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남자와 배꼽 빠지게 웃기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아이언 맨과 <행오버>의 수염 난 미치광이, 이 두 사람이 같은 영화에 출연한다고? 그런 일이 가능하리라고는 아무도 감히 꿈도 꾸지 못하고 있는 동안, 토드 필립스는 보란 듯이 그 일을 해냈다. 당신을 포복절도하게 만들 무지막지한 로드 무비 <듀 데이트>가 바로 그 작품이다. <프리미어>가 세 사람을 한 자리에 모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누가 누가 더 웃기나? ::토드 필립스, 잭 가리피아나키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행오버, 듀 데이트, 엘르, elle.co.kr:: | ::토드 필립스,잭 가리피아나키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행오버,듀 데이트

“이거, 소파침대인가요?”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좌우지간 산타 모니카의 특급 호텔 객실에서 만난 잭 가리피아나키스는 우리 정면에 놓인 소파에 앉으며 질문을 던졌다. 벌목꾼들이 즐겨 입는 셔츠에 한쪽 허벅지 부근에 커다란 얼룩(페인트 자국 같았다)이 묻어있는 카키색 바지를 받쳐 입은 차림이었다. 에서 수염 기른 악동으로 나왔던 그는 걱정이라고는 거의 없는, 특히 외모나 영화 홍보를 위한 할리우드식 격식 따위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털털한 코메디언이라는 소문이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몸으로 증명해 보이는 셈이었다(정보 한 가지 : 그는 노스 캐롤라이나 주의 농장에서 산다). 그가 먼저 도착하고 나서 시간이 조금 지났을 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갑자기 방안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말끔하게 드라이한 머리와 현실이라기엔 지나치게 깔끔하고 흠잡을 데 없이 재단된 양복 차림이었다). “아니, 자넨 캠핑 갔다 오는 길인가?” 가리피아나키스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며 질문을 던지는 와중에도 그는 보란 듯이 일부러 과장스럽게 머리카락을 매만진다. 무슨 말인가 하면, 토드 필립스의 신작 에서 기가 막히게 손발이 척척 맞는 찰떡 호흡을 보여주는 두 사람의 연기가 인터뷰 장소에서도 그대로 재현된다는 말이다.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한 사업가가 배우 지망생이라는 사고뭉치 남자와 그가 기르는 프랑스 출신 개와 더불어 미국 대륙을 가로질러 곧 아기를 낳게 생긴 아내에게로 가는 내용의 영화다. 가는 도중에 제이미 폭스(에서 호흡을 맞춤)가 등장하고, 여러 차례의 교통사고, 근거리 육탄 공격 신봉자인 불구자, 마약 사건과 관련한 멕시코로의 도주 등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그 외에도 사건은 많지만 (당신은 아마도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당신 앞에 놓인 커피 잔을 더 이상 예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볼 수 없을 것이다). 지면 관계상 나머지는 생략한다. 태국에서 2편을 촬영하기 위해 가리피아나키스와 만난 토드 필립스 감독도 인터뷰에 합류했다. 자, 배꼽 달아나지 않게 안전벨트 단단히 잡아 매시라! 나 주드 아패토우가 내놓은 작품들이 성공을 거두면서 할리우드가 다시금 성인용 코메디물에 부쩍 관심을 보이는 것 같더군요. 도 물론 그 부류에 들어간다고 보아야겠죠?토드 필립스 : 네, 그렇죠, 우리 영화엔 노출이 심한 장면이나 특별히 충격적인 내용은 없지만, 그래도 그 말이 맞아요. 내가 미국에서는 17세 미만에게는 금지된 성인용 코메디를 찍는 건 어디까지나 사실주의에 입각하기 때문이죠. 