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음악을 틀어줘요 | 엘르코리아 (ELLE KOREA)

MP 3 속 넘쳐나는 노래들로 인해 부자가 된 기분을 만끽하기 바쁘지만, 상황마다 무드마다 꼭 듣고 싶은 음악만을 따로 쏙쏙 뽑아내 듣고 싶을 때가 있다. 이 글 역시 지극히 개인적이기는 하지만 최소한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길 바라며 이 달의 추천곡을 띄워본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절룩거리네,브로콜리너마저,변두리소년소녀,3호선버터플라이,꿈꾸는나비,산울림,무지개,와이낫,내게있는건,옥상달빛,하드코어인생아,뜨거운감자,청춘,엘르,elle.co.kr:: |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절룩거리네,브로콜리너마저,변두리소년소녀,3호선버터플라이

Ep 1. 내 청춘에게 고함흔히 혈기 왕성한 젊은 시절을 ‘꽃다운 청춘’ ‘이팔청춘’이라고들 하지만, 모든 것을 정립할 수 없는 혼란스러운 질풍노도의 시기이자 가진 게 없어 비루할 수 밖에 없는 ‘방황하는 청춘’ 또한 청춘의 이면이다. 2년 전 즈음이었던 것 같다. 자취생들의 현실적인 애환을 고스란히 담은 재치 있는 가사로 ‘인디계의 서태지’라고 불린 장기하 열풍이 불었던 것이. 그의 노래는 힘들고 찌질한 삶을 울부짖는 청춘의 루저 정신을 노래했지만, 특유의 유머를 적절히 얼버무려 정서적인 공감대를 만들어내며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그 정신을 울부짖은 건 그가 처음이 아니다. 그로부터 4년 전으로 더 넘어가면 더욱 진솔하고 체념적인 정서의 루저 정신을 노래했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 있다. 대학시절 조그마한 일에도 좌절할 때가 있었다. 그 때마다 넋두리인지 위로인지도 모를 라는 노래를 듣곤 했다. 감당하기 벅찬 상황에 혹은 사람에 지쳐 느낄 수 있는 감정마저 무뎌질 즈음 ‘하나도 안 힘들어, 그저 가슴 아플 뿐인걸. 아주 가끔씩 절룩거리네’라고 했던 그의 목소리는 평온한 마음을 부유하게 해주었다. 자신의 진실된 이야기를 드러내어 스스로를 위로 하고, 듣는 이들을 위로 받게 해주었던 그가 갑작스러운 뇌출혈으로 11월 6일 세상을 떠났다. ‘덤벼라 건방진 세상아. 이제는 더 참을 수가 없다. 붙어보자 피하지 않겠다. (3집 수록곡인 나의 노래 中)’며 다짐했던 그였는데, 야속하게도 세상의 그 많던 기적들은 다 비켜갔다. 우리 세대의 진솔한 이야기를 해 줄 조력자를 잃었다는 생각에 누구 탓이든 돌리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럴 수 없다. 그 동안 그에게서 받은 것들을 기억하고, 2집 수록곡인 처럼 그를 보내주련다. ‘끝내주자 멋지게 보내주자,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너에게서 돌아서자 조용히 물러서자.’ 이 달은 조금이나마 비루한 세상에 강인하게 맞서기 위해 노력했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그를 위로하는 곡들을 띄워본다. 1집 수록곡 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브로콜리 너마저’가 2집을 발표했다. 그들은 이번 앨범은 ‘사랑’에 대한 소박함을 표현했던 1집에서 한 단계 나아가 ‘세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중 2번 트랙 는 세상을 벗어나고자 하는 날개를 향한 염원을 담백하고 소소하게 노래한다. ‘네가 미워했던 만큼 멀리 날아 갈 거야. 네가 아파했던 만큼 다시 꿈을 꿀 거야. 너의 마음 속의 어둠만큼 빛이 날 거야’ (변두리 소년, 소녀 中) 2002년 드라마 폐인이라는 신조어의 시초가 된 의 수록곡. 몽환적인 연주를 바탕으로 중성적이며 허스키한 목소리의 보컬 남상아가 부르는 이 노래를 듣고 있자면, 정말 꿈을 꾸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깊은 밤 멀리 날아오를 때까지 무한반복은 필수. ‘한 번의 꿈만으로 모든 걸 뒤엎을 순 없어. 그래도 넌 꿈을 꿔’ (꿈꾸는 나비 中) 라디오 디제이이자 연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창완이 소속되어 있었던 형제 밴드 산울림. 시대가 많이 지난데다 독특한 김창완의 헤비메탈 창법으로 요즘 듣기에 꽤나 낯설 수 있다. 하지만 방황하는 청춘을 위로하는 방법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니가 친구와 같이 있으면 구경꾼처럼 휘파람을 불게. 모두 떠나고 외로워지면은 너의 길동무가 되어 걸어줄게’ (무지개 中) 가수 이름과 이 노래 제목의 싱크로율(내게 있는 건 왜 안돼나 이런 식의)이 은근히 맞아 떨어지는 게 재밌다. 왠지 반항적이고 부정적일 거란 예상은 완전히 빗겨나간다. 어쿠스틱한 연주에 조금은 펑키한 사운드에 힘을 뺀 목소리다. 항상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욕심에 시달릴 필요가 없다고 가르쳐준다. 몇 번 듣다 보면 어느새 ‘내게 있는 건’ 이라고 하는 후렴구가 귓가에 계속 맴돌게 된다. ‘내게 있는 건 지금의 시간과 여기의 공간과 우리의 목소리. 내게 있는 건 소중한 음악과 우리의 무대와 함께 나눌 사람들’ (내게 있는 건 中) 올해 가장 많은 러브콜을 많은 여성 인디 듀오 옥상달빛. 라디오에서는 주체할 수 없는 입담으로 만담 듀오로 불리고 있지만, 노래 부를 때만큼은 특별한 기교 없이 덧없는 청춘에 대해 읊조리는 반전의 힘을 발휘한다. ‘그래도 인생은 반짝반짝 하는 저기 저 별님 같은 두근대는 내 심장 초인종 같은 걸, 인생아’ (하드코어 인생아 中) 어울릴 것 같지 않았지만 영상 매체에서 김C만의 특유의 진중함과 진실성은 대중들에게 통했다. 그의 고유영역인 음악 앞에 서면 그 장점은 배가 된다. 그래서 김C가 부르는 ‘다시 오지 않는 아름다운 청춘’이라는 가사가 가슴 깊숙이 와 닿을 수 밖에 없나 보다. ‘다시 돌아오지 못할 강물처럼 흘러간다. 다시 오지 않는 아름다운 나의 청춘’ (청춘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