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디자이너 윤지윤의 아버지는 오랜 시간 안경 렌즈를 만들었다. 그런 아버지와 함께라면 고유하면서도 한국적인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품은 채 ‘윤(YUN)’은 2015년 베를린에서 시작했다. 세대를 잇는 기능과 디자인의 균형은 ‘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학 중 하나로, 이 가치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계속 찾아주는 브랜드가 되길 바란다. 전문 시력 측정사들이 있고 다양한 프레임과 기능의 렌즈를 구비한 안경점이지만, ‘아이웨어’보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불리고 싶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시력이라는 물리적 시야뿐 아니라 삶 자체를 확장시키고 싶기 때문이다. ‘윤’의 첫 서울 매장은 얼마 전 ‘윤서울’이라는 이름으로 성수동에 문을 열었다. 미니멀한 공간에 단정하게 놓인 제품을 보면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의 세련된 취향 이면에는 캐릭터 제품과 동네 빵집의 빵 냄새에 마냥 행복해하는 귀여운 면모도 있다. 어쩌면 윤의 특별함은 이런 의외성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yun.seoul 바우하우스 디자인뿐 아니라 혁신적인 교육 시스템에도 매료됐다. 지난해 바우하우스 100주년 기념을 맞아 찾았던 독일 데사우에서 구입한 파울 클레의 포스터. 파스텔 색상의 미묘한 색감들이 조화로워 애정을 갖고 있다.
베를린에서 요가 강사로도 활약 중인 말로리(Mallory)가 운영하는 릿 랩은 향을 선택할 수 있음은 물론, 케이스도 개별 제작하는 진정한 코스튬 향초 브랜드. 윤서울 매장에서 그녀와 함께 개발한 ‘Yun’ 향을 만날 수 있다.
‘Less is better.’ 디터 람스의 이 유명한 말은 한국적 미니멀리즘과도 일맥상통한다. 안경은 시력 보정 기능과 착용감이 중요한 제품이다. 디터 람스처럼 기본을 잊지 않고 철저하게 기능에 충실한 디자인을 하고 싶다.
학생 때부터 즐겨 쓴 모나미 플러스펜. 내 글씨를 가장 돋보이게 해준다고 생각했던 이 펜의 한정판 세트를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동료에게서 선물 받았다. 아까워서 아직 한 번도 써보지 못한 채 보관 중이다.
여성 유리공예 작가인 오야부 미오의 문진. 성수동 오르에르 아카이브에서 발견했다. 손바닥에 쏙 들어가는 조약돌만 한 크기로, 사실 문진보다 다른 용도로 쓴다. 현관에 두고 출근 전 매만지며 힘을 얻는 식이다.
가족이 모두 라인프렌즈 캐릭터를 좋아해 가족 채팅 창만큼은 ‘라인’을 애용하고 있다. 샐리의 귀여움 속에 감춰진 난폭한 모습이 치명적이다. 브랜드의 결에 맞게 살기 위해 요즘 귀여운 캐릭터에 대한 욕망을 최대한 절제하고 있긴 하다.
작은 갤러리가 밀집한 아우구스트스트라세(Auguststrasse)의 터줏대감이자 윤베를린의 이웃. 어느 공간에서도 보기 힘든 예술적인 주얼리를 미니멀한 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다. 정기적으로 초대 아티스트 전시도 열린다.
베를리너들은 환경 친화적이다. 커피 가루로 만든 카페폼(Kaffeeform)의 컵은 현지 커피숍과 편집 숍 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제품이다. 브랜드 가치도 멋지지만 커피 찌꺼기로 만들었다고 상상할 수 없는 근사한 디자인도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