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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는 지금!

스물다섯,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뮤지션 이하이.

BYELLE2020.07.27
 
 퍼프 숄더 점프수트는 Mosch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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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적인 실루엣의 드레스는 Yohei Ohno by Adekuver. 화이트 스니커즈는 N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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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로럴 레이스 드레스는 4 Moncler Simone Ro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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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브라 패턴의 시퀸 드레스와 타이츠는 모두 8 Moncler Richard Quinn. 진주 이어링과 링은 모두 Dior.

지브라 패턴의 시퀸 드레스와 타이츠는 모두 8 Moncler Richard Quinn. 진주 이어링과 링은 모두 Dior.

오늘 우연찮게 안부를 주고받은 친구들에게 “나 지금 이하이 만나러 가는 길이야”라고 했더니 다들 “YG에서 나왔다며?” 하더라고요. 많은 사람이 소식을 알고 있어요. 그런 결정을 한 이유도 궁금해하고요 오래 고민했어요. 좋은 환경을 지닌 회사니까요. 좋은 작곡가들에게 좋은 곡도 받을 수 있고, 지원군이 많잖아요. 그런데 왜 10대 때 들어가서 어느새 20대 중반이 됐어요. 2년 전부터 계속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이 좋은 환경과 스태프 없이 새로 시작할 수 있을까? 더 늦기 전에 도전하자, 그래야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 
 
직장인으로 치면 대기업을 박차고 나온 거나 마찬가지죠 맞아요. 사실 저는 늘 현재에 충실하려고 해요.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가 어떻게 될까 고민하는 것보다 지금 할 수 있는 걸 열심히 하면서 내 선택을 따라가다 보면 어떤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 결정을 내렸을 땐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래서 그 마음을 따랐어요. 
 
새 소속사가 베일에 싸여 있어요. 싱글 앨범이 나올 거란 이야기도 들었고요 곧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거예요. 싱글 앨범은···. 저는 새로운 곡을 처음 만날 때, 내가 진짜 위로받은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느끼는 편이에요. ‘한숨’이 그런 곡이었고요. 이번에 새 곡의 첫 느낌도 그랬어요. ‘나한테 위로가 되네. 그럼 다른 사람들도 그렇겠지?’ 그래서 제가 부르겠다고 욕심을 냈어요. 낯선 환경이 걱정되지는 않나요 안 해본 걸 하고 싶어서 나왔는데요, 뭐. 
 
뭘 안 해봤어요? 진짜 많아요. 일단 소속사를 옮기는 것부터 처음이잖아요. 작곡가에게 직접 다가가서 제안하는 것도 안 해봤고, 비주얼 컨셉트를 잡는 것도 처음이고. 예능에도 나갈 수 있겠죠? 하나하나 새롭게 배우는 기분이에요.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아요. 

그래서 〈비긴 어게인 코리아〉에도 출연했나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숨죽여 환호하며 저 멀리 떨어져 앉은 관객 앞에 선 가수의 마음은 어떨까 궁금했어요 처음에 걱정을 많이 했어요.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이나 어떤 표정이 담긴 얼굴을 볼 수 없으니까. 그런데 에너지가 느껴졌어요. 사람들이 신나서 발도 구르고, 손뼉도 치고, 고개도 흔드니까요. 뿌듯했고, 좋았어요. 
 
이소라와 이하이의 목소리가 섞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신기했어요. 너무 팬이어서 진짜 기대를 많이 했거든요. 바로 옆에서 모습을 보고, 노래를 실제로 들으면 어떤 기분일까···. 진짜 그냥 뚫어져라 보다 온 것 같아요. 아, 꼭 받고 싶은 게 있었는데 성공했어요. 선배님 전화번호요. 흐흐. 
 
예전에 영화나 책에서 받은 영감에 기대기보다 직접 부딪히고 겪은 일을 노랫말로 쓰는 편이라고 말한 적 있어요. ‘내 얘기를 노래한다’는 걸 드러내는 게 사실 쉽지 않은 일인데 솔직히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하잖아요. 물론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각자의 삶이 다 다르지만, 모두가 힘든 일을 겪고, 잘 이겨내고, 좋은 일을 만나면서 사니까요. 해보지 않은 일이나 느껴보지 않은 감정을 알은척하는 건 저랑 잘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그럼 경험이 아주 많아야 하지 않나요 저는 그 반대라고 생각해요. 작은 경험으로도 충분히 이야기를 만들 수 있어요. 많은 걸 겪어야 할 이야기가 있는 게 아니라, 자기가 생각하고 느끼는 걸 표현할 줄 아는 게 중요해요. 그런 사람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도 자기 이야기를 만들어요. 이를테면 빨대로 음료수를 마시는 일, 그러다가 떠오르는 생각이 노래가 될 수도 있는 거예요. 그래서 평소에 소소하게 느끼는 것들을 적어놔요. 나중에 이걸 가사로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 거기에 살을 붙이고요. 남들은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으면서 영감을 받기도 한다지만 저는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겉만 훑고 속엔 닿지 못하는 기분이들어서요. 자기 마음을 아주 조금만 섞어도 진짜 이야기가 돼요. 그래서 내 감정, 내 경험을 살려서 곡을 쓰는 게 저는 좋더라고요. 
 
앨범과 앨범 사이에 공백이 길었어요. 그 시간이 불안하진 않았나요 전보다 익숙해요. 물론 그 시간 안에 있을 땐 힘들기도 했어요. 열심히 일하다가 갑자기 쉬면 뭔가 처지는 느낌이 있잖아요. 다음엔 뭘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지나고 보니 그 시간에 제 성장점이 있더라고요. 감정적으로 성숙해진다거나 부족한 걸 채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거잖아요.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땐 어떻게 지나가나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해요. 
 
