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에디터 심플킴 평소 간결하고, 간단하며, 간소화된 것들을 좋아하는 나의 취향은 옷을 고르고 소비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나는 편이다. 무엇이든 선택을 해야할 때면 복잡한 것부터 먼저 배제하는 습관은 패션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데, 나름의 까다로운 규칙은 좋은 소재와 고급스러운 컬러, 실루엣을 고려하는 것. 뱀부 핸들이 달린 질샌더의 백은 일단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대변할 만큼 심플하다는 점에서, 나와 같은 미니멀리스트에게 제격이다. 대나무 소재와 가죽의 상반된 요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날렵한 실루엣이 마음에 쏙 든다. 세로로 긴 직사각형 형태에서는 조형미가 느껴지고, 모델 컷처럼 크로스로 어깨에 걸치면 양 손이 자유로워 편리할 것 같다. 아코디언 스타일의 수납공간까지 갖췄지만, 나의 ‘물욕’이 멈춘 이유는 단 하나. 가격대비 ‘실용적일까?’ 싶기 때문. 과연 이 종이 파일처럼 얄팍한(?) 가방에는 화장품이 몇 개나 들어갈 것인가.
패션 에디터 햄 지난달 패션 화보를 준비하며 열어본 프라다의 ‘룩북(매체 홍보를 위해 브랜드의 신제품을 소개하는 파일)’에서 발견한 이 승마 부츠. 10년여 간의 에디터 생활이 내게 남긴 건 만성 피로와 마감 중 불쑥불쑥 솟구치는 물욕이다. 평소 쇼핑을 자주 하지 않지만 한 번 꽂힌 것은 파고드는 집요함 탓에 브랜드 PR에게 부츠의 정보까지 물어봤다. 아직 발매 일정은 미정. 3월호 마감과 출장을 앞두고 잊어버렸던 찰나, 후배가 물어온 ‘최근 가장 사고 싶었던 아이템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단박에 이 부츠가 다시 생각났다. 프라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올라온 상태. 여전히 가격은 알 수 없지만 출장길에서 이 부츠의 실물을 마주하길 기대해본다.
피처 에디터 mg 완벽한 코트를 찾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마치 연애와도 비슷하다. 많이 만나봐야 나에게 맞는 사람을 알 수 있듯이, 많이 입어 봐야만 어렴풋이나마 나에게 맞는 코트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 (뭐, 애초에 찾기도 어렵고) 그렇게 매년 완벽한 코트를 찾아온 바, 나의 결론은 목부터 발목까지 온몸을 휘감는 롱 코트다. 이왕이면 젠더리스 디자인을 선호하는데, 애초에 굴곡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내 몸에 넉넉한 사이즈의 테일러드 코트가 휙 감길 때면 심신 모두 안전지대에 들어선 느낌이 든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이번 시즌의 코트는 제이백 쿠튀르의 15번째 컬렉션 ‘블랙 퀼티드 테일러드 롱 코트’다. 심플한 실루엣과 세심한 퀼티드 디테일이 적당히 드레시하고, 적당히 무심한 코트. 데님에 스니커즈 차림으로 툭 걸쳐도 ‘꾸안꾸’로 멋스럽고, 수트나 오버사이즈 팬츠와 매치하면 작정하고 근사하다. 제이백 쿠튀르 쇼룸에서 입어 보았을 때의 그 느낌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래, 이건 사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