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08년에 제작된 바버 최초의 우편 주문 카탈로그 @바버 공식 홈페이지

바버 창립 100주년 기념 포스터 @바버 공식 홈페이지
12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바버는 영국 북동부 사우스 실즈 지역에서 탄생했다. 창립자인 존 바버가 선원들을 위해 제작한 방수소재 재킷이 바버의 시작이었다. 노동자 계층을 위해 제작된 방수 재킷은 아이러니하게도 로열패밀리를 통해 명성을 얻게 된다. 영국 왕실로부터 품질을 인정받아 1974년, 에든버러 공작, 1982년 엘리자베스 여왕, 1987년 찰스 왕세자로부터 각각 로열 워런트를 부여받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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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영국 국민에게 공개된 왕족들의 사진에서 그들이 산책이나 승마, 사냥할 때 바버 재킷을 착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여왕이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고 바버 재킷을 입고 산책하는 모습, 왕자가 바버 재킷을 입고 낚시를 즐기고 그의 아들들이 바버 재킷을 입고 들판을 뛰어노는 모습은 국민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이후 바버 재킷은 더욱 유명해졌다.

2006년 영화 〈더 퀸〉 @imdb.com

2006년 영화 〈더 퀸〉 @imdb.com
방수 성능을 가진 데다가 통기성도 뛰어난 바버 재킷은 영국의 변덕스러운 날씨의 찰떡이었지만, 끝내 넘기 힘든 벽이 있었다. 바로 ‘워크 웨어’라는 이미지였다. 하지만 릴리 앨런, 루퍼스 웨인라이트, 악틱 몽키스 등의 뮤지션들이 바버 재킷을 입고 뮤직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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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버 공식 홈페이지
바버 재킷에 스타일리시한 느낌을 더한 건 순전히 알렉사 청의 공이다. 그녀는 ‘아저씨 재킷’으로 인식되던 바버 재킷을 특유의 사랑스러운 스타일로 소화했는데, 그 방식이 너무나 ‘쿨’했다. 그녀를 따르던 추종자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기꺼이 지갑을 열 수밖에.



바버는 영국을 넘어 미국과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아르헨티나, 뉴질랜드 및 일본, 서울을 포함한 전 세계 40여 개국에 소매점을 두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재킷 외의 다양한 아이템을 포함하는 새로운 라인과 협업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바버의 진정한 가치는 따로 있다.
바버의 클래식 왁스 재킷은 여전히 영국 사우스 실즈의 사이먼 사이즈에 있는 공장에서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는 점. 그리고 클래식 라인의 경우 오래전부터 이어진 형태 그대로 제작된다는 점이다. 승마용 재킷인 ‘비데일’은 짧고 가볍고 마모에 강하게 만들고, 사냥용 재킷인 ‘뷰포트’는 동물의 피를 쉽게 닦을 수 있도록 나일론 소재로 만들고, 모터사이클 재킷으로 제작된 ‘인터내셔널’에는 라이더들이 지도와 시계를 쉽게 꺼내볼 수 있게 하는 비틀어진 포켓을 부착하는 식이다. 승마나 사냥을 하며 이 재킷을 입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반영하는 형태를 유지한다는 것. 대를 이어 입을 수 있는 튼튼한 옷을 만든다는 것. 그것이 바버 재킷의 진정한 가치다. ◉

지난해에 선보인 '바버 X 알렉사 청' 컬렉션 @바버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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