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패키지와 포장재의 혁신적인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러쉬는 2005년 이미 천으로 만든 ‘낫랩’이란 포장재를 선보였다. 최근엔 갖고 있던 러쉬 낫랩을 매장으로 가져오면 할인된 가격에 새로운 낫랩으로 교환해 주는 ‘낫-스와프’ 서비스도 시작했다. 패키지를 재활용 원료로 만드는 브랜드도 늘었고, 럭셔리 브랜드들은 다양한 제품군에서 리필 가능한 제품을 선보이며 탄소 배출을 30~50%까지 줄였다. 로레알은 식물성 종이를 사용한 튜브 용기를 2021년에 출시할 예정이고, 샤넬 역시 플라스틱 프리 용기를 개발 중이다.
1 재활용 포장재로 만들어진 웨어러블 마스크 유니콘과 배스 밤, 가격 미정,
Lush. 2 소이 잉크 인쇄로 친환경 패키지를 완성한 심플 라벨 틴티드 모이스처라이저, 1만8천원,
Innisfree. 3 100% 재활용 종이와 수용성 잉크를 사용해 포장한 퓨어 캐스틸 바 솝, 각 8천원,
Dr. Bronner’s. 4 최초의 비건 향수. 씨케이 에브리원, 7만7천원,
Calvin Klein. 5 이솝의 코튼 백과 재활용 소재 용기에 담긴 서블라임 리플레니싱 나이트 마스크, 15만원,
Ae-sop. 6 지속적인 리필 교체가 가능한 보틀 디자인을 적용한 퓨어샷 나이트 리부트 세럼, 11만4천원대,
YSL beauty.
나이와 성별, 스타일에 관계 없이 모든 이들이 사랑하는 유일무이한 아이템은 단연 데님 팬츠가 아닐까. 전 세계적으로 1초에 60개 이상 판매된다는 데님은 우리 옷장에 없어서는 안 될 아이템이지만, 한 벌의 데님 팬츠가 탄생하기까지 무려 1만 리터의 물이 필요하며 치명적인 화학성분까지 배출된다는 사실은 경각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다행히도 리바이스와 리던을 비롯한 데님 브랜드들이 적극적으로 환경보호에 동참하고 있다는 소식. 물 사용량을 90%까지 줄이는 것은 물론 중고 제품을 리사이클링한 컬렉션을 판매해 의미 있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건강 상품으로 각광받던 ‘크릴 오일’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바닷새, 물개, 펭귄, 물고기, 고래 등 남극 동물의 먹이사슬 기초를 형성하고 있는 크릴새우가 온난화와 남획으로 개체 수가 엄청나게 줄어들었기 때문. 이는 남극 생태계에도 치명적이다. ‘그린피스’ 또한 크릴새우의 개체 수가 줄어든 가장 큰 원인으로 크릴 오일의 인기를 꼽았다. 수많은 영양제와 건강보조제가 넘쳐나는 지금, 우리가 반드시 남극에 사는 작은 새우에서 추출한 기름까지 먹을 필요가 있을까?
뷰티 업계가 환경을 위해 ‘덜어 내기’를 시작했다. 무조건 여러 단계의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이 미덕이던 시절을 지나 기능성 아이템 하나로 과잉 케어를 줄이는 시대가 열린 것. 브랜드들은 화장품 성분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 단순히 ‘천연’ 성분을 제품에 담는 것을 넘어 재배, 수확, 추출, 제조, 운반되는 모든 과정을 친환경적으로 바꾸고 있으며, 과학 연구를 통해 화장품 제조 과정에서 천연 자원을 추출하거나 포뮬레이션을 할 때 발생하는 오염과 방대한 에너지를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디올은 캡춰 토탈 라인을 새로 선보이면서 84% 이상의 자연 유래 성분을 담았고, 공정 과정도 디올 가든에서 직접 재배한 꽃을 사용해바이오 테크놀로지를 접목하여 친환경 제조 방식을 택했다. 세럼카인드의 경우 스킨케어 루틴을 한 단계로 줄이는 싱글 케어 포뮬러를 지향한다. 자연 그대로의 원료를 유해성분이나 동물성 원료 없이 사용하고 세럼 하나로 피부 고민을 해결할 수 있도록 고농축 포뮬러를 완성했다. 덕분에 최소한의 케어로 피부 고민이 해결될 날이 머지않았다.
