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八景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천지만물이 양에서 음으로 변하는 시기. 누군가는 느긋하게 이지러지는 달 속에서 이 계절의 속도를 읽고, 누군가는 서늘한 창밖 공기에서 이 도시의 온도를 읽는다. 여덟 명의 포토그래퍼가 그들 각자의 입동(立冬) 풍경을 보내왔다. 사각 프레임 안에 갇힌 겨울이 제각각 아련하다. |

1 PHOTOGRAPHER WOO CHANG WON부드럽고 팽팽한 달항아리를 겹치고 포개는 방식으로 달이 이울고 이지러지는 과정을 형상화해 보았다. 밤이 길어지는 이 계절이면 달을 올려다보는 일이 잦아지는데, 겨울의 달은 유난히 투명하고 차갑게 느껴진다. 처연한 어둠 속에서 옅은 빛을 발하는 달의 오묘한 아름다움을 표현해보고 싶었다. 2 PHOTOGRAPHER MOKE NAJUNG서울의 한 스카이라운지에서 열렸던 흥겨운 파티.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틈바구니에서 웃고 떠들다 무심코 바라본 바깥 풍경에 나도 모르게 가슴을 쓸어내렸다. 따뜻하고 유쾌한 파티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서슬 퍼런 공기 때문이었을까. 각 잡힌 군대처럼 일렬종대로 늘어선 아파트는 그날따라 참 시렸다. 3 PHOTOGRAPHER WOO JUNG HOON몇 년 전 카자흐스탄 출장 때 촬영한 사진. 이동 중인 택시 안에서 옆에 서 있는 미니버스를 올려다보다가 충동적으로 카메라를 들었다. 너나없이 오렌지색 점퍼를 입고 시큰둥하게 붙어있는 승객들 모습이 재밌어서. 파리하고 창백한 하늘빛과 대비되던, 겨울이라 더 예뻤던 오렌지빛 풍경, 사람들. 4 PHOTOGRAPHER KWON YOUNG HO오래 전 일본으로 여행 갔을 때, 눈 내리는 교토에서 필름 카메라로 철커덕 담아낸 한 장의 사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여행 사진 중 하나다. 베일 듯한 칼바람에 얼굴이 아리고, 기름때 묻은 눈이 질척대는 겨울이 아닌, 뭔가 사연이 묻어나는 듯한 이국의 겨울 풍경에 마음을 빼앗겼다. 5 PHOTOGRAPHER BOLEE2004년 겨울의 문턱, 정동. 모 잡지 화보 촬영차 갔다가 스케치컷으로 찰칵. 가끔 그런 사진 중에 오래도록 맘에 걸리는 놈들이 나온다. 화보 콘셉트에 맞는 장소와 앵글을 찾느라 이곳저곳 걸어 다녔는데, 매서운 바람에 아랑곳없이 맷집 좋게 서 있는 건물 하나가 기념비처럼 눈에 들어왔다. 6 PHOTOGRAPHER AN HA JIN난데없는 폭설로 온 도시가 잠겨버렸던 작년 겨울. 교통난으로 예정되어있던 미팅 하나가 취소됐다. 이왕 외출 준비한 김에 어디라도 가보자는 심정으로 무작정 집을 나섰던 날. 연희동 집 앞에서 믿을 수 없는 설경을 마주하고, 오랜만에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셔터를 눌렀던 기억. 7 PHOTOGRAPHER PARK WOO JIN이 풍경을 보는 순간, 누군가가 가운데 정물처럼 서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결국 셀프 포트레이트로 촬영. 오랜만에 내 모습을 찍으려니 어색해서 이 포즈 저 포즈 취하다가 결국 두 손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눈 위에 찍힌 수많은 발자국의 주인들은 모두 어디로 간 걸까. 8 PHOTOGRAPHER OH JOONG SEOK11월 초에 일 때문에 잠시 캘리포니아에 다녀왔다. 개인적으로 마음이 복잡할 때 갔던 출장이라 기분이 좀 가라앉아있었는데, 그래서인지 그 따뜻한 나라가 유독 내게만 인색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촬영한 겨울의 문턱. 산호빛 하늘조차 차갑게 느껴졌던.*자세한 내용은 엘라서울 본지 12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