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물 뒤편에는 식물이 가득한 정원과 이전에 이 자리에 있던 ‘클럽 로즈’의 물건인 ‘우아한 여인들(Exquisite Ladies)’이라고 쓰인 네온사인이 있다. 마당에 있는 가구는 매스프로덕션스(Massproductions)의 ‘티오’ 라인.

핑크빛 색유리와 샤워 파티션이 욕실을 장밋빛으로 물들이면서 그래픽 패턴으로 배열된 짙은 황록색 타일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타일은 파이어드 얼스(Fired Earth) 제품.

이너 웨스트 조이너리(Inner West Joinery)에서 제작한 주방 수납장은 호주산 원목을 사용했으며 하나하나 개별 제작한 황동 손잡이가 포인트다.

별채의 계단을 따라 LED 조명 띠가 설치돼 있다. 듀럭스(Dulux) 페인트 ‘올스에이스’ 라인 제품으로 칠한 벽과 카펫의 색에 맞춰 LED 조명도 핑크색으로 선택했다.
마당에 딸린 1980년대식의 작은 별채를 비롯해 여러 시대적 특징이 드러난 이 집은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좁고 긴 구조에 자연 채광도 잘 되지 않았다. 그러나 현지 건축회사인 ‘필드워크’의 디자이너 퀴노 홀랜드(Quino Holland)는 대대적인 레너베이션을 위해 금세 도면을 그려냈다. 그 결과 계단에 설치한 유리벽과 천장까지 이어진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 덕분에 집이 한층 더 밝아졌다.
가장 놀라운 변화를 보인 공간은 거실이었다. 키노 홀랜드는 거실 벽을 1m 정도 더 안으로 들여 그렇지 않아도 좁은 공간을 더욱 축소시켰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이해하기 힘든 계획이었지만 이런 변형을 통해 좀 더 효율적인 동선을 이뤄냈을 뿐 아니라, 건물 뒤편 정원 쪽으로 창문을 냄으로써 공간의 답답함을 해소했다. “정면에서 봤을 때는 지극히 도시적인 외관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아름답고 푸른 안식처가 나타납니다”라고 폴이 설명한다.
이 집의 또 다른 특징은 과거 ‘클럽 로즈’로 사용될 당시의 흔적을 인테리어에 조금씩 이용한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전에 사용되던 ‘우아한 여인들(Exquisite Ladies)’이라는 붉은 네온사인. 올리브색과 핑크색이 조화를 이루는 맞춤 제작 의자와 녹색 벨벳 커튼도 이 집의 본래 모습에서 착안해 선택한 것이다. 별채 계단에서 볼 수 있는 핑크색 네온 띠도 그중 하나로, 평소 사무실이자 화실로 쓰이는 이곳은 때때로 시끌벅적한 파티가 열리는 댄스 플로어로 변신하기도 한다. “와인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 없어요.” 멜버른의 이름난 와인 스토어 블랙허츠 앤 스패로스(Blackhearts & Sparrows)를 운영하는 폴과 손님 접대에 능한 아내 루시는 타고난 파티 호스트다.
본채에 자리한 갸름한 형태의 거실은 맞춤 가구를 이용해 세 구역으로 나눴는데, 가구들의 대담한 디자인 덕분에 공간 활용이라는 본래 목적이 잘 감춰져 있다.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해 주방에 부드러운 느낌을 더해주는 동시에 수납공간도 늘릴 수 있는 황동 상판의 아일랜드 식탁이 좋은 예. “우리의 목적은 각각의 공간이 독특한 성격과 분위기를 드러내도록 하는 것이었어요.” 디자이너 퀴노 홀랜드가 말한다. 그중 폴과 루시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곳은 거실 한편의 작고 아늑한 공간으로, 두 사람의 표현에 따르면 ‘세상에서 벗어나 완벽히 쉴 수 있는’ 장소다. “피츠로이는 멜버른의 어떤 지역보다 식당과 술집이 많은 곳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해요. 우리에게 집보다 더 즐거운 곳은 없거든요.”

특색 있는 거실 공간의 주인공은 바로 주문 제작한 가구들이다. 거실 한쪽 구석에는 웨스트 엘름(West Elm)의 빈티지 가죽 소파와 대리석 상판 테이블을 놓아 아늑하게 꾸몄다.

주방 전경. 곡선형 아일랜드의 황동 상판은 화학적인 가공으로 광택을 더했다.

계단에 설치한 유리벽은 주방 공간과 계단을 분리하면서도 채광을 방해하지 않는다.

현지 가구 제조회사인 체어 보이(Chair Boi)에서 제작한 재생 원목 식탁이 가죽과 벨벳으로 된 긴 의자와 함께 놓여 있다. 이 의자는 인스타그램에서 베벌리힐스 호텔 레스토랑의 테라스를 보고 영감을 얻어 제작했다. 함께 있는 1970년대식 스탠드는 온라인 경매회사 파모노(Pamono)를 통해 구입했다.

반려견 올리가 2층에서 계단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갸름한 형태의 거실 끝에 있는 겨자색 커튼과 노란색의 스테인드글라스 덕분에 햇살이 밝게 내리쬐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