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LIFE

그 여행의 OST

여행을 오래 보존하는 방법, 그 여행의 주제곡을 찾아서. 김모아 작가의 '무엇이든 감성 리뷰' 스물세 번째.

BY권민지2020.03.17
여행을 여행답게, 조금 더 낯선 환경으로 만들며 기억 속에 조금 더 오래 그리고 쉽게 그때의 사유와 걸음, 그날의 냄새와 온도, 밤과 낮, 아름다웠던 날씨와 다정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보존하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 여행지, 머무는 곳에서 날아드는 음악들을 열심히 낚시한 후 그 여행의 주제곡을 정한다.
 
돌아온 건지 떠나온 건지 알 수 없는 또다른 고향이자 천국과도 같은, 프랑스 서쪽 낭트에서 차로 1시간을 달려온 작은 시골마을의 가끔 점심을 먹으러 가는 크레페 집이나 하나 밖에 없는 펍, 월요일마다 함께 요가를 가는 친구의 차 안에서나, BTS를 포함한 K-팝과 K-드라마의 빅 팬인 틴에이저 친구의 핸드폰에서나, 친구 아빠가 사람들을 위해 취미로 하는 바에서나, 들리는 음악들을 하나 둘 메모장에 적거나 또는 사진으로 찍었다가 남편과 집으로 돌아와 들어보며 이번 여행의 주제곡을 정하는 중이다.
 
가장 낭만적인 언어라 여기는 프랑스어. 그 언어로 읊는 시에 멜로디를 얹은 아름다운 명곡들이 많다. 앞으로 한 달도 더 넘게 남은 날들, 많은 음악들이 줄줄이 후보가 되겠지만 지금까지의 후보들, 예비후보 몇 곡을 소개한다.
 
세르주 갱스부르. JTBC PLus 자료실

세르주 갱스부르. JTBC PLus 자료실

1. Serge Gainsbourg - La Javanaise (1968)
프렌치 팝의 대부이자 제인 버킨의 남편이었고, 배우 샬롯 갱스부르의 아빠인 세르주 갱스부르. 영화 〈쉐이프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에서 재즈 뮤지션 마들렌느페이루(Madeleine Peyroux)가 불러 많이 알려졌지만, 개인적으로세르주가 부른 아래 영상의 버전을 제일 좋아한다. 지난 2일, 생일 선물로 남편이 친구와 서점에 들러 사다준 누르면 노래가 나오는 아이들을 위한 책 2권 중 한권에 맨 처음 이 노래가 들어있었다. 나에게 더 깊은 의미가 된 노래, 'La Javanaise'
 
La vie ne vaut d'être vecue sans amour
Mais c'est vous qui l'avez voulu mon amour
Ne vous déplaise
En dansant la Javanaise
Nous nous aimions
Le temps d'une chanson
 
사랑이 없는 삶은 가치가 없다지만
당신은 그런 삶을 원하네요 내 사랑
그대 실례가 안된다면
자바네즈 춤을 추며
서로를 사랑하도록 해요
이 노래가 흐르는 동안에


인스타그램 @brigittedefrance

인스타그램 @brigittedefrance

2. Brigitte - A bouche que veux-tu (2014)
프렌치 인디 포크 여성 듀오 브릿지의 2014년 곡으로 잔잔한 도입부를 지나 신나게 발을 굴리게 되는 중반부를 들으면 침실의 창문을 열고 새소리와 함께 상큼한 매일의 아침을 기억하기에 아주 딱이다.
 
 
인스타그램 @carlabruniofficial

인스타그램 @carlabruniofficial

3. Moon river - Carla Bruni
프랑스 전 대통령 사르코지의 부인이자 슈퍼모델 출신의 가수 카를라 브루니가 부른 이 버전은 밤에 1층 거실의 소파에 앉아 벽난로의 일렁이는 불빛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할 때 자주 듣고 있다. 며칠 전,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밤하늘에 떴던 보름달의 빛이 비치는, 작은 골목길을 걸었던 순간을 가둘 수 있는, 무엇보다 남편이 이곳에 와서 가장 많이 듣는 노래.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오드리 헵번 버전도 함께 들어보시라.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둘 다 정말 좋다.
 
카를라 브루니 버전

오드리 헵번 버전
3곡의 예비 후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매번의 여행을 주제곡 하나에 담아두면 여행에서 돌아와 언제든 꺼내 여행 중의 어느 한순간에 들어앉을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을 마친 후, 어떤 노래가 주제곡이 되었는지도 나누겠다.
 
*김모아 작가의 '무엇이든 감성 리뷰'는 매주 화요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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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글 김모아(@lesonducouple)
  • 사진 JTBC Plus 자료실 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