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27년 첫 출시될 당시의 ‘외흐 답상스’ 보틀.

1928년 ‘외흐 답상스’ 패키지와 각기 다른 3개의 보틀로 출시된 ‘주, 튜, 일(Je, Tu, Il; 나, 너, 그)’ 패키지 디자인.
루이 비통 메종의 수석 조향사, 자크 카발리에 벨투뤼가 하우스 최초의 향수 이름을 그대로 내걸고 탄생시킨 향 ‘외흐 답상스’. “3년 이상 오리지널 향수의 공식을 찾기 위해 연구해 왔습니다. 당시 빈 향수 보틀 안쪽에 묻어 있을지 모를 잔여물을 분석하기도 했지만 안타깝게도 남아 있는 건 없었죠.” 그 누구도 향을 기억하지 못하고 당시 아카이브 사진 외에는 그 어떤 포뮬러 공식조차 남아 있지 않았지만, 오히려 이 점이 그에게 온전한 자유를 선사했다.

재스민과 메이 로즈 등 그라스 지방의 섬세한 꽃 향기를 바탕으로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외흐 답상스, 100ml 36만원, Louis Vuitton.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20년대, 프랑스인들은 이때를 ‘광기의 시기(Anne′es Folles)’로 부를 만큼 사회 전반적으로 창조의 물결이 넘실대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가능해 보이던 때였죠.” 당시 ‘외흐 답상스’ 보틀엔 최신 운송 수단이었던 비행기가 새겨져 있었고, 도로표지판이 연상되는 디자인의 케이스를 선보이며 여행을 근간으로 창립한 브랜드다운 시대정신을 담고 있었다. 그는 이런 심벌에서 느껴지는 풍요와 낙관의 메시지, ‘부재의 시간’이라는 백일몽 같은 이름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전한다. 기쁨과 사랑, 자유, 휴식의 모습을 마치 신선한 꽃이 풍성하게 쏟아지는 듯한 향으로 재해석한 것. 그라스 장미와 재스민, 미모사 등의 노트가 바람결에 실려오는 섬세하면서도 풍부한 꽃향기를 표현하고, 여기에 따뜻한 바닐라 노트가 세련미를 증폭시킨다. 샌들우드와 머스크는 이 모든 꽃 향을 관능적인 파우더리함으로 부드럽게 감싼다. 프랑스 리비에라 해변과 프로방스 언덕의 풍광이 슬라이드 필름처럼 하나둘씩 눈앞에 떠오르는 느낌. 한 세기에 달하는 ‘부재의 시간’이 아이러니하게도 조향사에게는 ‘무한한 창조의 시간’이 됐고, 그렇게 시간을 달려 2020년 우리 손에 쥐여진 ‘외흐 답상스’. 이제 그 영원한 부활과 자유의 향기를 느끼는 일만 남았다.

1928년부터 1931년 사이에 인쇄된 ‘외흐 답상스’ 신문 광고.

1927년 10월 25일자로 찍힌 ‘외흐 답상스’ 상표권 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