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1세기 동안 지구의 다른 지역 기온이 평균 0.8°C 상승하는 동안, 북극은 그 두 배를 뛰어넘는 2~3°C가량이 상승했다. 언뜻 미세한 온도 차이지만 해당 지역에 살고 있는 생물에게는 치명적이다. 러시아 생태진화연구소의 한 연구자는 북극곰의 동족 포식이 늘어나고 있음을 기자회견에서 발표했다. 급격한 온도 변화로 해빙 위에서 사냥하기 어려워지면서 이런 선택을 내리게 된 것 아니겠냐는 지적이다. 네덜란드 사진작가 프랜스 랜팅이 찍은 남극 아델리 펭귄의 사진 또한 우리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온난화로 얼음이 녹아내리자 눈 대신 배설물과 진흙을 뒤집어쓴 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기업에게는 북극이 여전히 ‘기회의 땅’이다. 빙산이 녹은 이후 전 세계 미개발 원유의 25%, 천연가스의 45%가 채굴 가능할 것으로 보고, 북극권 내 영토가 있는 캐나다와 미국, 러시아, 덴마크 등은 쇄빙선을 개발하는 데 총력을 가하고 있다. 우리가 진정 신경 써야 할 것은 안타까운 동물의 사진이 아니라 거대한 탐욕일지도 모른다.
곰의 쓸개인 ‘웅담’을 먹는다는 것은 마치 구전 설화 같다. 하지만 사육 곰은 국가가 장려했던 사업으로 지금도 열 살이 지난 곰이라면 죽여서 쓸개즙을 팔 수 있다. 웅담이 더 이상 돈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소유주에게도 골칫거리가 된, 지금 살아 있는 520여 마리의 반달가슴곰은 어떻게 해야 할까? 2019년 2월에 출범한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는 국내 곰 사육의 인도적인 종식을 위한 프로젝트다. 수의사와 동물훈련사, 디자이너 등이 모여 평생 철장에 갇혀 살다가 버림받은 곰들이 남은 삶을 보낼 수 있는 생츄어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지난해 1500만 원가량 모금을 펀딩받는 데 성공했다. 폐소방 호스를 얻어 곰을 위한 해먹을 설치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먹던 곰에게 단호박과 과일을 먹일 수 있게 됐다. 사육 곰들은 모두 2017년에 중성화 수술을 받았다. 비록 시작은 무책임했을지라도 이 생명의 보다 평화로운 여생을 우리는 책임질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중국의 의료 폐기물이 일일 200톤을 돌파, 새로운 환경 재앙이 될 것이라고 한다. 한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3월 9일까지 소각 처리된 코로나19 관련 의료 폐기물은 총 295.4톤. 격리 병원과 생활치료센터, 자가격리 환자 등 파악 가능한 분량만 해도 이 정도다. 원칙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할 때 콧잔등을 잡아주는 철사와 마스크 풀림을 방지하기 위한 플라스틱 연결고리는 분리 배출하는 것이 맞지만 실제로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 2차 감염의 우려로 종량제 봉투에 배출하는 것조차 불안해 하는 시선도 있다. 코로나 증상이 없는 ‘본인 사용’에 한해, 세탁해서 사용할 수 있는 면 혹은 폴리우레탄 마스크 사용에 관심을 갖는 것은 장기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2019년 기준, 전 세계 51억 명이 개인 모바일 기기를 사용한다. 기기 제조 과정은 물론이고 검색과 스트리밍, 데이터 전송을 위한 시설을 구축하고 가동하기 위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스마트폰을 매일 1시간씩 1년간 사용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밀란~뉴욕 간 항공 노선이 배출하는 125톤에 맞먹으며, 데스크톱을 하루에 8시간씩, 1년 사용하면 1년간 이산화탄소 175kg을 배출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사실. 오늘날 인터넷 사용자 44억 명이 사용하는 전기소비량은 연간 소비량의 10%로, 이를 국가 단위로 보면 중국과 미국에 이어 한국은 세계 3위 에너지 소비국에 등극할 것이다. 이메일과 검색 엔진 사용, 비디오 감상 등 디지털 기술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또한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의 4%에 달할 정도! 디지털 시대의 탄소 발자국 감소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은 다음과 같다. 데스크톱의 절반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노트북 사용에 익숙해질 것, 사용하지 않는 앱은 지우고 일단 구입한 스마트폰은 되도록 오래 사용할 것!
〈깨끗한 휴가 Clean Breaks〉의 저자 리처드 해몬드와 제레미 스미스는 “리조트와 교통수단을 현명하게 선택함으로써 여행이나 휴가 동안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에코 투어리즘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환경을 존중하는 여행지를 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속 가능한 발전과 환경보호, 문화 보전’을 국가의 발전 지표 정책으로 삼은 부탄처럼 말이다. 아름답고 웅장한 6000m 이상의 히말라야 고봉이 즐비한 부탄은 ‘내려놓는 삶’이 무엇인지 경험하기에도 가장 적합한 곳이다. 1회용품 반입이 완전히 금지된 페루 마추픽추도 고려할 만한 리스트. 비행기에 오르는 것 자체가 망설여진다면 국내 여행지의 친환경적 면모를 살펴보는 건 어떨까. 슬로 시티로 잘 알려진 경상남도 하동군이 좋은 예다.
단 한 번의 패션쇼를 위해 얼마나 많은 에너지와 자원이 낭비되는지 알게 된다면, 더 이상 쇼를 달갑게 바라볼 수 없을 듯. 반갑게도 패션계의 화두인 친환경과 지속 가능성 이슈 덕에 런웨이부터 패션위크 진행 방식까지 극적인 변화가 눈에 띈다. 새 시즌 디올 쇼장의 나무 숲은 다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으며, 루이 비통은 런웨이에 사용된 목재를 모두 재활용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쿠튀르 컬렉션 진행 방식도 흥미롭다. 컬렉션 기간 동안 전기차 셔틀을 운행하고 종이 프린트 대신 스마트폰 앱으로 쇼 노트를 제공한 것. 이처럼 자원 낭비를 줄이고 합리적인 길을 모색하는 패션계의 시도가 더욱 활발해져야 할 때다.
환경오염은 전 세계의 빈곤 문제와 연관돼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UN이 지속 가능한 발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17가지 목표를 발표했다. 세계의 빈곤과 불평등을 끝내기 위한 이 목표들은 경제를 발전시키고 환경보호를 돕자는 지침으로 그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지역 농산물을 이용하자’ ‘지역 사회의 아이들이 교육받도록 돕자’ ‘깨끗한 물과 위생을 보전하자’ ‘에너지 효율 제품만 사용하자’‘책임감 있는 생산과 소비를 하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에서 우리는 환경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대나무 칫솔이나 헤드 부분만 교체 가능한 칫솔을 사용하고, 미세 플라스틱이 없는 치약을 구입하는 것, 화학 성분 대신 소다와 코코넛 추출 계면활성제 등을 적용한 친환경 세제를 이용하는 것처럼 일상품을 친환경 용품으로 바꾸는 것이 그 시작이다. 인테리어 용품이나 가구를 구입할 때도 합성 소재보다 나무와 판지, 유리와 리넨, 면, 라탄처럼 재활용 가능하거나 업사이클링으로 탄생한 소품에 관심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 이왕이면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기기를 사용하는 건 어떨까? 서울시는 2022년까지 서울의 가정용 보일러 363만 대 중에서 10년 이상 노후된 보일러 90만 대를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로 전면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