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타 거윅 감독의 영화
〈작은 아씨들〉은 원작 소설의 작가 루이자 메이 알코트의 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나는 문제가 많은 사람이라 재미있는 이야기를 쓸 수 있었다(I’ve had lots of troubles, so I write jolly tales).” 그 말처럼 〈작은 아씨들〉은 다양하고 복잡한 삶의 문제를 유쾌하게 그려낸다. 1868년 세상에 처음 나온 이야기는 1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놀랍도록 모던하고 유효하다. 어릴 때 읽었던 〈작은 아씨들〉이 따뜻한 크리스마스 동화 같았다면, 2020년에 보는 〈작은 아씨들〉은 당신과 나의 현실과 닮아 있다. 우리 역시 조(시얼샤 로넌)처럼 이상과 현실,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헤매고, 결혼에 대한 압박을 받으며, 때로는 구질구질한 삶의 민낯에 좌절하지 않나. 하지만 여기에 비난의 시선은 없다. 영화는 메그처럼 단란한 가족을 꾸리든, 조처럼 고집스럽게 꿈을 좇든, 에이미처럼 여유로운 사랑을 찾든, 각자의 선택은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말한다. 메그(엠마 와슨)의 대사를 빌려 “나의 꿈이 너와 다르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라고 말이다. 다양한 여성의 삶을 세밀하게 보여주지만 이건 오직 여성만을 위한 영화는 아니다. 그레타 거윅은 〈엘르〉와의 영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작은 아씨들〉은 성별의 경계를 뛰어넘는 페미니즘에 관한 영화입니다. 남녀 구별 없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드는 페미니즘 말이에요. 나는 티모시 샬라메, 크리스 쿠퍼, 루이스 가렐이 연기한 남성 캐릭터들이 굉장히 마음에 들어요. 특히 그들이 여성 캐릭터를 지지하는 방식은 몹시 감동적이죠.” 자전적 성장기이고, 결혼에 관한 코미디이며, 아티스트가 되기를 원하는 꿈에 관한 이야기이자 가족극 그리고 남녀 모두를 위한 여성영화. 2월 12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