전 세계에서 매일 10억 개의 플라스틱 빨대가 버려진다. 단 몇 분 사용하고 버려지는 이 작은 플라스틱 튜브는 분해되는 데 100년 넘게 걸리며 작은 덩치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해양 쓰레기의 4%를 차지한다! 커피 전문점에서 사용되는 모든 빨대가 솔로 세척해 재사용할 수 있는 메탈 빨대로 바뀐다면 그 변화는 엄청날 수밖에.
백두대간 해발 1200m에 서식하는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 등 우리나라 고유의 상록침엽수가 기후 변화로 병들어가고 있다. 국립산림과학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라산의 구상나무 고사목 발생률은 28.2%, 덕유산이 25.3%, 지리산은 22.9%로 뒤를 잇는다. 우리나라 사계절의 상징과도 같은 침엽수를 포함한 수종을 보호하기 위해 2018년 경상북도 봉화군에 국립 백두대간생태수목원이 개원했다. 그보다 앞선 2016년에 문을 연 백두대간생태수목원 안에 조성된 ‘글로벌 시드볼트’는 노르웨이 스발바르의 시드볼트에 이어 전 세계 두 번째 '종자 영구저장 시설’로 특히 야생식물종의 보전에 힘쓰고 있다. 우리는 노아의 방주에 탄 수종들을 지켜보는 마지막 세대일지도 모른다.
끝없이 녹는 빙하, 바다 생물의 집단 폐사, 떠밀려온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섬…. 그 어떤 것이든 넉넉히 받아줄 것 같았던 지구 최대의 생태계, 바다 역시 끝없이 망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특히 2016~ 2017년 엘니뇨 현상으로 세계 최대규모 산호 서식지인 호주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의 산호초 절반이 ‘초토화’되면서 산호초에 살던 어류와 갑각류들이 서식지를 잃었고, 어업에 의존하던 어민들의 생계까지 위협받는 일이 발생하기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산호초를 찾아서〉는 바다를 구성하던 이 작은 군락의 몰락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최근 나이키는 기업들이 해양 생태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북극해를 해양운송수단으로 쓰지 않는 걸 독려하는 조약에 가입했으며 H&M과 키어링 그룹도 합류를 선언했다.
태평양에는 한반도 면적의 7배에 달하는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존재한다. 1950년, 플라스틱이 처음 발명된 후 인류는 그 편안함을 무분별하게 즐겨왔지만 반대로 지구는 서서히 병들어가고 있다. 더욱 심각한 건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미세 플라스틱이 생태계의 순환에 따라 인간에게 유입되고 있다는 사실. 때마침 플라스틱과의 전쟁을 선포한 패션 하우스의 프로젝트가 눈에 띈다. 환경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안야 힌드마치는 ‘나는 플라스틱 가방이다(I am a Plastic Bag)’ 백을 출시했는데, 이는 폐플라스틱과 비닐에서 추출한 원료로 완성된다. 이 외에도 폴로 랄프 로렌과 컨버스, 빈폴 등 많은 브랜드들이 플라스틱 재사용에 동참 중.
옷을 사기 전에 스스로 물어볼 것. ‘이 옷이 진짜 필요한가?’ ‘최소 서른 번 이상 입을 것 같은가?’ ‘비슷한 것을 갖고 있지는 않나?’ ‘이 옷을 사고 난 뒤 두 가지 이상의 소장품을 기부할 수 있나?’ 이 질문 중 두 개의 답이 ‘No!’라면, 지금은 쇼핑을 참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