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장의 음식은 간결해야 하고 전날의 기억을 해쳐서는 안 된다. 순댓국이나 북엇국 같은 한 그릇 음식이 제격이다. 그러나 가끔은 해장을 통해 위장 말고도 달래야 할 것들이 생긴다. 로익 카스틀린은 9년전 르꼬숑에서 일하던 파리지엥 친구다. 당시 스물두 살이었던 그는 대구 여자친구 덕에 대구의 명물인 꿀막걸리에 빠져있었다. 그 술친구와 결혼하여 지금은 파리에서 알콩달콩 살고 있으니, 그 나날들이 일장춘몽은 아니었던 게다. 파란 눈의 이방인과 순댓국으로 해장하면서 그도 해장이 되는 줄 알았다. 어느 날, 막걸리 숙취에 괴로워하는 그에게 ‘꽁떼’라는 프랑스 사람들이 무척 좋아하는 치즈를 건넸을 때 그가 지은 표정이 지금도 생생하다. “갓 센드 유(God sends you)!” 그날 이후 그는 프랑스인답지 않은 성실함으로 일하기 시작했더랬다. 파리에서 그와 그의 아내를 만났을 때 그는 커다란 쇼콜라 푸딩을 먹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해장으로 순댓국이라니!

그녀는 파리에 산다. 실은 대구지엥. 두 해 만에 불어가 트이는 순간, 그간 다닌 짚 앞 카페에 달려가 불친절해 억울했던 감정을 모질게 쏘아붙였다. 냉수 한 잔의 시원한 해장처럼. 그는 대구에 살았었다. 실은 파리지엥 르꼬숑에서 일할 때 건내받은 꽁떼치즈 한 조각에 눈물을 흘렸었다. "갓 센드 유!" 해장은 가끔 마음 깊은 곳을 달래주기도 한다 Photo by 정상원

해장은 전날의 기억을 해쳐서는 안된다. 그러나 물설은 타지에서의 해장은 그 이상의 무언가를 달래야 한다 Photo by 정상원
거부할 수 없는 버터라면의 맛
아무래도 와인바를 운영하다 보니 지인들이 오게 되면 같이 늦게까지 같이 술을 마시게 되는데 그 때 잘 내어주는게 ‘버터라면’이다. 개인적으로 라면을 좋아하지 않아 1년에 1팩 정도 먹는 게 전부인데 그 먹는 때가 이럴 때이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같은 버터라면의 맛! photo by 이경섭
어젯밤을 곱씹으며, 추어탕
정말 속이 뒤집히도록 만취한 다음 날엔 해장이 다 무슨 소용이랴. 물 밖에는 답이 없다. 그런 극한의 상황 말고, 기운이 없거나 국물이 생각 날 정도의 중급 숙취라면 보광동 댓잎 갈비 추어탕이 최고다.

진하고 꾸덕꾸덕하며 두께감이 있는 맛. 전혀 비리지 않다 photo by 양윤경

댓잎갈비에서는 한강을 바라보며 추어탕과 갈비를 먹을 수 있다 photo by 양윤경
뜨겁고, 시원한 맑은 국물
나는 숙취가 심한 편이다. 그래서 다음 날 음식 대신 음료를 찾곤 한다. 살고자 하는 본능이다. 그렇다고 모든 음료가 해장에 탁월한 것은 아니다. 오렌지 주스는 속이 쓰려서, 초콜릿 우유는 배가 살살 아파져 실패.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쳐 찾아낸 해장 음료는 식혜다. 달콤해서 술술 넘어가는 데다 밥알이 동동 떠 있으니 식사 대용으로도 그만이다.

셰프들의 맛집, 베트남 음식점 '꾸잉' Photo by 인스타그램 @quynh_offi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