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코르뷔지에, 피에르 잔느레와 함께 디자인한 롱 체어(Chaise Longue) LC 4에 누워 있는 샤를로트 페리앙,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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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of living, 샤를로트 페리앙(Charlotte Perriand, 1903~1999)
정사각형 큐브처럼 완벽한 균형을 이룬 의자 LC 2는 온종일 앉아 있어도 엉덩이가 아플 것 같지 않다. 미니멀리스트 스티브 잡스가 선택해 더욱 유명해진 LC 2를 비롯해 유려하게 흐르는 라인이 아름다운 라운지 체어 LC 4 등 LC 가구 시리즈를 디자인한 샤를로트 페리앙. (르 코르뷔지에 디자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피에르 잔느레와 한 팀으로 디자인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세기 디자인의 선구자로 여겨지는 페리앙은 르 코르뷔지에 스튜디오에서 유일한 여성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였다. 디자인의 중요성과 함께 그 중심에는 늘 사람이 있어야 함을 강조하는 ‘생활 예술’ 작업으로 주목받았다. 그 예로 화려하기만 했던 부엌을 알루미늄과 유리, 크롬 등 차가운 공업용 소재를 활용해 실용적인 오픈 키친으로 변화시켰고, 이는 페리앙이 생활 공간에 불러오려 했던 시적 기능의 상징이 됐다. 1940년에는 일본과 브라질을 방문하면서 대나무 같은 전통적인 소재를 응용한 실용적인 가격대의 가구를 선보여 모던 디자인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프랑스 재건에 기여하기 위해 파블로 피카소와 알렉산더 칼더 같은 예술가들에게 자신의 프로젝트에 동참할 것을 청했고, 1947년 〈엘르〉가 페리앙을 ‘상상 속 여성 정부의 재건부 장관’이라고 표현한 일화를 통해 그녀가 얼마나 야심차고 도전적인 여성이었는지 알 수 있다. 독특한 시선으로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에 대해 재고하고 끊임없이 도전했던 신념이 지금까지 페리앙이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