두 남자가 자동차로 미국 횡단에 나선다고 합시다. 그러면, 이건 안 봐도 비디오인데, 당연히 욕설이 난무하기 마련이죠. 화면 속의 두 남자의 대화는 두 명의 진짜 성인 남자가 현실 속에서처럼 말을 해야 실감이 나지 않겠습니까?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 아니, 아니, 잠깐만, 이봐, 잭, 자네 영화에서 단 한번이라도 욕을 한 적이 있었나?잭 가리피아나키스 : 천만에. 근데, 자네, 왜 그런지 아나? 그건 말이지, 몇 달 후에 TV 방영을 위해서 고상하기 짝이 없는 대화로 다시 녹음하는 곤욕을 치르고 싶지 않아서였지. 로버트 : 아니, 그 정도가 아닐 걸. 내가 보기에 자네가 촬영장에서 한 일의 절반 정도는 죄다 앞으로는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욕심에서 비롯되었을 것 같거든. 잭 : 예를 들면?로버트 : 예를 들면, 가령 자넨 액자가 망가져도 고치는데 지장이 없도록 언제나 액자 바로 아래에 연장들을 놔두더군. 토드 : 잭은 타고난 게으름뱅이죠.잭 : 아, 왜 이러십니까! 제발, 나도 먹고 살아야 할 거 아닙니까!로버트 : 하긴, 나도 이 친구를 이해는 할 수 있어요. 이 친구는 촬영장에서 챙겨야 할 것들이 아마 한 트럭은 될 겁니다. 우선 멍멍이만 해도 그래요. 녀석이 귀엽긴 하지만 그래도 멍청한 거야 어쩔 수 없더라고요. 멍멍이 말고도 이 친구가 챙겨야 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닌데, 그러면서도 엄청나게 웃겨야 하고, 그러다가 예고도 없이 갑자기 슬픔에 빠져들기도 해야 하죠. 암요, 엄청 힘들죠. 그래도 다행히 내가 있었으니 망정이지(웃음).잭 : 저기, 이 대답을 “잭은 타고난 게으름뱅이죠” 바로 다음으로 넣어주실 수 있으신가요?토드, 를 찍은 다음에 를 찍게 된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솔직히 로드 무비라면 신물 나도록 봐오지 않았습니까? 토드 : 그거야 그렇죠. 하지만 그런 식이라면, 이전에도 총각시대에 작별을 고하는 영화라면 신물 나도록 보았죠. 문제는 그게 아니라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요리하느냐죠.로버트 : (토드의 말을 끊으며) 윌 스미스.토드 : 뭐라고?로버트 : 아니, 아무 것도 아녜요.토드 : 그러니까 뻔한 이야기를 요리하던 중에 나는 기회를 본 거죠.로버트 : 두 번 째 기회였죠.토드 : 로버트! 난 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은데……로버트 : 미안합니다, 계속 하시죠~!토드 : (웃음) 그래서 난 두 명의 배우를 맞붙여 놓고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연금술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지켜볼 기회를 포착했죠. 아니, 의 경우엔 오히려 “반-연금술”이라는 편이 어울릴 겁니다. 연금술이건, 반-연금술이건, 말이야 어찌되었든, 지켜보고 있자니 아주 재미있더군요. 로버트와 잭 사이에서는 금방 화학반응이 일어났으니까요. 어쨌거나 난 아무 걱정도 하지 않았습니다. 로버트는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만일 두 사람 사이에 연금술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그걸 만들어서 연기했을 겁니다. 난 이번 영화에서는 두 사람에게 절대적인 자유를 줬습니다. 더구나 이 두 친구는 어떤 식으로든 절대 구속을 해서는 안 되는 친구들이죠. 모든 걸 시도해볼 수 있는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느낄 때 자신들이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배우들이니까요. 코미디는 산수가 아니거든요. 산수가 아니라 재즈죠. 처음부터 로버트와 잭을 염두에 두셨나요?토드 : 잭하고는 를 찍고 난 직후였으니까 당연히 그를 생각했죠. 그의 상대역을 놓고는 각기 개성이 다른 네 명의 배우를 물망에 올려놓았다가, 로버트로 낙점했습니다. 