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츠 수트와 볼 장식의 네크리스는 모두 Bottega Veneta.
데뷔 EP 〈CRE`ME〉을 발매한 뒤 한 달 남짓한 시간이 흘렀다. 어떤가 4년 가까운 시간 동안 그야말로 고르고 고른 곡들을 선보인 것이라 후련한 마음이 컸다. 더 열심히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어 작업 중이다.
어떤 기준으로 다섯 곡을 골랐는지 내 음악이 가진 ‘맛’이 느껴지면서도 듣는 사람이 쉽게 ‘소화’할 수 있는 팝과 R&B 위주로 선정했다. 실험적인 음악도 좋아하는데 차근차근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고 싶다.
타이틀곡 ‘EVITA!’는 뮤직비디오도 강렬하다 슈퍼맨이나 배트맨이 자기만의 테마 송을 가진 것처럼 나를 떠올렸을 때 이런 음악이 연상되길 바랐다. 뮤비는 LA 지하철에서 스릴 넘치게 촬영했다.
인물에 대한 평가가 갈리는 에바 페론의 애칭, 에비타를 제목으로 사용한 것은 스스로 양면성이 있기 때문일까 천재와 미친 사람의 경계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가정했을 때, 그 경계가 되는 종이가 지금의 나인 것 같다. 보는 각도에 따라 멋있어 보일 수도, 이상해 보일 수도 있다.
시카고에서 10대 시절을 보냈다 열한 살부터 스물한 살까지, 딱 10년 있었다.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렸던 음악이 관심을 받고, 여러 상황과 우연이 겹치며 지난해 한국에 돌아와 본격적으로 음악 커리어를 시작하게 됐다. 운이 정말 좋았다.
스스로 재능을 확신한 것은 퍼포머와 아티스트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클라리네티스트이자 음악을 사랑하는 친오빠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퍼포머로서 노래와 춤은 어느 정도 자신 있는데, 아티스트가 되는 것은 어렵게만 느껴졌다. 열여덟 살 때 ‘EVITA!’를 쓰고 다시 이런 곡을 쓸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울었을 정도다. 그런데 이런 자기애적 성취감을 앞으로도 느끼며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더라.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시각을 갖고 싶다.
어떤 아티스트가 그런 시각을 가졌을까 소울메이트인 태림 오빠. 이번 앨범에도 함께했는데 인생과 음악에 대한 철학, 듣는 귀와 취향, 모든 게 잘 맞는다. 시피카 언니도 정말 멋지다.
그럼 당신의 음악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뮤지션은 조지 마이클, ‘블러’의 데이먼 앨번과 고릴라즈. 음악을 만드는 게 어느 때보다 쉬워진 시대인 만큼 좋은 음악을 가려내는 게 오히려 숙제가 됐다.
AOMG는 미국과 중국에도 영향력 있는 레이블이다. 최근 동양계 여성 뮤지션의 활약이 당신에게도 자극이 되는지 핼러윈데이 때 록 스타 분장을 했는데 “대체 누구로 변장한 건데?”라는 놀림을 받은 적 있다. 그들이 아는 아시아 록 스타는 없으니까. 지금 이런 현상은 아티스트로서 내가 더 큰 꿈을 가지도록 자극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사회적으로 더 큰 의미를 갖는 것 같다. 인종을 떠나 재능 많은 사람들이 이토록 많다는 것, 나 또한 그런 가시화에 일조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당신이 생각하는 드비타 내가 못할 음악은 없다며 자신만만하다가도 완전 자신감이 바닥을 치고, 스스로를 사랑하다가도 미워하는 사람. 솔직히 조윤경과 드비타가 같은 사람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음악을 하는 이유는 세상이 마냥 아름답지 않다고 느낄 때도 음악이 힘이 되어주니까. 사람들이 내 노래를 듣는다고 생각하면 발가벗겨진 느낌이 들다가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알아줬으면 좋겠고, 보호받고 싶다는 양가적인 마음도 든다. 강해지고 싶다. 음악이 모든 것을 이겨내게 해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