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전문기자가 멋대로 매긴 개봉영화 평점 | 엘르코리아 (ELLE KOREA)

12월이다. 이제 달력조차 쓸쓸하게 홀로 남았다. 이런저런 연말 행사(망년회)로 정신이 없다고 해도, 극장 가는 재미를 포기할 수 없는 법이다. 알짜 정보없이 영화 전단지나 뒤적이며, 영화를 고르는 당신을 위해 엘르가 좀 나섰다. 고양이 입맛에 따라 멋대로 발바닥 평점까지 매겼다. 심심할 때 슥 한번 훑어봐도 좋고, 자신만의 독특한 취향이 있다면 무시해도 상관없다. 이건 어디까지나 당신을 위한 가벼운 조언이다.:: 쩨쩨한 로맨스, 김정훈, 이선균, 귀도녀, 최강희, 류현경, 아웃레이지, 기타노 다케시, 카세 료, 오기가미 나오코, 모타이 마사코, 토일렛, 베리드, 로드리고 코르테스, 라이언 레이놀즈, 나니아 연대기, 새벽 출정호의 항해, 마이클 앱티드, 벤 반스, 클라라, 헬마 잔더스 브람스, 마르티나 게덱, 파스칼 그레고리, 엘르, elle.co.kr:: | :: 쩨쩨한 로맨스,김정훈,이선균,귀도녀,최강희

지난 주말 과 이 제대로 격돌했다. "스토리가 없다", "끝이 너무 허무하다"는 노골적인 악평에도 불구하고 은 54만 명을 돌파했고, 반면 "역시 손재곤이다"라는 찬사가 터져 나왔던 은 겨우 27만 명을 모으는데 만족해야 했다. 정작 할리우드에서조차 흥행에 실패한 은 국내에서 주목을 받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재미있는 것은 저예산 B급 영화 이 국내에서는 , 를 잇는 재난 블록버스터로 마케팅되었다는 점이다. 미안하지만 의 규모는 도시락(혹은 보온병) 폭탄 수준이다. 아마도 이 영화가 완전 저예산 영화라는 사실을 안다면 관객들은 "두 번 속았다!"라고 외칠 게 분명하다. 의 반전은 제로드의 최후(?)가 아니라 쩨쩨한 제작비다! 그보다 안타까운 것은 과 의 흥행 성적이다. 기대 이하의 결과였다. 12월 1일, 가 개봉 첫날 5만 명을 동원하며 정상을 차지했지만, 스크린 수가 370개를 넘는 걸 고려한다면 고무적인 스코어는 아니다. 다음 주에 할리우드 영화 와 가 가세하고, 또 다른 한국 코미디 가 합류하면 당분간 박스오피스 전쟁은 춘추전국시대로 향할 전망이다.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다! 고양이 세수: 늘 퇴짜를 맞는 만화가 정배(이선균)는 1억 3천의 상금이 걸린 성인만화 공모전 소식을 듣고 스토리 작가를 찾게 된다. 성인잡지 번역 일을 하면서도 늘 사고를 치는 다림(최강희)은 직장을 찾아 헤매던 어느 날, 정배와 함께 성인만화를 만들기로 의기투합한다.고양이 기지개 : 로 눈물 좀 흘리게 만들었던 최강희가 이번에는 자신의 전매특허 '귀도녀'로 돌아왔다. 차도녀와 까도녀가 판 치는 세상이지만, 4.5차원 소녀는 외계 언어 자제하고 풋풋함과 귀여움으로 승부한다. 에서 이미 호흡을 맞추었던 이선균, 최강희는 그들의 매력을 모두 뽐내면서 제대로 발동이 걸린다. 이런 장르가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는 해피 엔딩이란 걸 누구나 알지만, 후반부의 사랑이야기는 너무 식상하다. 두 배우의 시너지를 발산하는데 성공했지만, 이야기는 진부한 방식으로 그들의 주위를 맴돈다. 이들은 막 나가는 쩨쩨남, 쩨쩨녀가 아니라, 단지 '쩨쩨'라는 스타일을 가장했을 뿐이다.궁극의 그르릉 포인트: 만 체위 미학에 대해 논하는 것은 아니다. 최강희가 재연하는 '아기 코끼리' 자세는 웃음 폭탄! 확실히 통(通)하였니느라! 고양이 세수: 산노우회 소속 이케모토는 본부로부터 무라세 조직과의 관계를 지적 받자, 부하 오오토모(기타노 다케시)를 이용하여 무라세 조직을 처리한다. 오오토모 조직은 무라세 조직의 사업장을 인수하지만 이케모토의 방해로 수익을 올리지 못하자 충돌한다.고양이 기지개: 이번엔 , 처럼 방황하는 감독 기타노 다케시는 없다. 물론 코미디를 연기하는 비트 다케시도 없다. 그는 다시 비열한 야쿠자로 돌아갔다. 그렇다고 , 에서 보여준 나르시시즘 넘치는 야쿠자를 떠올려서는 곤란하다. 그런 낭만조차 없다. 그렇다면? 더 과거로 돌아가 보자. 오오토모와 그의 일당들은 (1989)에 나올 만한 캐릭터다. 한마디로 눈물도 피도 없다. 당신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모든 방법으로 적수들을 해치운다. 서로를 파멸해가는 야쿠자들은 추잡할 정도로 비열하다. 의리 따위는 개한테 던져준지 오래다. 더 비열한 자만이 살아남는 세상이다.궁극의 그르릉 포인트: 놀랍게도 야쿠자의 전쟁에서 최후의 승자는 카세 료다. 착하디 착한 그 이웃집 청년 말이다. 진정 카세 료의 안티 영화(?)다. 고양이 세수: 어머니가 죽고 아파트에 불이 나자 레이는 은둔형 외톨이 형 모리, 드세고 제멋대로인 여동생 리사와 지낸다. 게다가 말도 통하지 않는 일본인 할머니까지 함께 한다. 못말리는 콩가루 집안에서 레이의 평온했던 삶은 점점 엉망진창이 되어간다.