 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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