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나설 땐, 고야드 _ 요주의 물건 #18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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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나설 땐, 고야드 _ 요주의 물건 #18

18번째 ‘요주의 물건’의 주인공은 1853년에 시작된 브랜드, 고야드다. 특유의 쉐브론 패턴과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과 가치를 전달하는 브랜드. 세월에 무뎌지지 않은 장인정신으로 단단한 무장한 고야드 가방에 관한 이야기.

장수영 BY 장수영 2020.02.12
 
1792년 ‘하우스 오브 마틴’이라는 이름의 작은 케이스 상점으로 출발한 고야드는 1853년, 프랑수아즈 고야드가 사업을 맡게 된 이후 처음으로 고야드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된다. 처음에는 여행용 트렁크를 주로 생산하다가 사업을 확장하면서 가방과 지갑, 수납 키트 등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게 되었다는 것 외에는 160년이 훨씬 넘는 역사 동안 그들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첫 스토어가 문을 열었던 그곳, 생 또노레(Saint-Honoré) 거리에는 여전히 작은 고야드 매장이 존재한다.
 
게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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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와 왕족, 산업 세계의 거물 등 19세기와 20세기를 살았던 유명인사들이 이 작은 가게를 찾아 가방을 주문하곤 했다. 잔느 랑방과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 코코 샤넬, 칼 라거펠트 등의 디자이너는 물론이고 에디트 피아프와 아르투르 루빈슈타인, 그리고 파블로 피카소까지. 자신만의 특별한 트렁크를 원하는 이들은 고야드의 작은 가게를 찾았고, 평생 고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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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드의 상징적인 소재인 고야딘(Goyardine) 캔버스에 관해 알아보려면 고야드 가문의 역사를 먼저 살펴야 한다. 그들은 버건디 지방의 클람시(Clamecy) 출신이다. 욘 강과 부브론 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있는 교통의 요충지였던 클람시. 그곳에서 고야드 가족 중 남자들은 대부분 통나무 운전사로 일했다. 내륙 수로를 통해 모르반 숲에서 파리까지 장작을 운반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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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즈 고야드의 아들 에드몬드고야드가 1892년, 고야딘 캔버스를 처음 고안했을 때, 그는 이 같은 가문의 역사에서 영감을 얻었다. 통나무 운전사들이 입던 작업복에 사용했던 린넨과 면을 혼합한 천연 코팅 패브릭, 그리고 통나무에서 힌트를 얻어 디자인한 독특한 도트 패턴이 그것이다. 가볍고 부드러운 데다가 튼튼하고 방수기능까지 갖춘 이 고야딘 소재는 당시로써는 혁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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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드는 대형 기업의 후원이나 거대 자본을 투자하는 마케팅, 대량 생산 등을 배제하는 브랜드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그 덕분에 오랜 시간 동안브랜드 특유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여행이 잦았던 과거 귀족들은 자신의 물건을 쉽게 찾기 위해 고야드를 찾아 자신만의 독특한 트렁크를 제작하고 거기에 이니셜이나 가문의 문장을 트렁크에 새기곤 했다. 그리고 그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져 특별 주문 제작 서비스를 제공한다. 트렁크 메이커가 100%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이 제품에는 메이커의 이니셜과 시리얼 넘버가 담기고, 이 모든 과정은 고야드의 제작 기록부에 기록된다. 고객들은 한 브랜드의 평생 고객이 되는 동시에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자신만의 트렁크를 갖게 되는 것이다. 명탐정 홈즈의 창조자, 아서 코난 도일이 주문했던 서재 트렁크나 전설적인 셰프 알랭 뒤카스의 요리용 트렁크 정도로 화려한 형태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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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할 때 필요한 물건을 담는, 일명 ‘기저귀 가방’으로 사용하는 사람, 매일 아침 어깨에 메고 출근길에 나서는 사람, 매일의 저녁 식사를 위한 신선한 재료를 사러 나서는 길에 장바구니로 활용하는 사람. 그리고 긴 여행을 위한 트렁크를 제작 의뢰하는 사람. 그게 누구든, 고야드 가방은 사용자를 향해 인사를 건네는 것 같다. 일회용 사회에서 전통과 유산을 지켜나가고 있는 가방이 건네는 인사는 “Bon Voyage!”. 당신이 가는 길, 걸음마다 즐거운 여정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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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를 뛰어넘어 시대를 관통하는 가치를 지닌 물건 뒤에 숨은 흥미로운 이야기, 김자혜 작가의 ‘요주의 물건’은 매주 수요일에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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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프리랜스 에디터 김자혜
    사진 게티 이미지와 goyar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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