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고기, 대체육이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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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성 고기, 대체육이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지난 1월 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가장 인기를 끈 제품은 엉뚱하게도 식물성 고기였다. 질병과 자연재해로부터 우리를 구원해 줄 대체육이 국내에도 성공적으로 강령하려면 한국형 모델이 필요하다. 지금, 비건 트렌드에 관한 이야기 세 번째.

ELLE BY ELLE 2020.04.12
 
사람들이 점점 육식을 멀리하고 채식주의자 혹은 비건이 되는 이유는 셋으로 나뉜다. 첫째, 본인의 건강을 위해서다. 우리가 일상을 영위하는 데 필요하다고 여긴 고기가 오히려 몸을 해친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르면서 동물성 단백질의 신화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고기는 체액을 산성화하고 염증을 유발하며 혈관을 약화시켜 각종 암과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 등 무시무시한 질환을 초래한다. 우리의 오랜 믿음과 달리 단백질은 광합성한 식물에서 유래한다. 단백질의 보고라고 여겨온 소와 돼지, 닭은 중개자일 뿐이다. 즉 채식해도 충분한 양의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동물권과 관련이 깊다. 지구에 공존하는 ‘비인간 동물’의 권리를 인간이 약탈할 수 없기에 육식 자체를 부정한다. 마지막은 지구 환경을 걱정하는 차원이다. 식용 가축을 기르는 데 너무 많은 땅과 물이 낭비되며 심각한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과 환경오염을 초래한다. 이 중 한 가지라도 진지하게 파고들면 무조건 채식을 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고기 맛을 알아버렸다. 의식적으로 채식을 지향하더라도 가끔 고기 맛이 사무치게 그리울 터. 또 현대 조리법들이 육식을 중심으로 발달한 탓에 한순간에 식탁에서 고기를 퇴출하기 어렵다. 당장 고기 없이 요리하라면 많은 이들이 조리대 앞에서 고장 난 로봇처럼 행동할 것이다.
특정 비건을 겨냥했던 대체육 시장이 지난 5년 동안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가장 놀라운 변화는 패스트푸드 기업들이 대체육을 활용한 제품을 내놓기 시작한 것. 두툼한 육질과 풍부한 육즙을 강조해 온 버거킹이 가장 먼저 비건 버거를 출시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버거킹에 비건 패티를 공급하는 ‘임파서블푸즈’와 미국 대체육 시장의 주축을 이루는 ‘비욘드미트’는 엄청난 투자액을 끌어들이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빌 게이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미국의 유명인들이 투자에 앞장서 특히 화제를 모았다. 사실 버거킹이 비건 버거를 판매한다는 사실보다 두 회사에 몰린 상상을 초월하는 투자금액이 더 화제가 되어 국내에서도 연일 대체육 관련 뉴스들이 쏟아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기업과 투자자들이 슬슬 대체육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동원F&B가 비욘드미트의 버거 패티를 수입하여 국내에 판매했고, 많은 식품 회사들이 대체육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그 성과가 지난 연말부터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오뚜기는 비건용 마요네즈와 라면을, 롯데는 ‘엔네이처 제로미트’라는 브랜드를 출시하며 너겟과 커틀릿 형태의 비건 식품을 선보였다. 특히 롯데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계열사인 롯데리아가 국내 패스트푸드 중 최초로 비건 버거를, 세븐일레븐이 콩불고기를 이용한 버거와 김밥 등을 판매한다. 또 다른 편의점 브랜드 CU는 식물성 재료를 활용한 도시락과 버거, 김밥 등의 채식주의 간편식 시리즈를 출시했다. 한편 국내 푸드테크 스타트업인 ‘지구인컴퍼니’는 자체 기술력으로 만든 식물성 고기만두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대체육이 가정 간편식 시장에 편입될 정도로 관심과 수요가 증가하자 온라인 푸드마켓 ‘헬로네이처’는 아예 ‘비건’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햄버거는 우리의 주식이 아닙니다.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제육볶음, 두루치기, 닭갈비, 치킨 등을 대체할 제품이 나와야 합니다. 홍콩의 푸드테크 기업 ‘옴미포크’는 홍콩을 대표하는 음식인 딤섬을 비건으로 완벽히 대체했습니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닭고기와 돼지고기를 대신할 식물성 고기를 개발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특히 회식 문화를 바꾸려면 비건 삼겹살집도 생겨야 하고요.” 비건이자 동물권 운동가 전범선 씨의 주장이다. 맞는 말이다. 호기심에 국내에 수입되는 비욘드미트의 버거 패티를 구매해 맛본 적이 있다. 우리는 보통 집에서 햄버거를 잘 만들어 먹지 않는다. 햄버그스테이크처럼 불에 살짝 구워 밥과 함께 상에 올렸다. 향부터 맛, 식감까지 이질감이 너무 컸다. 아무리 소스를 듬뿍 찍어도 특유의 향이 가려지지 않았다. 향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성분 표기를 들여다봤다. 분리 완두콩 단백, 카놀라유, 정제 코코넛 오일, 감자전분…. 수많은 성분을 읽어 내려가던 중 뜻밖의 재료를 발견했다. 비트 과즙 추출물이었다. 범인은 비트였다. 왜 굳이 비트 과즙을 넣었는지 찾아보니 쇠고기 패티의 속살이 띠는 선홍색을 재현하기 위해서라고. 미국 사람들은 패티에서 나는 과일 향을 전혀 이질적이라고 여기지 않는 걸까. 돌이켜보면 빵에 각종 부재료를 끼워 넣고 소스를 듬뿍 뿌려 햄버거를 만들어 먹었으면 좀 덜 이질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롯데리아의 비건 버거는 먹을 만했다. 콩과 밀 단백질로 만든 패티만 따로 먹어봤을 때 무 맛에 가까웠지만 과일 향이 나는 패티보다 덜 어색했다. 하지만 전 씨의 말대로 햄버거는 우리 주식이 아니다. 비욘드미트와 임파서블푸즈가 식물성 패티를 만들어 전 세계의 돈을 그러모았다 해서 우리도 패티를 만들 때는 아닌 것이다. 물론 국내 햄버거 시장도 3조 원의 규모지만.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고기를 대체할 식물성 식재료를 개발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여전히 한국인만 성인병으로 고생하고 동물의 권리와 환경오염에 무감각하다는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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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이주연(미식 칼럼니스트)
    에디터 김아름
    사진 우창원
    디자인 온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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