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에 들어선 공간 중 가장 사람들의 입에 오른 건축물을 꼽자면 서촌 ‘브릭웰’이다. 브릭웰이 자리 잡은 백송터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만큼 크고 아름다운 백송이 있던 자리. 건축사 사무소 에스오에이(SoA)는 200년 가까이 한자리에서 도시의 역사를 지켜온 작은 쉼터의 공간성을 확장해 정원을 만들고, 그 위로 건물 전체를 관통하는 중정을 설계했다. 1층을 띄워 만든 필로티 하부의 정원은 숲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주고, 3층에서는 멀리 인왕산의 산세가 중정을 거쳐 실내로 돌아온다. 어제와 오늘, 안과 밖, 자연과 인간이 호응하는 아름다운 건축물. 우리는 주변 환경과 조화롭지 않고, 공간의 역사를 고려하지 않은 실패한 건축물을 숱하게 봐왔다. 브릭웰은 우리의 거리와 도시가 어떻게 변모하면 좋을지에 대한 참 좋은 힌트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