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우리 모두 무언가 느끼고 체험하고 각성했다. 3인의 피처 에디터가 코로나 시대의 한복판에서 떠올린 단상들, 그 세 번째.

재난은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에게 더욱 가혹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역시 우리 사회의 어둡고 구석진 곳을 제일 먼저 파고들었다. 여성, 빈곤 청년, 노약자, 장애인…. 스스로 보호할 방어막이 약한 이들은 불가항력적 상황 앞에 한없이 무력했다. 집에만 있어서 답답하다는 투정도 당장 생계와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이들에겐 사치인 것이다. 이번에 드러났듯 신천지 신도가 급증한 데는, 외롭고 궁핍한 이들의 심리를 공략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만큼 대한민국이란 사회가 보듬지 못한 아픔과 어려움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다는 뜻이다. 내 일이 아니라고 무관심했던 누군가의 문제, 골치 아프다고 눈감았던 불의와 부조리는 결국 더 큰 공동의 위기로 돌아온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제일 먼저 차별과 봉쇄를 외쳤던 국가들이 지금 더 혹독한 전투를 치르고 있는 걸 보면, 더 잘 이해된다. 또 두렵고 불안한 상황에서 기꺼이 가진 것을 나누고 서로를 위로하며 애써 함께 웃음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위기를 극복하는 연대의 힘과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한다.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는 연결돼 있으며 공존·공생만이 해답이라는 것을 확인한 쓰라린 배움의 시간이었다(제발 모두 그러했길 바란다). 이달 ‘지구의 날 스페셜’을 준비하며 여러 환경 이슈를 접하면서 같은 생각을 했다. 기후 변화는 분명 그간 개발의 혜택을 누린 자들이 저지른 환경 파괴에 대한 대가인데, 정작 더 큰 피해를 입는 것은 말 못하는 동물과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이다. 스페셜에 실린 기사에서 모델이자 열혈 환경운동가인 릴리 콜은 “많은 이들이 환경보호를 비용 낭비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한다. 어디서 많이 들은 말 아닌가. 저소득층이나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정책에 늘 따라붙는 시혜적 시선과 ‘돈 아깝다’는 비난. 릴리 콜의 인터뷰는 이렇게 이어진다. “우리의 생존은 공동 환경 안보에 달려 있다. 자연에 대한 존중 어린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이 결국 더 행복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 자연을 대하는 방식이든, 이웃을 대하는 마음이든 이것만은 기억하자. 우리는 하나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