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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 이성훈의 단순한 맛 #그남자6

제로컴플렉스의 수셰프를 거쳐 '바 피크닉'의 총괄 셰프가 된 이성훈에게 최고의 요리란 좋은 식재료를 최소한의 터치로 완성한 것. 그래서일까, 그의 요리는 한없이 투명하고 자연스럽다.

BYELLE2020.02.21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남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 궁금증에 답이 되어줄 주관과 취향을 가진 남자들과 나눈 대화. 여섯 번째, 셰프 이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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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요리를 관통하는 문장 ‘Simple is the best.’ 바 피크닉의 단순함을 매력으로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그냥 ‘간단한 요리’일 뿐이라 생각하는 이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단순하고 위트 있는 요리를 추구하는 이유는 바 피크닉의 문을 열 당시엔 간단한 요리에 와인 한 잔 마실 수 있는 장소가 드물었다. 이렇게도 와인을 마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처음 요리를 배운 곳은 파리의 호텔 레스토랑이다. 그땐 나도 멋지고 예쁘고 화려한 요리를 좋아했다. 그런데 점차 마음이 변했다. 음식에서 중요한 건 결국 맛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서울로 돌아온 뒤 바로 찾은 곳이 네오 비스트로를 표방하는 제로컴플렉스였다.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대화 자연 재배 농가를 발굴하고 그들의 작물을 유통하는 마켓 레이지헤븐(@market_lazyheaven)의 두 대표에게서 지속적으로 영감과 영향을 받고 있다. 두 분과 대화하며 유기농과 자연 재배에 대한 입장이 더욱 분명해졌다. 사과를 크고 예쁘게 키우기 위해서는 화학 비료가 필요하다. 그럼 자연이 훼손되고 인간에게도 좋지 않다. 악순환인 거다. 유기농 혹은 자연 재배 작물은 결국 선순환을 가능하게 하는, 지속가능한 방식의 재배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한국에 대한 나의 생각 좋은 식재료가 많지만,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나라. 많은 이가 식재료를 고를 때 예쁘고 멀끔하고 큰 것에 집중하는데, 그러다 보니 농가에서는 소비자의 니즈에 맞게 열매의 크기를 따지거나 상처 나지 않은 농작물을 재배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한 재배 방식은 아닌 것이다. 보기 좋은 식재료들은 굉장히 많지만, 작물의 특성이 제대로 살아 있는, 맛있는 재료는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아쉽다.
요즘의 화두 자연스러움. 재료든 요리든 생활이든 자연스러운 게 최고인 것 같다. 바 피크닉에서는 요리를 접시 위에 올릴 때 인위적인 터치나 행위를 배제한다. 핀셋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올해 떠나고 싶은 곳 파리. 지난해에도 다녀왔지만 오늘 당장 떠날 도시를 골라보라 해도 역시 파리다. 어린 시절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을 때는 오히려 아무 감흥이 없었다. 파리의 우중충한 분위기도 싫었고, 파리가 왜 낭만의 도시인지 알 길이 없었다. 파리에서 일할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한국에 돌아온 지 1년쯤 지나니 파리 생각이 나더라. 이제는 언제고 가고 싶은 도시가 됐다.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 나 꼼꼼하고 섬세한 사람. 예전에는 이런 평가가 달갑지 않았는데 요즘은 칭찬처럼 들린다.
호감 가는 타인의 면모 추진력이 있거나 솔직한 사람을 좋아한다. 타인에 대한 솔직함이 아니라 자신에게 솔직한 사람. 말을 쉽게, 함부로 하는 사람과는 잘 맞지 않는다. 물론 섬세한 사람도 좋다.
최근 만족스러웠던 소비 뭐든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같은 걸 여러 개 산다. 물건을 살 때, 주변 사람들은 그게 그거인 것 같다는 미묘한 차이에 꽂히는 편이다. 최근 반스에서 선보인 애너하임 라인의 운동화를 네 켤레 샀다.
항상 휴대하는 물건 검은색 나일론 가방. 비닐봉지처럼 생긴 얇고 가벼운 가방이다. 갑작스럽게 시장을 들러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 때문에 늘 가지고 다닌다.
‘남자답다’는 말에 대한 생각 요즘은 전혀 모르겠다. 남자답다는 말은 어떤 의미로 써야 할까.
 

LEE SUNG HOON

제로컴플렉스의 수셰프를 거쳐 ‘바 피크닉’의 총괄 셰프가 된 이성훈에게 최고의 요리란 좋은 식재료를 최소한의 터치로 완성한 것. 그래서일까, 그의 요리는 한없이 투명하고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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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이경진
  • 사진 김상곤
  • 스타일리스트 백영실
  • 헤어&메이크업 장하준
  • 디자인 전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