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바람과 별과 술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아니 이 먼 데까지…, 술 드시러…, 이게 무슨 고생이래요.” 주섬주섬 술상을 보는 내게, 캠핑의 고수께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날리신다. ::편안한,분위기있는,사이좋은,여행,캠핑장,산,자연,캠핑,술,술상,캠핑,동료,술자리,엘라서울,엘르,엣진,elle.co.kr:: | ::편안한,분위기있는,사이좋은,여행,캠핑장

“아니 이 먼 데까지…, 술 드시러…, 이게 무슨 고생이래요.” 주섬주섬 술상을 보는 내게, 캠핑의 고수께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날리신다. 이 고수 양반, 대한민국에서 일본 알프스까지, 오토캠핑에서 백 패킹까지, 산 좋고 바람 좋은 곳이라면 아들과 함께 등짐 지는 캠핑의 지존이다. 아버지와 자연을 벗 삼은 아들의 모습은 대견하다. 듬직하다. 입은 말하지 않지만 눈빛은 얘기하는, 속 깊은 아이다. 그건 아마도 사람을 감싸 안은 하늘과 땅의 기운을, 이심전심 아버지와 공유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재팬 알프스의 설원 위에서 아들이 아버지에게 건넨 한 마디는 “고마워”였다. 평소 말수 적었던 아들의 묵직한 한 마디에 아버지는 눈물을 쏟고 말았다고 한다. 오랜 세월 부자지간에 쌓였던 오해와 원망이, 막혔던 마음과 말문이, 오랜 캠핑 끝에 풀리고 터졌던 것이다. 캠핑은 이렇듯,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충청북도 보은군 속리산면 사내리 캠핑장. 얼마 전, 대학 시절 이후 20여 년 만에 캠핑 맛을 본 후, 그 여진에 떨다가 두 번째 캠핑에 나섰다. 1년에서 수년까지, 캠핑의 매력에 푹 빠진 몇몇 동료들에게 묻혀서 따라간 것이다. 속리산 법주사 근처에 위치한 사내리 캠핑장은 캠퍼들 사이에선 뭉근하게 소문난, 담백한 캠핑장이다. 언뜻 봐도 백 수십 년 풍상을 이겨냈을 법한 소나무들이 가부좌를 튼 이곳은 속리산을 닮아 여성적이고 푸근하다. 솔잎과 낙엽이 쌓인 바닥은 푹신하고 밤하늘은 별천지다. 초겨울의 차가운 대기가 은하수와 나의 심리적 거리를 좁혀 놓았을까. 유난히 반짝이는 별들이 눈동자로 쏟아져 들어온다. 고개를 한껏 젖히고 몇 번을 넘어질 듯 휘청거리며 하늘을 쳐다봤다. 번잡한 도심과 자연 속의 술자리. 역시 이건 비교할 수 없는 풍경이다. 캠핑장의 술자리는 도시의 그것보다 몇 배나 중독성이 강하다.추운 계절, 캠핑의 매력 가운데 하나는 ‘불 멍 때리기(멍하게 모닥불 바라보기)’다. 춤추듯 타오르는 불꽃도, 가득 불기운을 삼킨 재도, 사람의 마음을 빨아들이는 묘한 힘이 있다. 그렇게 멍하니 이글거리는 장작을 바라보는 재미는 우리 캠핑 멤버들의 캠핑 목적에도 부합한다. 이른바 ‘아무 것도 하지 않기’다.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먹고, 심심하면 책을 읽든, 산책을 나가든, 혼자 꼼지락거리든, 뭐든 자유다. 예외 없이 술꾼들이니 술 마시는 시간엔 무섭게 집중하고 나머지 시간엔 온전히 혼자다. 술 역시 도시에서 먹는 술과는 차원이 다르다. 마시는 양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지만 취하지는 않는다. 취해도 곱게 취한다. 별과 달이 술벗이요, 바람이 안주요, 나무가 해독제니, 두 말이 필요 없는 거다.밤 12시, 화로 위 석쇠에 안주가 올라가고 술자리가 시작됐다. 안주로 배를 채울 무렵, 이제부턴 장기전이다. 옆의 동료와 이심전심으로 일잔, 더 할 나위 없는 안주 맛에 이 잔, 멍하니 불덩이 속에 마음을 내려놓았다가 삼 잔, 아내가 부르는 흘러간 포크 송을 안주 삼아 사 잔, 소나무 가지에 걸린 달과 눈 맞추며 오 잔…. 사람과 술과 나무와 달의 경계가 흐려질 무렵 친구 사이에, 선후배간에, 부부지간에, 빗장이 풀린다. 마음의 빗장이 술술 풀린다. 지금 저 달이, 아마 이태백이 놀던 그 달이었을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엘라서울 본지 12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