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나와 지구의 연결고리 #ELLE 보이스

코로나19 사태 그 이후, 그러니까 사회적 거리 두기가 끝나면 자연과의 거리 두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BYELLE2020.04.02
 
한 달여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을 거치면서 약간의 무기력을 경험 중이다. 다니던 체육 센터도 수영장도 임시 휴관에 들어갔고, 출간 준비 중이던 책은 당분간 보류됐다. 약속이나 미팅을 줄이고 집에서 끼니를 만들어 먹는다. 특히 식사에서 육류의 비중을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나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놀라거나 비웃을 일이지만 더는 고기를 맘 편히 즐기기 어렵다. 나의 육식 그리고 지금의 사태가 과연 아무 상관없는 일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서다.  
 
홈 트레이닝을 하는 사이 유튜브를 통해 구할 수 있는 모든 팬데믹 다큐멘터리들, 전 지구적 전염병을 다룬 많은 재난영화들, 해외 기사와 관련 도서를 섭렵한 다음 나는 결론을 내렸다. 코로나19로 인해 결코 인류는 멸망하지는 않을 거라고. 최근의 다른 바이러스들이 그랬듯 코로나19 역시 확산 속도가 점차 더뎌지거나 백신이 개발돼 심각성이 떨어질 거라는 걸 역사는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하지만 그렇다면 거시적으로 봐서 정말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많은 사망자, 사회 전체의 스트레스,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 손실, 자유로운 이동 통제와 인종간·지역간의 혐오…. 우리가 치르고 있는 이 모든 비용도 엄청나지만 정말 두려운 건 변종 인플루엔자의 유행이 언제든 이유 없이 반복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시기를 겪으며 내 스스로의 정체성 일부로 여겨온 ‘건강한 사람’이라는 특질이 얼마나 연약한가 깨달았다. 면역의 관점에서 개인의 건강은 결코 자신만의 것일 수 없다. 체력이 좋다고 해서 감염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고, 건강관리를 잘해왔다 해도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하니까. 저자인 율라 비스가 아들을 낳고 기르며 써내려간 논픽션 〈면역에 관하여〉를 읽다가 나처럼 자기 몸에 대한 통제력을 과신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면역 마초’라는 단어를 발견하고 뜨끔했다. 질병이 어떤 생활방식에 대한 징벌이 아니듯 건강 또한 몇 가지 퀘스트를 수행한다고 주어지는 보상이 아니다. 내 건강은 타인들이라는 환경에 빚질 수밖에 없다. 비스의 결론처럼 면역이란 공동체가 공유하는 공간, 함께 가꾸는 정원인 것이다. 이 정원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시각을 지구로 넓혀서 보려고 한다. 변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위험은 야생동물에게서 온다. 에볼라, HIV, 사스, 메르스 등은 박쥐, 침팬지나 낙타 같은 야생동물에게서 변이를 일으켜 인간에게 전파되면서 발생한 질병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돼지나 닭 같은 가축들이 전파의 매개가 된다. “삼림 벌채로 더 많은 야생동물이 인간과 접촉하며, 공장형 축산은 인간을 감염시킬 바이러스로 발전시킬 가능성을 높입니다(〈익스플레인: 세계를 해설하다〉).” “엄청난 수의 동물들은 사방이 막힌 곳에 갇힌 것만으로도 바이러스 확산과 돌연변이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판데믹: 인플루엔자와의 전쟁〉).” 박쥐에게 벌을 내릴 수 있다면 속 편하겠지만 동물들은 죄가 없다. 문제는 인간이 동물을 다루는 방식의 이기성이 극에 달했다는 거다. 무분별한 개발로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침해한 죄, 공장식 축산을 위해 너무 많은 생명을 가둬 기르며 필요 이상으로 죽이는 죄(공장식 축산이 기후 위기와 지구 온난화에도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지는 많은 자료가 알려준다)의 결과가 다시 인간을 향하고 있다.
 
지금 상황이 내게 알려준 것은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 그리고 내가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들과 어떻게 연결돼 있는가 하는 각성이다. 태풍이 지나가고 나서 무너진 자리들을 다독이고 수습하듯이, 코로나19 이후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끝나면 자연과의 거리 두기가 필요할 때 아닐까? 우리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자연과 풍요로운 자원을 물려주기 위해서라는 낭만적 신화를 믿고 싶지만 현실은 그보다 더 절박한 것 같다. 다음 세대를 위해, 동물들을 생각하는 이타적인 이유를 제외하고 최소한 우리 자신부터 안전하게 살아남기 위해서 말이다. 마스크를 벗고 다시 수영장에서 헤엄칠 수 있는 날을 간절히 바라는 만큼, 실패하더라도 채식 지향 생활의 실험을 계속해 보자는 생각도 강해진다. 내 건강은 다른 사람뿐 아니라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에게도 빚지고 있으므로.
 
writer 황선우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저자이자 운동 애호가. 오랜 시간 잡지 에디터로 일한 그는 여성의 일과 몸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한다.

Keyword

Credit

  • 에디터 이마루
  • 사진 unsplash
  • 디자인 전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