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부터 4년간, 네 차례의 서울 여정을 통해 이 책을 완성했다. 두 사람은 어떤 식으로 이 도시를 알아갔나 우리는 여행할 때 엄청나게 걷는다. 서울도 오랜 시간 샅샅이 걸으며 탐험했다. 구글 맵을 켜서 동네를 들여다보기도 했다.
작업을 위해 서울을 거닐며 찍은 사진이 4000여 장, 도판과 크로키는 200장이 넘는다고 서울은 굉장히 많은 요소가 혼합된 도시다. 거의 400m마다 다른 에너지와 분위기를 마주한다. 우리는 서울에서 과도할 정도로 많은 데생과 크로키를 했다. 도시가 지닌 방대함을 최대한 담고 싶었다.
영감을 얻고자 참고한 창작물이 있다면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비롯한 한국 영화와 민화를 보았고, 한국 친구들에게 서울에서 좋아하는 장소를 물어보기도 했다. 문래동의 철공소, 노량진 수산물 도매시장, 이태원 등의 대답이 돌아와 많은 도움이 됐다.
노랑, 주황, 파랑 그리고 고동색과 회색까지 5개의 색을 사용해 실크스크린 방식으로 인쇄했는데 실크스크린 인쇄를 선택한 이유는 각각의 색감을 최적화할 수 있는 인쇄 방식이기 때문이다. 인쇄소에 계속 방문해 색이 잘 구현되는지 확인했다. 인쇄에 돌입하면 색채 조절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했다. 그렇게 정성을 들여 달라는 것이 루이 비통 출판부의 요청이었다. 고동색은 루이 비통을 상징하는 색이다.

을지로 3가의 인쇄업자들.

홍대 일대의 어느 불고기 집.

성수동의 불가마.
서울을 관찰하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가장 고민한 것은 서울 특유의 리듬. 이를 구현하기 위해 김밥을 썰고 노량진 수산물도매시장의 수조에서 생선을 꺼내는 서울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고궁, 유물, 봉산탈춤처럼 비일상적이지만 중요한 요소들과 융합하고 교차시켰다.
스마트폰으로 많은 걸 경험하는 시대다. 이 책이 여행자에게 어떤 시각을 선사하길 바라나 우리는 모든 것에 감탄하고 매혹되는 아이의 시점으로 서울을 바라봤다. 불가마를 그린 페이지를 보라. 이런 게 우리 눈에는 정말 멋졌다. 서울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탄과 매혹이 전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