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7일. 월요일이었고, 전국적으로 비가 내렸다. TV에서는 제62회 그래미 어워드가 방영되고 있었다. 빌리 아이리시가 그래미의 트로피를 싹쓸이하는 장면을 지켜보며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그리고 올해의 신인상까지 네 개의 주요 부문을 한 뮤지션이 독식한 건 1982년 크리스토퍼 크로스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올해의 앨범’을 수상한 최연소 뮤지션(2010년, 당시 20세였던 테일러 스위프트)의 기록이 깨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18세 소녀의 행보도 놀라웠지만, 그날 내 마음을 사로잡은 건 사실 따로 있었다. 미국 하드록의 대부 에어로 스미스(Aerosmith)의 등장이었다. 1948년생. 칠십을 훌쩍 넘긴 스티븐 타일러가 전성기 못지않은 가창력을 선보이고 있었다.

2020 그레미 어워드 무대에서, 에어로스미스와 런 디엠시.
2020년은 에어로 스미스에게 특별한해다. 결성 50주년을 맞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출발해 독일에서 마치는 2020년 투어 일정을 발표하기도 했다. 어느덧 70대가 된 멤버들이지만, 그들의 퍼포먼스는 여전히 막강했다. 그리고 그 무대에는 전설적인 힙합 뮤지션 런 디엠시가 함께했다. 80년대 중반, 힙합과 록의 파격적인 크로스오버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곡 ‘Walk this Way’의 무대를 재현하기 위해서였다. 두 슈퍼스타의 컬레버레이션이 펼쳐진 이 무대에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 있었다. 올해 탄생 50주년을 맞이한 아디다스 슈퍼스타였다.

게티이미지
아이다스 트레이닝 점퍼에 슈퍼스타를 신은 런 디엠시의 모습은 그의 전성기를 떠올리게 했다. 운동화 끈을 메지 않은 채 신고 다니던 슈퍼스타의 슈퍼스타. 그들은 1986년에 ‘My Adidas’라는 노래를 발표했는데, 당시 공연에 모인 관객들은 이 노래가 나오면 신고 있던 아디다스 운동화를 벗어들고 흔들며 화답하기도 했다.

아디다스 코리아 제공
아디다스 슈퍼스타는 농구 선수의 부상을 줄이기 위해 탄생한 운동화다. 발가락을 보호하는 단단한 소재의 조개 모양 셸 토(Half Shell Toe), 아킬레스건을 감싸주는 소프트 프로텍트(Soft Protect) 패드, 발을 감싸는 형태의 격자무늬 밑창인 셸 솔(Shell Sole) 등을 특징으로 하는 이 새로운 운동화는 튼튼하고 가벼워 1970년대 중반에 활동하던 농구선수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리고 아디다스 슈퍼스타를 진정한 슈퍼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은 건 80년대 힙합 뮤지션과 거리의 비보이와 래퍼들이었다.

아디다스 코리아 제공

아디다스 코리아 제공
수많은 물건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요즘이다. 그들의 수명은 짧으면 한 시즌 길면 몇 년. 그러나 어떤 물건은 오래 살아남는다. 살아남아 반세기 동안 사랑받기도 한다. 탄생 50주년을 맞은 아디다스 슈퍼스타가 그런 물건이다. 런 디엠시도 에어로 스미스도 모두 할아버지가 되어버린 지금, 슈퍼스타만큼은 이전의 모습 그대로다.






탄생 50주년을 기념해 2020 S/S 시즌에 새롭게 선보이는 슈퍼스타 레이스리스와 슈퍼스타 코트사이드
아디다스는 슈퍼스타 탄생 50주년을 기념하는 캠페인, ‘Change is a Team Sport’를 공개했다. 조나 힐 감독이 디렉팅한 이 캠페인에는 패럴 윌리엄스를 포함한 음악, 패션, 스포츠, 미술 등 다양한 분야를 대표하는 전 세계의 크리에이터들이 참여했다(갓세븐의 멤버 잭슨과 블랙 핑크도 등장한다!). 이 짧은 영상을 통해 50세 생일을 맞은 운동화가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안주하거나 타협하지 말고, 관습과 편견에 맞서서 함께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가자고, 그래야 진짜 변화를 이룰 수 있다고, 함께라면 모두가 슈퍼스타라고. ◉

아디다스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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