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에 대적할 ‘가짜’ 모피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통조림만큼 혁신적이고, 나일론 백팩만큼 감각적이며, 콘돔처럼 윤리적인 이 시대의 발명품, ‘진짜’에 대적할 ‘가짜’ 모피들이 몰려온다. ::혁신적,포근한,감각적인,스페셜 장소, 레스토랑, 카페,기념일,데이트, 생일, 스페셜 데이,샤넬,블루걸,미우미우,랑방 for H&M,발명품,가짜 모피,대적할,통조림,혁신적,엘르,엣진,elle.co.kr:: | ::혁신적,포근한,감각적인,스페셜 장소,레스토랑

친환경적 아이러니모피 코트 한 벌을 만드는 데 약 40여 마리의 동물이 필요하다. 하지만 40여 마리의 희생을 뒤로하고 만들어진 옷은 단 한 명이 입는다. 모피를 반대하지만 모피 화보를 찍어야 하는 숙명을 가진 패션 에디터의 입장에서는 올 시즌의 퍼 트렌드는 진심으로 반갑다. 왜냐하면 샤넬이나 보테가 베네타 같은 하이엔드의 정점을 찍는 패션 브랜드에서 인조 모피 만들기에 그 어느 때보다 집중했으니까. 럭셔리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 하이패션 브랜드에서 만드는 ‘가짜’ 라니. 웃지 못할 아이너리가 아닐 수 없지만 지금 이 시대는 패션의 순기능을 사회와 문화에 환원하는 것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시대다. 어쨌거나 우리는 그들이 만드는 ‘가짜 모피’ 덕에 패션을 찬양하면서 동시에 지구를 돌볼 수 있게 됐다.내가 ‘진짜’ 모피로 보이니?‘에코’나 ‘오가닉’과 같은 단어가 ‘잇’이나 ‘핫’처럼 패션 용어로 자리 잡은 요즘, 패션 하우스의 가짜 모피 만들기는 시대의 트렌드를 따르면서 시즌을 거스르지 않는 훌륭하고도 멋진 대안이다. 그런 흐름에 동참하려는 듯 많은 디자이너들이 가짜 모피 만들기에 기울인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졌다. 그 중심에 선 샤넬은 일찍이 북극 곰이 그려진 인비테이션으로 쇼 시작 전부터 환경에 대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담은 컬렉션을 예고했다. 거대한 빙산을 쇼장에 그대로 옮긴 샤넬 컬렉션을 처음 봤을 땐 솔직히 왠 ‘바야바’가 등장했나 싶었다. 위아래로 털이 복실복실한 곰인형 탈을 쓴 것 같은 ‘더블 퍼’ 착장은 좀 난해하긴 했어도 칼 라거펠트에 의해 판타지 퍼(Fantasy Fur)라는 이름이 붙여진 의상들은 한 벌도 빠짐없이 모두 인조 퍼로 만들어졌다. 코트와 재킷은 물론이고 스커트와 부츠, 심지어는 팬츠와 시그너처 백 2.55에까지 인조 퍼를 둘렀다. 매 시즌 꾸준히 인조 모피 코트를 선보이는 보테가 베네타는 이번에도 역시 두툼한 초콜릿 색 인조 모피 코트를 내놓았고, 미우미우가 만든 여러 종류의 울 소재를 모아 입체감을 살린 원피스와 코트는 진짜 퍼처럼 표면이 ‘부슬부슬’ 입체감이 살아 있다. 사실 모피와 인조 모피에 대한 논쟁만큼 인조 모피의 출현 역시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철저한 환경운동가 스텔라 맥카트니는 가죽과 모피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그것 이상의 효과와 만족을 주는 소재 개발에 끊임없이 심혈을 기울여왔다. 니트나 모헤어로 모피 같은 효과를 만들곤 하는 스텔라 매카트니의 ‘가짜’ 제품들은 진짜의 그것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팔리기도 하지만 꾸준히 판매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아이러니 중 하나다. 낡은 곰인형으로 만든 것 같은 구불거리는 가짜 모피를 하이패션으로 끌어올린 프라다, 인조 가발로 만든 것 같은 기괴한 코트를 내놓곤 했던 마르탱 마르지엘라 등 시즌마다 디자이너들은 ‘가짜 모피’를 선보이곤 했지만 사실 그것은 F/W 시즌 전체를 놓고 볼 때 매우 작은 부분에 불과했다. 과거에 소개된 가짜 모피들이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 만들기’에 열을 올렸다면, 이번엔 방법과 소재의 다양성에 집중했다. 블루걸은 아크릴과 울을 섞어서 몽글몽글하게 말아올려 동그란 조직들을 이어붙여 양털 같은 니트 아우터를 만들었는데 마치 털실로 만든 폼폼을 기워 만든 것처럼 귀여운 모습이다. 인조 깃털의 활약도 한몫했다. 랑방이나 이브 생 로랑의 원피스의 일부엔 걸음을 걸을 때마다 살랑거리는 입체적인 깃털로 장식됐는데 멀리서 보면 길이가 긴 염색 양털 같기도 하다. 마치 대걸레(?)를 연상시키는 털실 한 올 한 올을 길게 늘여뜨려 짠 두툼한 니트 아우터도 최근 스트리트에서 유행하는 니트 아우터 중 하나다. 