아니, 그게 아니지……(웃음) 저어, 그게 아니라, 아주 일찌감치, 그러니까 2009년 3월에 벌써 그에게 언질을 주었어요. 로버트 : 그러니까 그게 내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 이전이었다, 이런 말씀입니다. (잭에게) 아니, 자넨 뒤통수라도 얻어맞은 거야, 뭐야? 왜 그렇게 축 처져 있는 거지? 잭 : 아니, 아무 문제 없네. 그저 이렇게 앉아 있어야 좀 덜 뚱뚱해 보인다는 걸 알았거든. 자, 보라고(그가 몸을 일으킨다). 내 말이 맞지? 어, 죄송합니다. 인터뷰가 산으로 갔네요.잭, 혹시 로버트와는 이 영화를 찍기 전부터 잘 아는 사이였나요? 잭 : 아니요. 하지만 그래도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이 친구가 자기 집에 저녁 먹으러 오라고 초대를 했어요. 난 자전거를 타고 갔는데, 그만 늦었죠. 로버트 : 나는 로스 앤젤레스 언덕 꼭대기에 산다는 설명을 덧붙일 필요가 있겠군요. 우리 집 가는 길은 거의 수직 오르막길이죠. 그러니 자전거로는 어림없어요. 잭 : 정말 엄청나게 뻣뻣하더라고요. 더구나 딕 체니와 같은 주치의를 둔 입장에서는…… 로버트 : 하지만 우리가 그때 처음으로 만난 건 아니죠. 자네가 이야기하기 전에 미리 사과를 하고 싶어. 난 그 때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몰랐거든.잭 : 우연히 로버트를 길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그때 나는 “로버트, 우리가 같이 영화를 찍는다는 것 같던데!”라고 인사를 했죠. 아, 그랬더니 이 친구가 글쎄 외계인 바라보듯이 아주 이상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거에요.로버트 : 나는 그때 순간적으로 나를 방어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머리를 굴렸죠. 이 친구가 솔직히 아주 이상해 보였거든요. 그런 다음에나 이 친구가 누구인지 알았고, 그 이후로는 아무 문제 없었죠. 잭 : 난 그때 엄마하고 같이 있었는데, 엄마가 로버트에게 “난 제이미 폭스랑 같이 찍은 영화 에 나온 당신을 무척 좋아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런 다음에 나는 아버지께도 이 친구를 소개했죠. “자, 이 분은 내 아버지셔. 아버지는 그 어떤 영화에 나온 자네도 좋아하지 않으시지”라는 설명을 곁들였어요. 손익 계산을 해보면, 비교적 성공적인 첫 번 째 만남이었죠. 는 미국을 횡단하는 대규모 로드 무비입니다. 혹시 실제로 횡단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로버트 : 한번쯤은 꼭 해봐야 하는 경험입니다. 나는 아버지와 여러 날씩 자동차를 몰고 다녔던 추억을 가지고 있습니다.잭 : 난 젊었을 때 히치 하이킹을 자주 했습니다. “나는 무기가 아닙니다”라고 쓴 판넬을 흔들어댔는데, 그게 효과가 좋더군요! 로스 앤젤레스로 이사간 다음엔 밴에 친구 두 명을 태우고 여행을 떠났죠. 결국 3주 동안 밴 안에서 잠만 잤지만요. 이 정도면 굉장한 로드 트립 아닌가요? 촬영할 때 어떤 장면이 제일 힘들던가요? 로버트 : 그랜드 캐년에서 벌어지는 장면.잭 : 나도 동감이야. 로버트가 연기하는 인물이 내가 연기하는 인물한테 정말로 짜증을 내는 대목이 있는데, 나는 지금도 어느 정도까지가 연기였을까 궁금할 때가 있어요(웃음). 이 친구가 내 멱살을 어찌나 세게 쥐고 흔들어대는지 나는 몇 초 동안 기절했다니까요. 로버트 : 이봐, 자넨 TV에서 프로 레슬링도 안 봐? 상대가 내 팔을 세 번 두드리면 내가 공격을 멈추는 식이거든. 우린 절벽 끝에서 밧줄도 매지 않고 며칠씩 촬영했다니까요. 잭 : 토드가 우리의 안전을 책임진 요원들한테 로스 앤젤레스로 돌아가버리라고 말했거든요.잭, 로 히트치고 난 다음 혹시 토드가 거만해졌다거나, 하여간 좀 달라졌나요? 잭 : 아뇨, 여전히 멍청해요. 달라진 게 아무 것도 없어서 섭섭할 지경이라니까요(웃음).그런데 말이죠, 당신, 혹시 그 덥수룩한 수염을 모두 밀어버리면 힘을 잃게 되나요?잭 : 힘을 잃는 게 아니라 턱을 얻게 되겠죠. 자명한 일 아닌가요. 