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럽' 콘텐츠 입문기 | 엘르코리아 (ELLE KOREA)

궁금해졌다. 실제 커플이 만드는 연애 콘텐츠의 매력이란 대체 뭘까? 왜 다들 그걸 보는 걸까?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은 종종 나를 이상한 곳에 데려다 놓는다. 서로 얼굴을 씻겨주며 뽀뽀를 퍼붓는 커플 브이로그 영상이나 피트니스에서 운동하면서 5분 남짓 되는 러닝 타임 동안 100번은 족히 뽀뽀하는 커플 블로그의 영상처럼. 그럴 때 나는 조용히 손가락을 뻗어 ‘관심 없음’에 체크한다. 다시는 모르는 사람들의 뽀뽀 영상 따위가 내 피드를 더럽히지 못하도록 말이다. 유튜브에서 ‘럽’ 콘텐츠만 보면 나도 모르게 오스스 소름이 돋았다.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 둘만의 세계에 빠져 꽁냥꽁냥거리는 커플을 보면 슬쩍 옆 칸으로 이동하고 싶은 심정과 비슷했달까. 그러다 문득 그런 ‘럽’ 콘텐츠의 조회 수가 적게는 30만, 많게는 80만에 육박한다는 사실에 호기심이 일었다. 아니, 유세윤이 형사물을 패러디하며 웃기는 영상도 조회 수 20만이 채 나오지 않는데, 유튜브 세상은 대체 어떤 논리로 돌아가는 것일까. 사귀는 사람이 있고 최신형 스마트폰과 편집 애플리케이션이 있으면 누구든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커플 유튜버의 세계는 생각보다 넓고 컸다. 20~30대 성인은 물론이고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연령층도 다양했다. 학교 시험 기간이라 영상을 업로드할 수 없었다며 소식을 전하는 학생 커플부터, 연인과 함께 떠난 해외여행 브이로그를 올리는 성인 커플까지. 그들은 왜 둘만의 은밀한 순간을 모두에게 노출하는 걸까. 결국 나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검색 창에 커플 유튜버를 검색한 뒤, 낯익은 얼굴들을 살며시 눌러보았다.
시작은 ‘소근 커플’이었다. 소영, 근명의 이름을 따서 소근 커플이라 불리는 이들은 몇 년 전 페이스북의 인기 영상에서 본 적 있다. ‘연상 여친 패딩 지퍼 올려주는 연하 남친’ 짤의 주인공이 바로 이들이었다. 추운 겨울, 길거리에서 남자가 여자친구의 패딩 지퍼를 올려주고 나서 갑자기 뽀뽀를 쪽 하더니 자기 품에 안고 머리를 ‘쓰담쓰담’하는 8초짜리 영상. 당시 그 짧은 시간에도 ‘내가 도대체 뭘 본 거지’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현재 이들은 유튜브에서 무려 107만 구독자를 달성한 상태. 벌써 올해로 연애 8년차에 접어든 커플이라 최근 콘텐츠는 박보영에 비견될 만큼 귀여운 외모의 소유자인 소영을 주인공으로 한 일상 내용이 주를 이룬다. 소근 커플에 입문하는 영상으로 유명한 것은 ‘술에 취한 소영이’다. 만취한 소영이가 혀 꼬인 말투로 횡설수설하는 영상이었는데 ‘내 여자친구의 사랑스러움을 못 본 사람들 없게 해주세요’라는 것이 주제라고나 할까. 댓글 역시 엄청난 동안에 귀여운 말투를 가진 여자친구 소영을 구독자 모두가 귀여워하는 분위기로 흘러간다. 물론 취향에 따라 그 말투나 행동을 견디기 어려울 순 있겠다. 하지만 소근 커플의 달달함은 당시 페이스북을 강타했다. 불시에 ‘초강력’ 달달함의 공격을 받지는 않을까,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재생 목록을 더 살펴봤다. 다행히 (내게는) 오래 보기 힘든 그런 종류의 영상은 초창기에만 업로드돼 있다. 요즘 소근 커플은 결혼 8년차 부부와 같은 편안함을 과시하며 서로를 놀려 먹거나, 몰래 카메라 이벤트를 하는 등 ‘소소한 웃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커플 유튜버의 세계를 작정하고 들여다보니 소근 커플 외에 유튜브 골드 버튼을 보유한 다른 커플 유튜브 채널 역시 ‘최수종식 이벤트’나 ‘평소 보기 힘든 달달함’을 무조건 앞세우지는 않는다. 초기에는 살짝 달콤하다가 두 사람의 관계가 구독자에게 익숙할 때쯤, 공감과 웃음 카드를 꺼내 드는 식이다. ‘뽀뽀 100번 하기 영상’은 1회성으로 구독자를 잡기 위한 미끼가 될 순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결코 좋은 전략은 아니라는 것을 커플 유튜버들도 알았던 걸까. 커플 채널을 꾸준히 운영하기 위해서는 연인 사이의 소소하지만 공감 가는 에피소드로 구독자를 계속 잡아두는 게 중요한 것 같았다.

