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6년이 지났다. 몇 년을 주저하다 팽목항으로 향했다. 유가족 중 한 분이 자살했다는 뉴스를 본 날이었다. 봄이 오는 것을 통증이자 낙인으로 느낄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려보았다. 날이 풀리면 좋겠다고, 봄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 없이 벙긋거린 내 얼굴도 겹쳐졌다. 가까이 다가가서 본 그날의 배는 낡아 있었다. 우리의 추모도 많이 낡아 있었다. 여러 번 하늘에 기도했다. 남은 사람들에게 힘을 달라고, 남은 몫까지 다할 수 있는 사람으로 살 수 있게 용기를 달라고. 그게 또 미안해서 말을 더듬었다. 새 삶이라는 것은 지나간 삶을 충분히 보살핀 후에야 성립된다는 것을 우리가 잊지 않았으면.
사진가 황예지는 199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수집과 기록에 집착하는 부모 밑에서 자랐고 그들의 습관 덕분에 자연스럽게 사진을 시작했다. 거창한 담론보다 개인의 역사에 큰 울림을 느낀다. 가족사진과 초상사진을 중점으로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사진집 〈Mixer Bowl〉과 〈절기 Season〉을 출간하고 개인전 〈마고 Mago〉를 열었다. www.yezo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