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동물과 공존하는 풍경, 카라 더봄센터 방문기

'카라 더봄센터'는 동물과 공존하기 위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다음 풍경을 보여준다. 함께하면 행복의 총량은 분명 늘어날 것이라는 희망도.

BYELLE2020.06.18
 
‘카라 더봄센터(이하 더봄센터)’가 있는 파주로 향하는 길, 괜히 스마트폰을 꺼내 공식 계정(@kara_thebom) 피드를 다시 한 번 살폈다. 해맑은 표정으로 가족을 기다리는 개와 고양이 사진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는 사이사이 똑바로 보기 힘든 사진과 마음 아픈 사연이 눈에 들어왔다. 정식 개관을 앞두고 기존 보호센터 및 위탁처 등지에서 있던 100여 마리의 개와 고양이가 속속 입소를 마친 상태이니 아마 피드에서 본 아이들 중 몇몇은 곧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부모님이 시골 전원주택으로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 집에는 태어난 지 반년도 안 된 강아지 두 마리가 ‘짠’ 하고 생겼다. 흰색 진돗개와 크림색 코카스패니얼. 부모님이 개를 키우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단독주택에는 개가 있어야지요’ 하는 이유로 건너건너 ‘품종견’ 두 마리가 마당까지 도착한 것이다. “공사해 주는 분 친척이 개를 키운다고? 그럼 쟤는? 그 선생님 아는 분이 그냥 준 거야?” 10년 가까이 같이 살고 있는 지금도 나는 우리 개들의 부모는 누구인지, 같이 태어난 형제들은 어떻게 된 건지, 원래 주인은 여전히 개를 키우는 건지 알지 못한다. 부모님 댁에 갈 때마다 해맑게 웃으며 뛰어다니는 두 마리의 얼굴에서 불행이 읽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시골 개답게’ 밖에서 사계절을 겪으며 산다는 사실이 가끔 미안하다.
 
한국에는 개가 너무 많다. 너무 많아서 책임비도 받지 않고, 알지도 못하는 사람 집에 쉽게 줘버릴 정도다. 매년 불법 도살로 100만 마리가 죽고, 지난해 기준 전국 보호소로 보내진 13만5,791마리 중 2만9,620마리가 갈 곳이 없어 안락사됐다. 그럼에도 매년 20만 마리의 아기 동물이 ‘분양’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나 팔려간다. 특정 품종만 계속 생산하는 펫숍 시스템의 폐해가 꾸준히 지적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전국적으로 4000여 개의 동물판매업소가 존재하며 ‘가정 분양’까지 합치면 그 산업 규모가 얼마나 될지 짐작하기 어렵다. 품종견과 품종묘가 등장하는 유튜브 채널 및 계정이 인기를 끌면서 이를 경제적으로 악용하는 것이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많은 사람이 동물권이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일 투성이다.
 
2002년 설립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동물보호단체로 자라난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가 2018년 ‘동물권행동 카라’로 공식 명칭을 바꾼 것 또한 동물운동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한 발 더 나아갈 필요성을 인지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전 세계적으로 동물보호소의 이상적 기준으로 꼽히는 베를린 ‘티어하임(Tierheim)’ 보호소를 롤 모델로 삼은 더봄센터가 탄생했다. 
 
“기존의 유기동물보호소와 다른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동물과의 공존이라는 가치를 우리 사회에 환기시키는 역할을 해주길 바랍니다.” 대표인 임순례 감독의 말이다(감독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 등장한 ‘오구’는 수년 전 개농장에서 구조된 26마리의 백구 중 한 마리이기도 하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반려견용 휠체어에 뒷다리를 올리고 열심히 움직이는 작고 흰 개가 보였다. 열심히 재활훈련 중이던 아이는 낯선 사람이 반가운지 꼬리를 신나게 흔들었다. 
 
아, 인스타그램에서 봤던 자람이구나! 더봄센터는 삼각형 모양으로 뻥 뚫린 중정 공간을 중심으로 경사 산책로를 따라 2층 규모의 건물이 둘러싼 구조인데, 자람이가 경사로를 오르기 시작하면서 어쩌다 보니 함께 견학을 시작하게 됐다. 더봄센터에 상근하는 인원은 스무 명 정도. 아직 사회화 과정에 있거나 몸이 불편한, 100마리도 넘는 동물을 돌보고 센터를 관리하며 다른 업무까지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인원일 것이다.
 