그걸 스스로 깨쳤어요? 아니면 책에서 봤거나 누군가의 조언을 들었나요 제가 고집이 세요, 은근히. 사람마다 마음이 움직이는 지점이 따로 있는데, 저는 남의 말을 듣고 따라가는 사람은 아니더라고요. 내가 원하는 게 아니니까요. 그래서 혼자 뭘 많이 해봤어요. 운동도 하고, 구슬도 꿰어보고(웃음).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본 것 같아요. 
 
‘지금 할 수 있는 걸 한다’는 말에 무척 놀랐어요. 지금에 머무른다는 게 어려운 일이거든요. 대개 빈 시간이 생기면 지나간 일을 후회하고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느라 바빠요. 그러다 우울감에 빠지고 생각해 보면 제가 오디션에 나간 것도, 이렇게 가수가 된 것도 다 ‘지금’에 충실해서 그렇게 된 거였어요. 그런데 정작 가수가 되고 나서 활동할 땐 자꾸 앞을 걱정하더라고요. 다음엔 어떤 걸 하지? 처음이 제일 어려운 줄 알았는데 두 번째가 더 어렵네? 세 번째는 좀 나을까? 이러다가 ‘나는 왜 자꾸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하고 정신이 번쩍 나더라고요. 예전엔 안 그랬는데. ‘그때 내가 어땠지?’ 하고 되짚어보니까 ‘그냥’ 했더라고요. 너 그럴 시간 없어. 그냥 지금 해. 그랬더니 좀 편해졌어요. 
 
말수가 적을 거라고 짐작했는데 술술 나오네요. 낯도 안 가리고, 잘 웃고요. 무표정한 얼굴로 느릿느릿 말하던 이하이는 어디 갔지? 어릴 땐 낯도 많이 가리고 쑥스러움도 많이 탔던 것 같아요. 누가 뭘 물어보면 그냥 ‘응’ ‘아니’로만 대답하고. 그러다 보니 오해가 쌓이더라고요. 나는 그냥 가만히 있는 건데 ‘쟤 화났나’ 하고요. 의도와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바꿔보려고 노력했어요. 
 
사회생활하는 법을 배운 거네요 하하, 맞아요. 그런데 이렇게 바뀐 제 모습이 좋아요.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으니까요. 예전엔 정말 소수의 사람과 대화를 했어요. 그러다 보니 힘들 때, 즐거울 때 함께할 수 있는 사람도 소수더라고요. 일부러 좀 의식하면서 억지로라도 바꾼 거죠. 그랬더니 제가 훨씬 밝고 즐거운 사람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좋아요. 집에 가면 가만히 혼자 시간을 보내고, 밖에 나오면 사람들과 신나게 어울리고. 두 가지 모습을 다 갖게 됐어요. 
 
두 가지 면을 다 보여주는 게 요즘 유행이잖아요. ‘부캐’라고 하죠? 그걸 보여줄 기회가 있다면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편안한 사람요. 혹시 지금 제가 편안하세요? 
 
솔직히 불편할 줄 알았는데 되게 편해요. 놀랐어요 저는 제가 같이 있을 때 긴장되는 사람이 아니라 몸에 힘을 풀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눈치 안 보고, 고민도 기꺼이 말하고 싶고, 속 이야기도 꺼낼 수 있는 사람이요.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그렇게 돼요 그럼 성공했네요(웃음). 누구든 제 앞에서 힘 빼고 마음껏 풀어졌으면 해요. 
 
노래를 들을 때마다 ‘저 친구는 음색이 하나의 장르가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스스로도 그렇게 느끼나요?자신의 어떤 면을 좋아하는지 음악적인 것 안에서요? 사실 데뷔 때부터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것도 너무 좋고 감사하지만, 제가 저를 객관적으로 봤을 땐 귀가 좋은 것 같아요. 어릴 땐 부끄러워서 노래 부르는 걸 별로 안 좋아했어요. 듣고 공감하다 보면 그것만으로도 제가 노래하는 것 같았거든요. 
 
스물다섯 살이 됐어요. 어때요? 어른이 된 것 같나요 음, 어린아이로 살고 싶어요(웃음). 그렇게 보이는 게 좋아요. 내 마음도 편하고, 사람들도 나를 편하게 대할 수 있고. 그리고 실수해도 조금 너그럽게 봐주니까요. 제가 어릴 때 데뷔했잖아요. 그땐 그게 안 좋은 건 줄 알았어요. 지나고 나니까 알겠더라고요. ‘와, 그때가 짱이었어.’ 저 어른이 되려면 아직 멀지 않았을까요? 
 
지금 걱정되는 게 있나요 걱정되는 거? 없는 것 같아요. 걱정을 하면 또 다른 걱정이 생기거든요. 그게 어린아이예요. 애들은 내일을 걱정하지 않거든요 하하. 오늘 할 일은  다 했어요. 이제 내일이 오면 내일 일을 할 거예요.    
 
 구조적인 실루엣의 드레스는 Yohei Ohno by Adekuver.

구조적인 실루엣의 드레스는 Yohei Ohno by Adekuver.

 러플 장식의 블랙 미니드레스는 Miu Miu. 슈즈는 Pr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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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사진 신선혜
  • 글 류진
  • 에디터 이재희
  • 헤어 이일중
  • 메이크업 안성희
  • 디자인 김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