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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웃어도 되나요 #에디터's_집썰

다행히 우리는 하우스 푸어가 되지 않았다.

BYELLE2020.10.05
 

정말 웃어도 되나요

“정말 사도 되는 거야? 우리 하우스 푸어 되는 거 아냐?” 때는 2013년 말.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빚 내서 집을 샀다가 이자 부담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늘며 ‘하우스 푸어’라는 신조어가 연일 뉴스를 장식하던 때다. 과거 강남 부동산 신화를 몸소 체감하신 시어머니는 ‘로또’까지는 아니라도 너희가 살 집을 구하는 거라면 지금이 기회라고, 서울 중심가의 새 아파트는 언젠가 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집 구입을 적극 설파하셨다. 그리하여 시작된 모델하우스 투어, 미분양 사례가 속출하던 때라 방문하는 곳마다 ‘양도세 면제’ ‘무상 옵션’을 내세우며 우리 부부의 발길을 붙들기 바빴다. 아무리 그래도 모아둔 돈도 별로 없는데 어떻게 수억 원짜리 집을 살 수 있는 건지. 내 머리로는 도저히 계산이 되지 않아 남편한테 연거푸 물었으나, ‘원래 집은 은행 돈으로 사는 거다’ ‘빚도 재산’이라는, 소시민의 딸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답이 돌아왔다.
그리하여 2년여 후, 나는 000역 근처 신축 아파트에 입주했다. 다행히 우리는 하우스 푸어가 되지 않았다. 어쩌면 로또에 맞았다는 말에 더 가까울지도. 현재 우리 집값은 구입 가격보다 2.5배가 올랐으니 대출금을 갚고도 10억 원이 족히 남는 금액이다. 택시를 타서 주소를 말하면 기사 아저씨가 “거기 많이 올랐죠”라고 묻는다. 친구들이 모이면 어김없이 나오는 부동산 얘기에 누군가는 “너는 성공했잖아”라고 말한다. 이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집을 방문한 적 있는 후배는 “그때 나도 샀어야 하는데” 하고 후회한다. 이럴 때마다 나는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어색해진다.  
서울 하늘 아래, 아이와 함께 맘 편히 먹고 잘 수 있는 ‘내 집’이 있다는 건 확실히 안정감을 준다. 시끌시끌한 부동산 뉴스를 볼 때마다 실로 운이 좋았다는 안도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15년 넘게 열정을 다해 일하면서 번 돈의 가치보다 얼렁뚱땅 구입한 이 집의 가치가 더 높다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아주 이상하게 느껴진다. 평생 허튼 낭비 없이 차곡차곡 저축하며 살아온 우리 부모님의 경기도 집(창을 통해 뒷산의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보다 흔하디흔한 시멘트 건물일 뿐인 이 집이 과연 더 값비싼 대우를 받을 만한 건지. 무엇보다 어떤 이들은 이렇게 대대손손 쉽게 재산을 증식하며 살아왔겠구나, 하는 자본주의 현실을 비로소 자각한 느낌이다. 내게 남은 질문은 앞으로 ‘집=재산=계급’의 논리에 본격 편승할 것인가, 아니면 저항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친구는 우리 애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학군이 좋은 곳으로 이사해야 하지 않겠냐고 묻는다. 누군가는 송파구나 용산구가 어떠냐고 묻는다. 나도 지금의 집이 평생 살 곳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어떻게 살지 혼란스러울 뿐이다.  
 
남편, 다섯 살짜리 아들과 살고 있는 워킹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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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편집부
  • 사진 김상곤
  • 일러스트 이유미
  • 디자인 김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