“최대 200~250마리 선을 유지할 예정이에요. 카라 정도 되는 단체가 너무 적은 수를 수용하는 것 아니냐는 외부 비판도 있어요. 하지만 모든 동물을 제대로 책임지고 관리할 수 있을 때 구조→ 보호→ 입양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족을 찾아준 뒤 다시 또 다른 아이들을 데려오죠.” 이난수 활동가의 말이다. 각자의 사연만큼이나 동물들의 상태도 제각각이다. 사람을 좋아해서 ‘발라당’ 하는 개냥이가 있는가 하면, 호기심은 보이지만 다가가면 구석으로 숨는 강아지, 친구들과 장난치느라 여념이 없는 녀석, 아직 마음을 열지 못한 채 불안하게 눈을 떠는 아이도 있었다. 
 
신기한 것은 스마트폰 속의 작은 화면으로 볼 때와 직접 만났을 때의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자람이는 물론, 구조 후 안구를 적출한 흰둥이 같은 동물을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이런 아이들도 입양을 갈 수 있을까?’ 싶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로 만나고 나니 핸디캡만 있을 뿐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삶을 향한 의지로 충만한 작고, 씩씩하고, 마땅히 응원받아야 할 생명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사람으로부터 상처받은 동물이 있다면, 그 상처를 치유할 책임 또한 사람에게 있는 것 아닐까?
 
개별 공간을 둘러보니 ‘동물보호소의 새로운 기준이 되겠다’는 카라의 포부에 조금 더 공감할 수 있었다. 개들의 성향과 크기에 따라 한 마리부터 최대 네 마리까지 지내는 견사의 모든 방은 건물 밖 테라스와 이어져 있다. 개들이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실내외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천장이 높게 설계된 묘사는 김명철 수의사의 자문을 받아 캣 타워와 화장실을 배치했다. 호기심 많은 고양이들을 위해 낸 창문으로는 푸릇푸릇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모든 방마다 아이들의 이름과 함께 투약량 및 주의사항을 세심하게 적어놓은 것. 반려동물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좋은 브랜드의 사료와 간식도 눈에 띄었다. 아이들의 털이 찰랑대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던 샤워실과 건조 시설, 입양 희망자와 동물이 최초로 만날 수 있는 접견실까지 마련된 것을 보니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였다. 그럼에도 올해 초 예정됐던 더봄센터의 완전한 개관은 자꾸 미뤄지고 있다. 코로나라는 초유의 사태도 사태지만 후원금 부족도 원인 중 하나다. 중성화 수술 및 치료를 할 수 있는 진료실에 아직도 의료 기기를 들여놓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문구를 모르는 사람은 이제 없다. 미국과 영국, 스페인 등 많은 국가의 법이 반려동물 매매를 금지하고 보호소를 통한 입양을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다행히 우리나라도 동물 학대와 관련된 처벌법이 강화되며 공존을 모색하는 추세다. 그러나 동물에 대한 개개인의 인식 자체가 한 발 더 나아가지 않는 한 보호소 수와 관련 예산을 늘린다고 해서 학대와 유기, 도살 위기에 놓인 동물의 숫자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더봄센터가 유기견 입양과 동물보호소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이뤄지는 장소가 되길 희망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니 혹시 반려동물 입양을 계획하고 있다면 일단 이곳을 찾아 그들을 직접 만나보길. 함께 구조돼 비슷한 이름을 갖게 됐다는 호두, 마카, 다미, 피칸, 땅콩… 입양을 갔다가 오래지 않아 파양돼 돌아온 수학이, 해외 입양이 결정됐지만 코로나로 입양이 지연된 겁쟁이 조앤, 카오스 무늬가 근사한 고양이 구름이와 로니, 늑대 같은 털을 가진 모랑이와 활짝 웃는 얼굴을 가진 디아나…. 만난 지 열흘이 훌쩍 넘은 지금도 이름이 기억나는 이 멋진 동물들을 직접 마주하면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반드시 함께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 정말로 이 한 생명의 삶을 내가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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