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 웃어도 되나요
」그리하여 2년여 후, 나는 000역 근처 신축 아파트에 입주했다. 다행히 우리는 하우스 푸어가 되지 않았다. 어쩌면 로또에 맞았다는 말에 더 가까울지도. 현재 우리 집값은 구입 가격보다 2.5배가 올랐으니 대출금을 갚고도 10억 원이 족히 남는 금액이다. 택시를 타서 주소를 말하면 기사 아저씨가 “거기 많이 올랐죠”라고 묻는다. 친구들이 모이면 어김없이 나오는 부동산 얘기에 누군가는 “너는 성공했잖아”라고 말한다. 이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집을 방문한 적 있는 후배는 “그때 나도 샀어야 하는데” 하고 후회한다. 이럴 때마다 나는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어색해진다.
서울 하늘 아래, 아이와 함께 맘 편히 먹고 잘 수 있는 ‘내 집’이 있다는 건 확실히 안정감을 준다. 시끌시끌한 부동산 뉴스를 볼 때마다 실로 운이 좋았다는 안도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15년 넘게 열정을 다해 일하면서 번 돈의 가치보다 얼렁뚱땅 구입한 이 집의 가치가 더 높다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아주 이상하게 느껴진다. 평생 허튼 낭비 없이 차곡차곡 저축하며 살아온 우리 부모님의 경기도 집(창을 통해 뒷산의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보다 흔하디흔한 시멘트 건물일 뿐인 이 집이 과연 더 값비싼 대우를 받을 만한 건지. 무엇보다 어떤 이들은 이렇게 대대손손 쉽게 재산을 증식하며 살아왔겠구나, 하는 자본주의 현실을 비로소 자각한 느낌이다. 내게 남은 질문은 앞으로 ‘집=재산=계급’의 논리에 본격 편승할 것인가, 아니면 저항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친구는 우리 애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학군이 좋은 곳으로 이사해야 하지 않겠냐고 묻는다. 누군가는 송파구나 용산구가 어떠냐고 묻는다. 나도 지금의 집이 평생 살 곳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어떻게 살지 혼란스러울 뿐이다.
남편, 다섯 살짜리 아들과 살고 있는 워킹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