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뙤약볕 아래 뜨거워진 정수리와 달아오르는 붉은 두 뺨을 무엇으로 가라앉혀야 할까? 정답은 4년 전, 프랑스에서 보낸 한 달의 여름 속에 있다. 아침이 지나 낮 시간이 되면 프랑스 작은 마을의 하나뿐인 펍에 친구와 그들의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 야외 파라솔 그늘 아래 싸구려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몇 잔씩 들이켰던 '트위스트 Twist'! '이상하게 생겼네~ 빙빙 꼬였네~ 스크류바'가 떠오르는, 뭘까 싶은 생소한 이름.
프랑스에도 한국처럼 몇 년 전부터 맥주와 버거 바람이 불었다. 물론 이 때문에 친구들이 트위스트를 즐겨 마시게 된 것은 아니다. 훨씬 오래된 역사다.

에펠탑이 바라보이는 갤러리 라파예트 루프톱에 앉아 맥주를 즐기는 프랑스 여자들. ⓒGetty Images
맥주에 레몬 시럽을 넣은 맥주 칵테일을 트위스트라고 부른다. 프랑스에서 지낼 때는 물론 와인을 매일 식전과 식사 때 즐겨 마셨지만, 여름의 한낮에는 상큼하고 달달한 레몬 시럽을 섞은 맥주만 한 것이 없었다.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막걸리나 소주만 마시지는 않듯, 프랑스 사람이라고 늘 와인만 마시는 것은 아니다. 와인을 입에도 대지 않는 프랑스 친구도 있다. 그녀는 여름뿐만 아니라 가을, 겨울, 봄, 낮과 밤 할 것 없이 고된 하루 끝에 시원한 트위스트를 들이킨다.
특별한 레시피는 없다. 생맥주 한 컵에 원하는 만큼의 레몬 시럽은 부으면 끝! 아, 기다란 막대를 넣어 휘휘 젓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고 보면 복잡하고 정교한 과정이 없는 칵테일이라 여름에 제격인지 모른다.
뙤약볕 아래 달아오른 붉은 두 뺨이 트위스트로 좀 더 붉어질지 모르지만, 여름의 맛은 그런 거니까 그 자연스러움을 받아들이길. 이제 따가운 햇볕에 잘 익은 까만 팔을 가질 때다. 프랑스 여자들이 꿀맛 같은 휴가를 보내며 만들 구릿빛 피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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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렌치 패션, 리빙, 음악, 미술, 책... 지극히 프랑스적인 삶! 김모아의 '프랑스 여자처럼'은 매주 화요일 업데이트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