하지만 약속하건대, 이번 토요일에 면도할 거예요.로버트 : 면도라니? 전부 잘라버리겠다고?잭 : 그렇다니까. 콧수염은 남길 거야. 아주 죽여줄 걸.로버트 : 수염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최근에 와이프하고 TV에서 옛날 영화를 보았는데, 그땐 자네가 수염을 기르지 않았고, 몸무게도 지금보다 덜 나가더라고. 자네가 얼마나 미남이던지, 깜짝 놀랐어.잭 : 고마워. 무슨 말인지 알아 들었네. 면도하기 전에 체중먼저 줄여야겠군.이번 코미디 이중주가 특별한 기억이 될까요?잭 : 난 언제나 챨스 그로딘과 로버트 드니로가 나오는 , 그리고 리차드 그랜트와 폴 맥간 주연의 영국 영화 를 틈날 때마다 최대한 자주 보려고 합니다. 토드 : “나는 틈날 때마다 최대한 자주 보려고 합니다”라니? 그런 말은 아무 의미도 없다는 걸 자네는 모르나?로버트 : 바로 이게 토드 필립스 감독과 일할 때 생기는 문제점이죠. 당신은 그의 절친 그룹에 속하지 않는 사람인데, 그가 당신을 가리켜서 이런 식으로나 저런 식으로나 하여간 당신이 무능하다고 선언을 했다고 치자고요. 그는 자살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로 당신에게 언어폭력을 가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래도 죽기 전에 그를 한번 얼싸안아 주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게 되죠. 그만큼 토드에게는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으니까요. 토드 필립스 감독과 일하는 건 정말이지 굉장합니다. 늘 웃는 얼굴인데다 남을 웃기는 데 일가견이 있고, 게다가 항상 멋진 영화를 만들잖아요. 그런데, 이건 아셔야 해요.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가 당신의 영혼을 조금씩 조금씩 소진시킨다는 걸 말입니다. 그래서 그것 때문에 괴로우셨나요?로버트 : 잭, 자네가 그럴 듯한 사례를 좀 들려드리지 그래.잭 : 내 트레일러에서 아침마다 그랬죠.토드 : 촬영 기간 동안 우리는 매일 아침 세 시간씩 잭의 트레일러에서 만났거든요.로버트 : 거짓말.토드 : 세 시간이 아니었나?로버트 :세 시간 가량된다는 느낌을 주었던 거죠. 그건 엄청나게 달라요……토드 : 어쨌거나 아주 유익하고 풍성한 자리였죠 (나머지 두 사람은 박장대소한다). 로버트가 툭툭 던지는 말들이 나한테 상당히 도움이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나도 나름대로 이 두 사람한테 도움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잭은 우리한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좀 진지하게 말하자면, 의 성공 요인 중의 하나는 워너 사가 우리를 전적으로 신뢰했다는 점일 겁니다. 그네들은 우리가 꽤 괜찮은 영화를 건네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시나리오에 적혀 있는 대사를 한 줄이라도 바꾸려면 그 대사를 포함하여 앞뒤로 여러 쪽을 팩스로 보내고, 그러면 제작사 측에서 회의를 소집해서 토론한 다음 결정하죠. 그런데 를 찍으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시나리오를 고쳤습니다. 대화를 세 쪽 분량쯤 완전히 새로 써서 다음날 촬영 때 바로 새 시나리오를 투입하는 식이었죠. 모든 거추장스러운 것들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우리끼리만 똘똘 뭉친 상태로 그날그날 조금씩 조금씩 영화를 만들어간 셈이죠. 아마 이제까지의 경험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 방식일 겁니다. 잭 : 이런 작업 방식 덕분에 우리는 보다 풍부한 감정을 영화에 쏟아 부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영화는 확실히 토드가 이제까지 만든 영화보다 훨씬 감동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