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색의 키친 아일랜드와 이은새 작가의 그림 ‘배반의 왈츠’가 어우러진 주방 공간. 새하안 벽 앞에는 헬무트 베츨러의 보핑거 체어가 놓여 있다.

집에 딸린 작은 뜰. 요즘 이곳에 텐트를 치고 아이와 함께 낮잠을 청하기도 한다.

가족의 중심이 되는 거실. 가장 오래 머무르며 각자 활동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아이의 키에 맞춰 단 허먼 밀러의 컬러플한 ‘행 잇 올’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물건들이 걸려 있다.

채도 높은 가구들의 틈새에는 나무 소재의 사물을 믹스매치했다.

전산 시스템의 푸른 선반 위로 같은 계열의 색채가 담긴 사진 작품을 걸었다.
자유롭고 리드미컬하게 변주되는 집
」걸어서 공원과 도서관에 닿을 수 있는,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 잡은 어느 아파트. 필로티 구조인 건물의 2층에 있는 이 집에는 아파트에서 보기 힘든 넉넉한 크기의 뜰이 있다. 외출이 자유롭지 못해 힘들었던 이번 봄과 여름을 우해미는 집에 딸린 뜰에서 보냈다. “남편과 함께 다섯 살짜리 아들을 키우고 있어요. 거실과 아들 방에서 연결되는 작은 뜰에 텐트를 치고 간이 수영장을 만들어 물놀이를 하고 선베드를 펴고 누워 책도 읽었어요. 유독 긴 장마에 뜰에서 놀지 못하는 날이 이어지면서는 집 한켠에 쌓여가는 보드게임의 종류가 늘어났죠(웃음).” 우해미는 자신이 유년기와 학창시절을 보냈기에 익숙하면서도 즐거운 추억이 있는 이곳에서 아이 역시 오랜 시간 성장하기를 바랐다. 질리지 않고, 아이의 성장과 가족의 취향 변화에 따라 변주하는 공간으로 완성하기 위해 벽지와 몰딩, 방문 등의 바탕은 모두 화이트 컬러로 마감했다. 여기에 가구와 소품으로 색을 더했다. 샛노란 신발장과 청록에 가까운 선명한 초록색의 주방 가구, 전산 시스템의 파란 책장과 아이의 알록달록한 장난감까지. 다채롭고 ‘쨍’한 색채들이 한데 어우러져 기분 좋은 에너지를 낸다. “색채는 풍부하지만 집 안에 둔 가구와 오브제의 수는 적은 편이에요. 재택근무로 생활과 업무 공간을 겸해왔는데 그러려면 꾸준히 불필요한 물건과 짐을 정리해야 했죠. 계속해서 필요한 물건만 들이는 습관을 들여왔어요. 단지 집의 미적인 부분을 위해 불필요한 자원을 낭비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죠.” 최근 우해미는 그림 한 점을 식탁 쪽의 벽에 걸었다. 작품을 보고 한눈에 반해 오래도록 갖고 싶던 가구 대신 들이게 됐다고. “제 취향을 알게 해준 소비였어요. 작품을 구입한다는 것은 저에게 자기만족인 동시에 동시대 작가의 지속 가능한 작업에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