고양이 기지개: 으로 국내 여성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덕분에 핀란드가 관광 코스로 급부상했다). 그녀 덕분에 누구나 자기 식당을 갖는 게 꿈이 되었다. 친환경주의적 슬로 라이프를 주장했던 이후, 다문화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을 완성했다. '토일렛'이 제목인 이유는 순전히 할머니 때문이다. 화장실만 다녀오면 깊은 한숨을 쉬는 할머니의 존재는 레이에게 낯설고 부담스럽다. 누구나 예상하는 것처럼, 이번에도 맛의 달인을 떠올리게 만들 요리가 등장한다. 에 코피루왁이 있고, 에 무첨가 얼음빙수가 있다면 에는 손수 빚은 만두가 있다. 궁극의 그르릉 포인트: 극장을 나오는 순간 이미 입안에서 군침이 돌고 있을 게 분명하다. "야끼만두(튀감만두)~!"를 열창하는 당신을 발견하리라. 고양이 세수: 에드먼드와 루시, 사촌 유스티스가 방에 다투는 와중에, 벽에 걸려 있는 그림 속 바다에서 배가 나타난다. 갑자기 그림에서 물이 나오면서 이들은 나니아의 세계로 빨려 들어간다. 이들은 론 아일랜드로 가던 캐스피언 일행과 만나 새벽 출정호에 승선한다.고양이 기지개: 역시 배 타고 하는 모험이라면 이 최고다. 나니아 팀의 배는 낭만도, 허세도, 연애감정도, 땡볕에 말라버렸다. 참으로 미안하지만, 광란의 정신으로 시리즈를 전부 마스터해야 할 사명 것은 없다. 이렇다 할 효과도 없는 3D나 4D 같은 눈요깃거리에 속을 필요도 없다. 자녀들이나 조카를 데리고 가야 하는 미션이 주어진 게 아니라면, 나니아 세계에 잘못 빠졌다가는 팝콘통이 눈물 바다가 될 수도 있다. 어디서 이 영화의 미덕을 찾아야 할지 심란하게 고민한다면 그건 벤 반스 정도다.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기에, 스타 탄생을 예감하는 정도라고나 할까.궁극의 그르릉 포인트: 가 폼나게 보일 때는 늘 사자 '아슬란'이 등장했을 때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MGM 로고의 '어흥' 사자님보다는 간지 있지! 고양이 세수: 이라크에서 근무하는 미국인 트럭 운전사 폴 콘로이(라이언 레이놀즈)는 갑작스런 습격을 받고 눈을 뜬다. 그는 어딘가에 묻혀 있다. 그곳이 땅 아래 관 속 임을 알게 된다. 그에게 주어진 것은 라이터, 칼, 그리고 주인을 알 수 없는 핸드폰뿐이다. 고양이 기지개: 영화는 관으로 시작해서 관으로 끝는다. 주인공 라이언의 얼굴과 목소리를 90분 동안 보고 듣는 경험을 할 수밖에 없다. 스칼렛 요한슨이 아니더라도 지나치게(!) 그에게 몰입하게 된다. 1시간만 넘으면 산소결핍을 느끼고 '쇼생크 탈출'을 꿈꿀지도 모르니, 소심한 분들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스릴러로 생각하면 를 땅 속 '관'으로 바꾸어 놓았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이 영화의 공포는 중동의 테러에 민감한 미국인이 더욱 실감할 수 있는 설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의 또 다른 버전이다. 9.11테러는 미국 땅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미국인)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궁극의 그르릉 포인트: 관 안에 라이언 레이놀즈와 함께 라이터, 칼, 핸드폰을 집어넣는다. 그런데 90분을 때운다고? 그렇다면 그건 시나리오의 힘이겠지! 고양이 세수: 슈만과 아내 클라라가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재능 있는 청년 브람스가 자신의 악보를 들고 찾아온다. 브람스의 천재성을 알아본 슈만은 그를 집에서 후계자로 키운다. 그러나 클라라에 대한 브람스의 사랑이 넘치면서 이들의 관계는 혼란에 빠진다.고양이 기지개: 바흐, 차이코프스키에 이어, 슈만과 브람스까지. 역시 한국 수입 시장은 발빠르다. 요즘 소규모 배급 영화는 둘 중에 하나다. 종교 영화 아니면 음악 영화를 잡아라. 국내 독립영화계에도 음악 영화가 정신없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는 음악 영화라고 하기에는 좀 쑥스러울 정도다. 음악 영화라기보다는 슈만과 브람스가 사랑한 여인 클라라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게 좋다. 보너스로 음악을 듣는 정도다. 문제는 클라라의 사랑도, 슈만의 광기도, 브람스의 젊음도, 제대로 표현이 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 영화는 어떤 맛이나 향기도 주지 않는다. 그저 무미건조하다. 그렇다면 왜 사랑이야기를 한 걸까?궁극의 그르릉 포인트: 이 영화가 밉지 않은 순간은, 클라라가 피아노를 치는 순간 뿐이다. 눈을 닫고 귀를 열어야 더 좋다면 차라리 음반을 고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