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분방한 생활을 즐기는 히피는 하이패션계에 새로운 영감을 선사한다. 천재성이 폭발했던 2000년대 존 갈리아노나 알렉산더 맥퀸이 그랬고, 20년이 지난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 또한 60년대의 자유로운 방랑자를 떠올렸다. 사회 통념이나 틀에 박힌 가치관을 부정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자연으로의 회귀를 지향하는 평화주의자. 그들의 화려하면서도 통제되지 않은, 틀에 박히지 않은 스타일은 디자이너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벨벳 베이비돌 드레스에 낡은 데님 팬츠를 매치한 구찌, 클래식한 바 수트 재킷과 함께 화려한 두건을 연출한 디올, 형형색색의 카펫 패턴을 근사한 드레스로 탈바꿈시킨 마린 세르 등 ‘신구’를 넘어 패션 신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