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순, 그도 멜로드라마를 꿈꾼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박희순은 잘 꾸며진 상업적인 배우와는 거리가 멀다. 대중과 소통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다만 자신만의 방식대로 다가가느라 아주 조금 더딜 뿐이다. 진정성의 조각들을 차곡차곡 모아놓은 그의 작품들이 소박하면서도 멋스러운 이유다. 잔잔하기 그지 없는 그의 내면을 들여다보았다.::박희순, 혈투, 고창석, 진구, 맨발의 꿈, 10억, 박훈정 감독, 악마를 보았다, 부당거래, 엘르, elle.co.kr:: | ::박희순,혈투,고창석,진구,맨발의 꿈

에 이어 이번에 찍은 영화 도 혹시 또 오지로?80%는 세트 촬영 20%는 야외 촬영이었다. 근데 야외도 거의 소금 밭에서 찍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눈하고도 인연이 깊다. 때도 거의 여름에 소금을 깔아 놓고 했고, 도 잠깐 눈 오는 장면 찍었고. 이번에도 거의 흰 칠을 할 정도로 눈보라 치는 배경이 있다. 후유증은 없었나?세 명이 같이 링거를 맞으러 갔다. 소금에 절어 있는 데다가 혈투를 벌여야 하니까 힘들더라. 액션이, 그게 와이어처럼 막 멋있는 액션이 아니라 칼만 들었을 뿐이지 거의 개싸움이었거든. 그렇게 밤새도록 찍고 아침이 됐는데 도저히 촬영을 못하겠더라. 셋이 상투 틀고 수염 붙히고 옷 그대로 입고 근처 조그마한 병원으로 가서 링거 맞고 다시 촬영했다.시나리오를 보진 않았지만 왠지 끝까지 가면 같을 것 같다. 그 결말에 대해서는 이 작품이 들어가기 전부터 이야기가 나왔다. 사실 불 보듯 뻔한 거잖아. 혈투, 세 명의 개싸움 후 남는 건 무엇인가. 이게 과연 상업적인 코드로 맞을 것이냐 때문에 처음부터 논란이 많았었지. 감독을 만나봤는데, 의외로 공과대 대학원생인 것처럼 얌전했다. 시나리오 쓸 것처럼 안 생겼더라. 오히려 멜로 찍을 것 같던데.감독님을 처음 만나러 갈 때 완전히 변태가 올 줄 알았다. (웃음) 이미 와 시나리오를 다 봤기 때문에, 이 사람은 마초 아니면 변태일 것이란 예상을 하고 갔거든. 그런데 진짜 범생이처럼 일자 앞머리에 안경 낀 서울대생 같은 사람이 나타나더라.현장에선 어땠나?보통 신입 감독 같은 경우에는 스텝이나 배우들을 믿지만 자기 욕심에 또 다른 각도에서도 찍어보고 싶어하기 마련인데 이 사람은 자기가 생각하는 그림 나왔다 그러면 바로 오케이를 했다. 이 사람이 진짜 신인감독이란 말이냐 이 정도였지. 지금까지의 작품들을 보면 비교적 고생한 거에 비해서 흥행을 못했다. 주목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흥행이 안 되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나.(웃음) 내가 가지고 있는 취향이나 지향점이 기존에 있던 상업영화와는 다른 맥을 가고 있는 것 같긴 하다. 그런데도 꾸준하게 시도하는 이유는 관객들도 언젠가는 마음을 열고 이런 작품들도 받아주지 않겠나. 진짜 촬영 현장에서 힘들지는 않았나? (웃음)연극할 때 목검으로 많이 공연을 했거든. 조금 익숙하기도 하고. 속으로는 조금 자신이 있었는데 그런데 나이도 있고 그래서인지 조금만 해도 힘이 들더라.아무래도 비교적 어린 진구 씨가 제일 잘했겠다.아니, 창석 씨. 진구랑 나는 술, 담배를 많이 해서 땀을 많이 흘리고 힘들어 하는데 창석 씨는 땀을 별로 안 흘리는 스타일이다.오, 진짜 의외다.액션 연습을 가면 진구나 나는 합을 어느 정도 맞춘 다음에 액팅이 들어가는데 창석 씨는 처음 가르쳐주자 마자 연기까지 같이 들어간다. 그래서 우리가 좀 살살하자고 그랬지.시나리오를 보고 영화를 찍고 나면 대박 날 것 같은 영화나 쪽박 찰 것 같은 영화가 구분이 되는 편인가, 는 어떤가?보통 관객들과 소통될 수 있겠다 소망을 가지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이건 안 될 것 같은 게 있다. 안 된다는 건 작품적으로 안 된다는 게 아니라 흥행적으로 큰 에너지를 발휘하지 못할 것 같은 작품이라는 거다. 그런데 는 감이 전혀 안 온다. 물론 내 감이 한 번도 맞은 적도 없지만. (웃음) 그래도 는 맞춘 것 같다. 다른 배우들을 보면 특히 아끼는 작품을 끝내고 나면 많이 몰입을 해서 그런지 캐릭터에서 빠져 나오기 굉장히 힘들어 하더라. 가 흥행 성적이 안 좋자, 송강호 씨가 술 마시고 울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나도 그 옆에서 같이 울었을 거다. 다들 그렇겠지만, 고생을 해서 그 캐릭터에 빠져 나오기 힘든 게 아니라...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 망했기 때문에 빠져 나오기가 힘든 걸 거다. (웃음) 미련과 애착이 남아서. 나에겐 이 그랬던 것 같다. 그 때, 충격이 커서 해외로 도망 갔었다. 오지에서 그 고생을 하고 촬영을 했고, 평가도 좋았는데 말이야. 혹시 멜로드라마를 하고 싶진 않나?인터뷰 때마다 얘기를 하고 다녔는데 왜 안하고 싶겠나. 사실 몇 개 들어오긴 했는데 신파 멜로였다. 나는 가슴 아픈 거 그만 하고 싶다, 진짜 사랑을 하고 싶다고 해서 고사를 했다. 사랑마저도 힘들게 하고 싶지 않거든. (웃음)멜로 찍을 때 함께 하고 싶은 상대역 있나?누가 어울릴 것 같나. 추천 좀 해줘 봐라. 예를 들면?왠지 박희순의 멜로라고 생각하면 왠지 어울리는 사람이 팍 하고 떠오르질 않는다.왜 그런 선입견을 가지나! (웃음) (송)강호 형도 신세경 씨랑 찍는데. 은근 내가 정신연령이 맞다니까. 그럼 한효주?감사합니다. 하하하. (웃음) 내가 점점 아저씨가 되어가나 보다. 옛날 같으면 고맙다 이 정도였는데, 감사합니다 하고 좋아하는 거 보니까. 그런데 요즘은 아저씨가 되게 칭찬이라더라 원빈 때문에.원빈은 대한민국 0.01% 아저씨다. 오히려 의 박희순이 더 이웃집 전당포 아저씨 같은데. 하하.그러니까, 그런 걸 날 시켰어야지. 이정범 감독이랑 술 몇 번 먹었거든. 술만 먹고 캐스팅을 안 해. 그 양반이 팬이라고 작품 같이 꼭 하자더니 그런 건 원빈 시키고 말이야. 이제 떠가지고 나한테 연락하겠냐고. 난 오지 가는 거나 시키겠지 뭐.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