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의 밤 이후, 나와 당신 그리고 봉준호의 이야기 | 엘르코리아 (ELLE KOREA)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 소식에 잠 못 이루는 밤. 우리 모두에게 아주 사적인 영감을 주는 봉준호 감독의 소감들, <기생충>의 수상 그리고 수상 이후의 장면들. 김모아 작가의 '무엇이든 감성 리뷰' 열여덟 번째.

봉준호 감독은 제92회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고 이렇게 말했다. “예전 영화 공부를 할 때 책에서 읽은 건데 가슴 깊이 새긴 말이 있습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한 말입니다.”

우선 감격스러웠다. 내게 2020년 2월 10일(한국시각)은 2002년 월드컵 4강의 기쁨보다 더한 기쁨의 날이었다.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기생충은 남우조연상 발표 후, 2번째 각본상 수상을 시작으로 국제 장편 영화상, 감독상, 작품상에 이르는 4관왕의 영광을 안았다.

인스타그램 @variety 봉준호 감독과 곽신애 대표

인스타그램 @variety 봉준호 감독과 곽신애 대표

워낙 비하인드 스토리를 찾아보는 것을 좋아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뒷이야기들을 틈나는 대로 찾아보니 봉준호 감독의 백스테이지에서 주저앉은 모습, 4개 부문 6개의 트로피를 껴안고 포즈를 취한 모습 등이 가득했다. 그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비로소 그곳의 분위기가 꿈이 아닌 진짜라는 것이 실감 났다. 각본상을 받고 한참 트로피를 바라보던 봉준호 감독… 그는 아카데미가 허락한다면 텍사스 전기톱으로 트로피를 썰어 함께 후보에 오른 감독들과 나눠 갖고 싶다고 했다.

인스타그램 @nytimes 오스카 파티에서, 조여정과 박소담

인스타그램 @nytimes 오스카 파티에서, 조여정과 박소담

또한 시상식 이후의 인터뷰에서는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드에서 작품상을 받은 룰루왕 감독의 〈페어웰〉을 언급하며 “아시아다, 유럽이다, 미국이다, 이런 경계들, 구획을 나누어서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각각의 하나하나의 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매력과 어떤 호소력이 있다면 이미 뭔가를 구분하는 것조차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에 우리는 영화의 아름다움 그 자체를 다 추구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나 룰루 왕 모두 영화를 만들 뿐입니다. 그건 모두 똑같아요”라고 말했다.
(오스카 트로피에 각인을 새겨주는 이에게 "트로피가 너무 많아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전한 봉 감독)

온종일 멍했다. 정신이 혼미했다. 마치 내게 일어난 일인 것처럼… 아니, 사실 이건 모두에게 일어난 일, 전 세계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일어난 일이다. 이상하게도 그의 수상 소감은 지난여름, 가슴속 저 아래 숨겨놨던 작은 스위치를 꾹 눌렀다. 변신하는 것처럼 긍정의 힘이 솟아올랐다. 그와 동시에 점, 초미세먼지만큼 작은 점에 불과했던, 읽히지 않던 어떤 문장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 @variety

인스타그램 @variety

뭐든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그게 다야… 그것만이 너의 세상을 만드는 거야. 너의 세상 말이야. 너만의 세상’ 가슴속에 숨겨놨던 진실이었다. 사실이었고, 여린 확신이었다.

아주 오랜만에 지금, 이 시대에 살고 있음에 행복하다.


p.s 기생충의 여러 기록 중 하나. 영화 역사상 2번째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작품으로 이는 예술적으로도 대중성으로도 인정받은 작품이라는 의미다. 기생충 전 스태프분들과 배우분들, 제작진 여러분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김모아 작가의 '무엇이든 감성 리뷰'는 매주 화요일 만날 수 있습니다.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 소식에 잠 못 이루는 밤. 우리 모두에게 아주 사적인 영감을 주는 봉준호 감독의 소감들, <기생충>의 수상 그리고 수상 이후의 장면들. 김모아 작가의 '무엇이든 감성 리뷰' 열여덟 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