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나의 비건 라이프

비건으로 사는 이유와 그로 인한 변화, 즐겨 먹는 식단까지. 4인의 비건이 공개하는 비건 라이프스타일. 지금, 비건 트렌드에 관한 이야기 두 번째.

BYELLE2020.04.10
 
 

보선(<나의 비거니즘 만화>저자)

비건이 된 계기 1년 6개월 전 동물권 운동가 게리 유로프스키의 강연을 유튜브로 보고. 농장 동물들의 고통과 내 행동이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더 이상 결정을 미룰 수 없었다. 
달라진 점 어려서부터 괴롭히던 변비가 사라졌다. 몸무게나 몸매는 그대로인데 기분이 훨씬 가볍고 좋아졌다. 
사고의 전환도 겪었나 비건이 되고 각성한 듯 세상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우리가 동물을 대하는 태도에서 모순점을 발견했다. 고깃집에 내건 동물 캐릭터라든지, 실생활에서 죽어서 식탁에 오르는 동물을 어린이용 TV 프로그램에서 친구로 묘사하는 장면을 보고 기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내가 무심코 하는 행동이 다른 존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하게 되면서 선택의 기로에서 더욱 신중해졌다. 처음에는 동물권을 고려하여 비건이 됐지만, 이제는 관심이 환경보호로 확장됐다. 
비건을 어떻게 정의하나 인간은 물론 비인간 동물까지 지구의 많은 존재가 덜 고통받기를 바라며 노력하고 실천하는 사람.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노력’이라는 단어를 쓴다. 
난관은 없었나 보통 적응하는 데 100일이 걸린다고 한다. 그 시간 동안 많이 먹어도 어쩐지 덜 먹은 것 같은 헛헛함을 느꼈다. 
책을 통해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 비건이 되고 ‘불완전’이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 불완전해도 좋으니 비거니즘에 다가갈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 
실천하는 방법은 먹는 것, 입는 것, 쓰는 것, 심지어 말하는 것도 포함한다. 누구나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면 세상이 굉장히 많이 달라질 것이다. 완벽한 비건 한 명보다 불완전한 비건 지향인 100명이 더 가치 있다. 
 

박지혜(비건 먹방 유튜버 ‘초식마녀’)

비건이 된 계기 지난해 2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카우스피라시〉를 봤다. 영화가 끝나자 비건이 돼 있었다. 
뭐가 달라졌나 좋은 변화들은 한 달 안에 모두 일어났다. 화장실을 규칙적으로 가고, 덩달아 피부가 좋아졌다. 아침잠이 많은 편이었으나 새벽에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다. 저녁으로 채식 요리를 잔뜩 먹고 자도 아침에 몸이 개운했다. 주짓수를 배우는데 예전에는 한 끼만 굶어도 힘들어서 운동을 못했다면, 지금은 배고파도 계속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에너지가 넘치고 지구력, 유연성이 향상됐다. 늘 따라다니며 괴롭히던 무기력증과 우울감도 사라졌다. 
이점이 많아 보인다 자신에게 가장 좋다. 심지어 다른 동물의 고통을 줄이고 환경에도 도움을 주니 안 할 이유가 없다. 
가장 큰 불편함 불편하다기보다 타협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 가령 주변에서 두유가 당연히 비건 식품일 거라고 여기고 선물했는데 거기에 동물성 비타민인 D3가 들어 있다거나. 또 실생활에서 팜유가 들어간 제품을 완전히 피하기 어렵다. 팜 오일이 식물성이어서 괜찮을 것 같지만 야자나무를 심기 위해 굉장히 많은 숲이 파괴되며, 그 과정에서 오랑우탄이 잔인하게 죽임을 당한다. 간혹 현실에 타협하려는 내 게으름과 외면하려는 내 자신이 불편하다.
비건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동물을 이용한 폭력적인 산업이 사라지기 전까지 이를 보이콧하는 것! 
비건 먹방, 신선하다 원래 요리해서 먹는 걸 좋아한다. 이론적으로 도움 되는 영상을 만들 수도 있으나 아직 공부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채식은 맛없을 거라는 선입견을 깨고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목표를 뒀다. 나처럼 게으른 직장인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백 마디의 옳은 말보다 한 그릇의 맛있는 음식이 더 설득력 있다고 믿는다.
 

