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을 위한 새 옷으로 트렌치코트와 재킷 중에서 어떤 게 좋을까 고민할 때까지만 해도 이런 상황이 우리 앞에 닥칠 줄 몰랐다. 하늘거리는 봄옷이나 화사한 컬러의 립스틱 따위가 무용해진 이 봄날에, 산뜻한 기분을 선사해 줄 옷 어디 없을까? 집 안에만 머물더라도, 입는 것만으로 밝은 에너지를 채워줄 물건이 없을까. 나는 단번에 스트라이프를 떠올린다. 요트와 바다, 여름의 햇빛을 담은 줄무늬 티셔츠를.

1963년 영화 〈Naughty Girl〉 촬영장에서 브리짓 바르도 @게티 이미지

1950년, 미국 플로리다의 한 해변에서 촬영된사진 @ 게티 이미지

브랜드의 130주년을 기념하기위해 세인트 제임스 본사 300명의 직원들이 줄무늬 스웨터를 입고 몽 생 미셸 만을 건너는 퍼포먼스를하는 모습.

Ⓒ세인트제임스 홈페이지(www.saint-james.com/fr)
노르망디 지역에서는 18세기부터 영국과의 교역이 활발했고,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선원들은 튼튼한 스웨터를 원했다. 비와 바람으로부터 선원들의 몸을 지켜줄 작업복은 몽 생 미셸의 목초지에서 자란 양에서 생산된 고품질의 양모로 만들었다. 그리고 바다 위에서도 눈에 잘 띄는 블루, 레드, 화이트 세 가지 컬러와 스트라이프 패턴이 더해졌다.

1968년, 생 트로페에서 요트를 타고 있는 브리짓 바르도, 알랭 드롱, 그리고 프랑스 요트왕 에릭 타바를리. 에릭 타바를리는 마린룩의 대중화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다. @게티 이미지

장 뤽 고다르의 영화 〈경멸(Le mépris)〉 속 브리짓 바르도 Ⓒimdb.com
세인트 제임스의 초창기 스웨터는 전문 선원들을 위한 특별 매장에서 판매되었지만 요트 경주 대회에 참가한 항해사들이 입으면서 일반인들도 스트라이프 셔츠를 따라 입기 시작했고, 남부 프랑스의 리조트에서 바캉스를 즐기는 유명 인사들 사이에서도 크게 유행했다. 그렇게 마린룩이 대중화된 이후 세인트 제임스 역시 급성장하게 된다.
20세기 이후 세인트 제임스는 다양한 라인의 캐주얼 웨어를 만드는 회사로 발전했지만, 전통적인 방법을 기반으로 한 장인 정신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본사 공장에서는 지금도 높은 품질의 재료를 엄선하고, 전통적인 방법과 현대적인 관리 시스템 아래에서 제품을 제조한다. 2005년에는 ‘전통을 올바르게 계승하고 프랑스의 정신을 전달하는 기업’으로 평가되어 사회에 공헌한 기업에 수여되는 EDC Excellence Award에서 “Ethique & Gouvernance" 상을 받기도 했다.

@게티 이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