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3일. 프라다에서 놀라운 소식을 발표했다. 라프 시몬스가 프라다 그룹의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었다는 소식.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가 함께 창조한 새로운 세계는 2020년 9월, 밀라노에서 공개되는 2012 S/S 컬렉션에서 처음 발표된다.
이 천재적인 두 디자이너의 하모니는 분명 아름다울 것이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이 소식이 놀라움을 준 건 조금 다른 이유에서다. ‘프라다’라는 세계는 ‘미우치아 프라다’라는 한 사람 그 자체였기 때문에, 그 세계에 다른 이름이 포함되는 것이 생소하게 느껴진 것이다.
미우치아 프라다를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지난해 5월에 70번째 생일을 맞이한 1949년생 여성. 두 아들의 어머니. 페미니스트. 정치학 박사. 젊은 시절 YSL을 입고 시위에 참여해 논란을 일으킨 사람. 예술작품 수집가. 전통적인 럭셔리에 맞서는 아웃사이더.
할아버지 마리오 프라다가 1913년에 시작한 여행 가방 브랜드에 1978년에 합류한 미우치아 프라다. 그녀는 1984년, 포고노 나일론 백을 히트시키며(이 나일론 백에 관해서는 다음번에 자세히 이야기하기로 하고,) 프라다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리고 1988년에 시작한 기성복 컬렉션은 럭셔리 시장의 가장 높은 곳에 그녀 가문의 이름을 새겼다.

1994년 10월 13일. 컬렉션 의상을 점검하고 있는 미우치아 프라다. 그녀의 앞에 서 있는 모델은 카를라 브루니. Ⓒ게티 이미지
‘여성의 독립과 자유는 늘 내 삶과 작업의 주제’라고 말하는 디자이너. 그녀는 아름다움에 대한 관점을 마구 뒤흔든다. 밀리터리 룩에 팝아트적인 그림을 화려하게 그려 넣거나 투박한 작업복에 왕관을 씌우기도 하고, 실크 드레스에 어린아이 같은 털모자를 씌우기도 한다. 그리고 그녀가 창조하는 컬렉션에 언제나 등장하는 아이템이 있으니, 바로 스커트다.
그녀의 스커트는 다른 이들의 스커트와 다르다. 그것들이 늘 주인공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그렇다. 실루엣과 소재, 더해진 장식들이 낯설기도 하다. 유리나 플라스틱, 나무 같은 것으로 만든 작은 장식들이 짤랑거리고, 독특한 주름이 걸을 때마다 커다란 파도를 만들고, 60년대의 전통적인 실루엣에 디지털 패턴이 더해지기도 한다. 여러 예술 스타일이 혼합된, 하나하나의 아트 피스와 다름없는 이 스커트들은 말 그대로 예술 작품이 되어 전시되기도 했다.

Ⓒ 프라다 코리아 제공

Ⓒ 프라다 코리아 제공

Ⓒ 프라다 코리아 제공
프라다는 매 시즌 새로운 소재와 디테일, 실루엣의 스커트를 발표한다. 하지만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건 그녀 자신이 입은 스커트들이다. 수십 명의 모델의 워킹을 끝난 뒤, 런웨이 끝에서 빼꼼 모습을 드러내는 그녀의 스타일. 여러 시즌의 아이템을 믹스하기도 하고, 브랜드의 중요한 이벤트에 15년 전 자신이 발표했던 스커트를 입고 참석하기도 하는, 일흔을 넘긴 디자이너의 룩은 우리의 고정된 생각들을 뛰어넘고도 남는다. 나이나 시즌과 상관없이 아름답게 존재하는 아이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나는 이 장면이 멋진 스커트를 입었을 때의 기분을 가장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미우치아 프라다 역시 스커트를 비행기에 비유한 바 있다. 스커트는 ‘여성을 허리 아래부분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비행기’라고 했고, ‘인간의 신체에서 허리 아랫부분은 걷는 것, 앉는 것, 춤추는 것과 같은 움직임에 구속되어 있다. 스커트는 수천가지 형태로 나타나는 신체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수단’이라고도 했다. 자신의 몸을 드러내고 과시하는 것이 아닌, 그저 유희의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이보다 더 멋진 정의가 있을까! ◉

영화 〈무드 인디고〉의 한 장면 Ⓒimd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