전범선(가수, 동물권 운동가)

비건이 된 계기 대학생 때 피터 싱어가 쓴 〈동물 해방〉을 읽고 설득당해 채식주의자로 살다가 2017년 동물권 단체 ‘동물해방물결’을 발족하며 사상과 행동이 다르면 안 된다는 생각에 비건이 됐다. 
개인적인 실천에 그치지 않고 비건 운동가로 활동하는 이유 나만 불편하면 억울하잖아. 나 혼자 비건이면 너무 불편하다. 사회적 편견에 혼자 맞서야 하고 당장 끼니를 해결할 식당도 드물며 소비가 적으니 그만큼 가격도 비싸다. 더 많은 사람들이 비건화되어야 내가 편해진다(웃음). 반쯤 농담이고, 가장 중요한 핵심은 동물 해방이다. 한 명이 비건이 되면 평생 수천 마리의 동물을 살릴 수 있다. 
비건으로 사는 어려움 카투사 출신이어서 정작 군생활은 괜찮았는데(전투 식량으로도 채식이 있었다), 육군훈련소에서 정말 힘들었다. 3일을 버티다가 도저히 배가 고파 제육볶음을 먹고 다 게워냈다. 그때부터 아이러니하게 나는 고기 파는 비건이 됐다. 배식받은 고기를 전우들에게 주면서 밥을 한 숟갈씩 더 얻었다. 정말 5주 동안 밥만 먹고 버텼다. 법무부에서 인턴십을 할 때도 점심 먹을 때마다 상사들이 내 존재를 불편해 했다. 그런 어려움을 모든 비건 직장인이 겪었거나 여전히 겪고 있다. 일반 회사원으로서 ‘채밍아웃’ 하는 것 자체가 무척 부담스러운 사회다. 
주로 어떻게 끼니를 해결하나 서울에 비건 식당이 많이 생겨 반갑다. 올해만 해도 40여 곳이 오픈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생활 반경에 늘 비건 식당이 있지 않으니 집에서 해 먹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원래 나는 ‘정크 비건’이었다. 비욘드미트 버거 패티에 채식 라면을 즐겨 먹었다. 철저하게 동물권을 위해 비건이 됐기에 그동안 채식하면서도 개인 건강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이왕 비건 식단을 따를 바에 내 건강도 챙기자는 생각이 들어 자연식물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어제는 더덕을 구워 현미밥에 올려 먹었다.
 

안백린(비건 셰프) 

비건이 된 계기 고등학생 때 자꾸 뾰루지가 나고 소화가 안 돼 고기를 점점 멀리하다가 대학에서 음식과 인간의 상관관계를 공부하며 우리가 자연과 동물을 심각한 수준으로 착취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비건을 지향하게 됐다. 
비건을 실천하고 겪은 변화 우선 뾰루지가 사라졌고, 지속 가능성에 관심이 생겼다. 건강 때문에 시작했더라도 비건으로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비인간 동물의 삶과 환경으로 관심이 옮겨간다. 옛날에는 철저히 인간 중심적 사고를 했다면 이제는 훨씬 더 포괄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비건을 어떻게 정의하나 지향점이라고 여긴다. 아무리 비건, 동물권, 환경보호에 감수성이 있는 곳에서 일하더라도 비건을 완벽하게 실천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음식에 가미된 조미료 등이 식물성 원료에서 기인했는지 알 수 없는 순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비건을 지향점으로 인식하는 것이 더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난관은 없었나 셰프로서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일을 즐기는데, 매번 메인 디시를 맛보지 못한다. 메인 디시는 보통 고기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아쉬운 마음에 애피타이저만 네 개씩 먹는다. 비건은 여러모로 여유가 있어야 한다. 타인에게 다른 신념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려면 마음의 여유가, 끼니를 챙기기 위해서는 도시락을 싸서 다닐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 남처럼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한 끼 때우려 해도 선택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건으로서 신념을 지킨 이유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스토리를 통해 정신을 채워주는 채식이 사람을 더 쉽게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목도했다. 말보다 음식으로 채식을 표현했을 때 사람들이 더 마음을 열더라. 그때마다 변할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봤기에 비건 셰프로서 힘을 얻었다. 
즐겨 먹는 음식 집에서는 주로 콜리플라워를 구워 먹는다. 비건 버터에 콜리플라워를 굽기만 해도 정말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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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글 이주연/서다희
  • 에디터 김아름
  • 디자인 온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