니트의 대가 로다테가 만든 에스닉한 니트 피스들은 또 어떤가? 퍼로 둔갑하고자 의도하진 않았지만 사용한 털실 자체에 두툼한 입체감이 살아 있어서 털실을 프린지처럼 늘어뜨리기만 해도 퍼로 만든 스커트나 머플러를 두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1 여러 종류의 울 소재를 섞어서 퍼의 질감을 연출한 원피스. 가격 미정, 미우미우.2 아크릴, 울 등의 소재를 폼폼처럼 부풀려 퍼의 질감을 표현한 재킷. 1백48만원, 블루걸.3 네크라인과 소매 그리고 보디 절반을 모두 인조 퍼로 뒤덮은 재킷. 가격 미정, 샤넬.4 매끈한 표면 질감이 도드라지는 더블 버튼 코트. 24만9천원,랑방 for H&M.5 일명 판타지 퍼로 불리는 인조 퍼로 만든 그레이 코트. 가격 미정, 샤넬.가짜 모피=에코? 최근 가짜 모피를 만들어내며 ‘에코 퍼’라는 이름으로 에코 마케팅을 펼치는 패션 브랜드들은 늘어났지만 과연 가짜 모피가 정말 친환경적이기만 한 걸까? 일부 환경론자들은 “가짜 모피에 ‘환경친화적’이라는 라벨을 붙이는 것은 결코 럭셔리하지 않은 제품에 ‘에코’라는 수식어로 한 단계 높은 부가가치를 더해줄 뿐”이라고 주장하며 결코 가짜 모피의 사용이 진짜 모피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아크릴과 같은 합성섬유를 베이스로 만드는 가짜 모피는 그것을 만드는 과정에 상당량의 석유를 필요로 하고 독성이 강한 염색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 그것이 버려졌을때, 폐기처분하는 방법조차 만만치 않다. 거의 모든 의류 생산 과정이 그렇지 않냐고? 동물보호협회 PETA가 와의 인터뷰에서 “모피는 가죽이나 여타의 패브릭과는 달리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잔혹함을 대표한다. 절대적으로 필요한 아이템이 아니라는 점에서 모피는 가죽과 범주가 다르다. 아무도 추위를 막기 위해 모피를 입지 않는다. 그것은 단순히 신분에 대한 상징이고, 결국 자신의 부를 드러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의견을 밝힌 바 있는데 모피를 입고 싶은 허영을 채우기 위해 불필요한 ‘가짜’를 만들어 입음으로써 모피를 입는 불필요한 행위 위에 또 다른 종류의 환경 오염을 중첩시키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문제다. 반대로 모피 소비가 지구 환경에 피해를 주기만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뉴질랜드의 환경보호단체 월드 와일드라이프 펀드(World Wildlife Fund)는 오히려 여우 털의 사용을 권장하는데 물론 주머니여우에 한해서다. 그들은 이 주머니여우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환경친화적인 퍼’라고 소개하면서 “당신의 구매가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라고 말한다. 뉴질랜드에 7000만 마리나 살고 있는 이 외래종 주머니 여우는 하룻밤 사이에 2만5000t의 풀과 나무를 갉아먹으며 숲의 면적을 줄임은 물론 토착종들의 서식지와 멸종 위기의 동물들에게 엄청난 위협을 끼치고 있다. 주머니여우 털의 소비가 다른 자연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지만 PETA가 이 의견을 수렴할지의 여부는 ‘글쎄’다. 1994년 슈퍼 모델 나오미 캠벨은 PETA와의 모피 반대운동 홍보 캠페인 촬영을 위해 알몸으로 카메라 앞에 섰지만 이듬해 한 패션 매거진과 퍼 화보를 찍고, 펜디의 퍼 코트를 입고 쇼 런웨이에 섰다가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다. 그린 이슈 피크의 달 5월이 되면, 각종 패션 매거진은 물론 패션 브랜드에서는 저마다 ‘에코’라 이름 붙인 캠페인을 통해 에코 백, 에코 컵, 에코 별책 부록 등을 쏟아낸다. 하지만 이렇게 생산된 것들 역시 마케팅을 명목으로 한 불필요한 생산은 아닌지? 결국 패션과 환경은 그것이 어떤 방향을 취하든 간에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 있기엔 모순이 따를 수밖에 없다. 다만 우리는 윤리의식으로 그 모순의 간극을 좁혀나갈 수는 있을 것이다. 지금의 이 ‘가짜 모피’ 트렌드도 단순히 에코가 하나의 거대한 트렌드로 자리 잡은 요즘 시대를 겨냥한, 패셔너블해지고 싶지만 동시에 최소한의 윤리의식을 지키고픈 대중의 심리를 노린 고도의 마케팅으로 끝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12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