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코로나 불면증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미래로 점철된 뉴스를 보다 보면 오던 잠도 달아난다. 코로나19가 수면 패턴마저 바꿔놓았다.

BYELLE2020.07.04
 
‘코로나 불면증(Coronasomnia)’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말 그대로 코로나(Corona) 바이러스와 불면증(Insomnia)을 합친 단어. 해외에선 코로나로 인한 불면증 검색량이 2배가량 증가했고, 국내에서도 #코로나19불면 또는 #코로나블루 등의 해시태그를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상이 멀어지고, 경기 위축 탓에 고용과 생계에 대한 불안과 근심도 커진 상황. 확진자 발생 알림 문자에 신경이 곤두서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니 생활 소음이나 층간 소음에 ‘열받는다’는 사람들의 화풀이용 SNS도 우후죽순 올라온다. 이전에는 그냥 무시하고 넘겼던 작은 자극에도 과잉 각성 반응을 보이는 것. 
 
‘에라이, 잠이나 자자’는 심정으로 침대에 드러누워 보지만 낮에 본 뒤숭숭한 뉴스들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돌아 쉽사리 잠에 빠지지 못하거나 새벽녘에 불현듯 깨기 일쑤. 이것이 코로나 불면증이다. 전문가 역시 “코로나와 관련된 각종 뉴스들이 사람들을 불면증에 더욱 취약한 상태로 만든다”고 말한다. “잠을 못 자면 당연히 예민해져요. 감정을 자제하는 능력이 저하돼 기존에 늘 노출되던 스트레스 유발 환경에 과민 반응을 하게 되죠. 혼자 ‘이럴 거야 저럴 거야’라고 생각하는 ‘뇌피셜’에도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악순환 중의 악순환이죠.” 미국 헨리포드 헬스 시스템 수면장애 센터의 필립 쳉(Philip Cheng) 박사의 설명이다.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현대인의 수면장애를 국민 건강 문제로 인식해 온 프랑스. 때문인지 〈엘르〉 프랑스를 훑어보면 유독 ‘수면장애’에 대한 기사가 자주 등장한다. 그중 하나를 인용하면, 프랑스 17세 이하 청소년은 일평균 4시간 11분, 성인은 일평균 5시간 7분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데 할애한다고 한다. 프랑스의 최면 치료사이자 〈피로에서 해방되라〉의 저자인 레오나드 안토니(Le′onard Anthony)는 이 통계와 연관해 ‘불면증을 해결하면 인생을 바꿀 수 있고 개인의 자유를 되찾을 수 있다’고까지 적고 있는데, 우리는 이 ‘자유’라는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최근 현대인이 불면증에 시달리는 이유가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띤다고 말한다. 스마트폰으로 인한 정보 과잉 속에서 자신에게 더 많은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나아가 비상식적일 만큼 SNS에 의존하는 등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가하게 됐다는 것. 자신을 향한 가혹한 요구와 명령이 축적될수록 수면의 질이 저하되는 건 당연지사. 이는 곧 ‘저녁에 피곤함을 느껴 자연스럽게 잠이 오도록 낮 동안 신체 활동을 많이 하라’던 과거의 방법이 무색해졌음을 의미한다. 
 
프랑스 탈라사 시 & 스파(Thalassa Sea & Spa) 총책임자 조엘 콜린(Joe..lle Colin)은 최근 수면 센터 전문가와 본인의 25년 마사지 치료 경험을 접목해 〈수면의 바다 Mer du Sommeil〉라는 숙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각종 스파 트리트먼트와 수영장에서 이뤄지는 수중 코칭 세션, 음악 요법과 적외선 침술 요법 등으로 구성된 ‘숙면 유발 호캉스’ 프로그램은 1박에 무려 1300유로가 넘는 고가임에도 프랑스 전역에서 문의가 쇄도했다고 한다. 그만큼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고통이 얼마나 심한지, 불면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액수 불문하고 어떤 치료법이든 매진할 의향이 있음을 의미할 터. 
 
하지만 의외로 조엘은 세상에 기적 같은 불면증 치료법은 없다고 강조한다. 불면증을 치료해 준다는 각종 묘책들도 잠깐의 심리적인 위안만 줄 뿐, 결국 예민한 감정을 진정시키고 휴식을 취하는 자신만의 의식(Ritual)을 찾아 이를 생활습관으로 확립해야 한다는 것. 레오나드 역시 스스로에게 휴식을 허용하고 템포를 늦추는 방법을 깨우치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코로나 사태로 더욱 집착하게 된 ‘면역력’에 대한 강한 욕구도 숙면을 방해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요가나 필라테스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운동은 기본이요, 삼시 세끼로도 모자라 각종 영양보조식품을 섭취해야 하고, 아침에 눈뜨면 CF의 한 장면처럼 날아갈 듯 개운한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며, 건강을 마치 ‘경쟁적’으로 성취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것. ‘내 친구는 어젯밤 8시간을 내리 푹 잤다는데 나는 잠을 설쳤어’라며 나에게 뭔가 문제라도 있는 듯 생각한다면 없던 불면증마저 생기지 않겠는가. 전 세계 현대인의 3명 중 1명이, 한국에선 5명 중 1명이 일생에 한 번 이상 불면증을 경험한다고 한다. ‘You are not alone!’ 마이클 잭슨의 노래 가사처럼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님을, 의외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흔한 증상임을 자각하자.
 
불면의 밤이 3주 이상 지속된다면 전문가를 찾아 의학적 도움을 받아야겠지만 그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된다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쉽게 잠들지 못하는 증상이 찾아왔다면? 필립 박사의 조언을 따를 것. 우선 잠들기 2~3시간 전에는 모든 저녁 식사를 마치자. 뇌를 각성시키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티라민이 함유된 감자, 가지, 샤퀴테리, 치즈, 커피, 초콜릿 등은 가급적 피하고, 수면을 유도하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트립토판이 함유된 바나나, 자몽, 무화과 등을 포함한 가벼운 식단으로 구성하면 좋다. 
 
눕기 전엔 가볍게 스트레칭해 근육 구석구석을 이완해 주자. 굳이 잠이 오지 않는데 천장에 양 수백 마리를 그리며 억지로 잠을 청할 필요는 없다. 그럴 땐 차라리 거실로 나가 최소한의 조도만 유지한 채 조용히 음악을 듣거나 가벼운 내용의 소설 또는 그림책을 보다가, 조금씩 잠이 오는 걸 느낄 때 바로 침실로 향하면 된다. 무엇보다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최신 뉴스를 업데이트하는 건 특정 낮 시간대에, 하루 몇 분으로 한정 짓도록 하자. 대신 자기 전 최소 30분에서 한 시간가량 한껏 날카로워진 신경을 다독이는 시간을 가질 것을 권한다. 
 
침실의 조도를 낮추고 예전에도 수차례 읽은 적 있는 오래된 책을 다시 읽는 등 스스로에게 어떤 자극도 가하지 않은 채 한껏 예민해진 마음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행위를 하는 것. 스마트폰 앱을 통해 명상이나 호흡에 집중하며 그저 시간을 흘려 보내는 것도 좋다. “코로나19의 강한 전염력, 사스나 메르스와의 비교, 공적 의료 시스템의 사각지대, 전 세계 사망자 숫자까지,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흡수하는 정보가 꼭 이런 뉴스여야 할까요?” 필립 박사의 말을 듣고 보니 정말 그렇지 않나. 부디 오늘밤만큼은 ‘굿나잇’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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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정윤지
  • 글 DOROTHEE WERNER
  • 사진 MICHAEL DUNNING/GETTYIMAGESKOREA
  • 디자인 온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