유튜브에서 ‘럽’ 콘텐츠만 보면 나도 모르게 오스스 소름이 돋았다.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 둘만의 세계에 빠져 꽁냥꽁냥거리는 커플을 보면 슬쩍 옆 칸으로 이동하고 싶은 심정과 비슷했달까.

구독자 118만 명에 빛나는 ‘성수 커플’은 고등학생 때부터 본격 크리에이터로 활동해 온 성현과 가수 지망생 수은의 채널이다. 성수 커플의 입문 영상은 ‘남자친구 카메라가 부서졌다고 속이는 몰래 카메라.’ 성현이 여자친구에게 화를 내는 대신 다정하게 안아주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런 ‘달달한 감동’ 콘텐츠는 20개 중 한 개꼴로 올라온다. 대신 두 사람은 자신의 모든 일상을 콘텐츠화 하는 데 주력한다. 젠가 게임을 하러 가서도 진실 게임을 주제로 한 콘텐츠를 만들어버릴 만큼 연출력도 탁월하다. 로맨틱한 연애를 바탕에 깔아두지만, ‘달달함’의 치사량에 도전하지는 않는다. 여자친구의 화를 풀어주기 위해 밤늦게 꽃을 사러 갈 정도의 낭만, 딱 그 정도다. 어떤 순간에도 카메라를 끄지 않는 프로 유튜버답게(구독자를 위한 몰래 카메라이긴 했지만) 두 사람이 싸우는 과정을 라이브 방송에서 보여주기도 했다. 사소한 말꼬리 잡기와 지적으로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싸움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커플’을 소재로 다루되 낭만보다 공감에 초점을 맞추는 것. 아마도 커플의 ‘럽’ 콘텐츠가 흥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엔조이 커플’은 아예 대놓고 웃음을 공략한다. 코미디언 커플인 민수, 라라가 운영하는 이 채널은 애교 많은 연하 남친과 모든 상황에서 개그 욕심을 내는 여친이 만들어내는 재미가 핵심이다. 킬러 콘텐츠인 ‘헤어질 각오하고 하는 장난’만 봐도 채널의 성격을 알 수 있다. 한창 게임에 빠져 있는 남자친구의 모니터를 끄는 폭력성 실험, 자신의 집에서 샤워를 마친 건장한 남성이 남자친구를 맞이하는 분노 참기 실험 등. 코미디언 커플답게 상상력을 동원해 마치 개그 코너를 짜듯 황당한 설정으로 재미를 더한다. 유튜브 실시간 검색 1위를 기록하며 엔조이 커플을 알게 해준 최초의 콘텐츠는 엘리베이터 방귀 실험이다. 여자친구가 방귀를 뀌고 이를 덮어주려는 남자친구를 보며 웃음을 참는 시민들의 몰래 카메라가 조회 수 1000만을 기록했다. 〈코미디 빅리그〉 속의 작은 코너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이들은 먹방 브이로그, 상황극 등 개그 소재가 될 수 있는 모든 것을 기획하고 시도한다. 물론 화가 난 여자친구에게 다짜고짜 뽀뽀를 시도하는 등의 그놈의 뽀뽀 콘텐츠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지만. 숨을 고르고 다시 생각해 보면 전 연령대에서 관람할 수 있는 최대의 신체 접촉이 뽀뽀일 테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 싶다. 골드 버튼을 받은 커플 유튜브 채널들은 둘만의 사랑을 과시하기보다 공유하려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연애가 매번 특별한 순간일 순 없기에 지루함을 피하기 위해 몰래 카메라를 올리는 것도 하나의 루틴이 됐다.
성공한 커플 유튜브 채널은 각인된 캐릭터를 통해 점차 한 편의 시트콤으로 진화하는 모양새다. 유난 떠는 연애를 구경하러 왔다가 달달함에 대리만족을 느끼고, 정이 든 커플이 보여주는 시트콤 같은 일상을 엿보는 재미. 편견을 버리고 관찰하니 커플 유튜브 채널은 ‘커플’이란 키워드를 떼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콘텐츠로 거듭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몇 날 며칠 ‘럽 콘텐츠’를 소비하고 나니 내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이 알콩달콩하게 바뀌었다. 소근 커플의 ‘초심을 찾아 떠난 제주도 여행기’를 보고 나서는 너무 편해져서 가족 같은 내 남자친구 생각도 났다. 언젠가 설렘을 되찾고 싶을 때 그에게 이 링크를 공유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며 살포시 ‘나중에 볼 동영상’ 버튼을 눌렀다.
궁금해졌다. 실제 커플이 만드는 연애 콘텐츠의 매력이란 대체 뭘까? 왜 다들 그걸 보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