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고티에의 마린 셔츠 _ 요주의 물건 #17

패션 월드에 독특한 발자국을 남긴 사람, 장 폴 고티에가 지난 1월에 열린 오트 쿠튀르 쇼로 굿바이 인사를 전했다. 17번째 ‘요주의 물건’은 장 폴 고티에의 상징, 마린 스트라이프 셔츠에 관한 이야기다.

BY장수영2020.02.05
 
장 폴 고티에. 그의 이름을 들으면 어떤 사람은 마돈나의 콘 브라 코르셋을 떠올릴 테고, 어떤 이들은 영화 〈제5원소〉에서 밀라 요보비치가 입었던 미래 의상을 떠올릴 것이다. 혹은 2008년, 카일리 미노그가 투어를 위한 의상으로 선택했던 타투 레이스 슈트를, 그것도 아니라면 디타 본 티즈의 벌레스크 쇼 의상을 말할 수도 있고,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에르메스의 수석 디자이너로 활약했던 일을 추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Blonde Ambition’ 월드 투어에서 장 폴 고티에의 콘 브라 코르셋을 입은 마돈나.1990년.

‘Blonde Ambition’ 월드 투어에서 장 폴 고티에의 콘 브라 코르셋을 입은 마돈나.1990년.

‘Blonde Ambition’ 월드 투어에서 장 폴 고티에의 콘 브라 코르셋을 입은 마돈나.1990년.

‘Blonde Ambition’ 월드 투어에서 장 폴 고티에의 콘 브라 코르셋을 입은 마돈나.1990년.

영화 〈제5원소〉에서 장 폴 고티에의 의상을 입은 밀라 요보비치. 1997년.

영화 〈제5원소〉에서 장 폴 고티에의 의상을 입은 밀라 요보비치. 1997년.

 
패션계의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 악동)로 불리며 전위적인 디자인으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한 장 폴 고티에. 그는 특정 젠더나 나이, 몸매, 미의 기준을 칭송하는 세태에 반기를 들며 세상에는 다양한 아름다움이 존재한다고 외치는 디자이너였다. 금발의 백인 여성들이 지배하던 패션쇼 런웨이에 고도 비만 여성과 노인들, 스커트를 입은 남성들을 세워 편견을 비웃었고 기존의 성 역할과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려 애썼다. 여성을 억압하는 도구였던 코르셋을 옷 바깥으로 드러내며 여성의 해방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2014년 가을에 열린 프레타 포르테 컬렉션을 마지막으로 기성복 사업을 접고 오트 쿠튀르 컬렉션을 완성하는 일에 전념하겠다고 발표하더니 이번엔 돌연 오트 쿠튀르 컬렉션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 1월 22일, 파리에서 열린 오트 쿠튀르 쇼가 자신의 마지막 쇼라고 알린 것. 그런데 이 충격적인 소식을 알리는 방식마저 너무나 그다웠다. 누군가와 통화하는 모습을 찍은 영상을 촬영해 트위터에 업로드한 것이다.  
 
 
콘 브라와 해군 의상, 란제리 모티프, 남성성과 여성성의 경계를 허문 앤드로지너스 룩 등 그를 상징하는 요소들은 수없이 많지만, 그를 생각하면 나는 줄무늬 티셔츠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1986년부터 지난 1월까지, 그는 매 시즌 마린 스트라이프 패턴을 사용했다. 오트 쿠튀르, 기성복, 세컨드 브랜드 등 거의 모든 컬렉션에 등장한 줄무늬는 코튼과 시퀸, 레이스 등 다양한 소재로 재해석되었다.  
 
1993 S/S 컬렉션 1993 S/S 컬렉션1993 S/S 컬렉션2020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2020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
고티에는 자신이 사랑했던 프랑스 해변과 해군, 게이 컬처를 상징하는 마린 셔츠를 자신도 즐겨 입었다. 전위적인 의상이 줄을 지어 등장하는 컬렉션 백스테이지에서도, 마돈나와 디타 본 티즈, 베스디토 등 그가 사랑한 스타들과 함께할 때도, 지난 2016년, DDP에서 열린 ‘장 폴 고티에’ 전시를 기념해 서울을 방문했을 때에도, 그리고 지난 1월 22일, 마지막 오트 쿠튀르 쇼 피날레에 등장했을 때에도 그는 마린 셔츠를 입고 있었다. 
 
영화 〈레옹〉 시사회에 참석한 장 폴 고티에. 1994년 9월, 프랑스파리

영화 〈레옹〉 시사회에 참석한 장 폴 고티에. 1994년 9월, 프랑스파리

장 폴 고티에 1997 S/S 프레타 포르테 컬렉션 백스테이지에서. 1996 년

장 폴 고티에 1997 S/S 프레타 포르테 컬렉션 백스테이지에서. 1996 년

마돈나와 그의남동생과 함께. 1990 년

마돈나와 그의남동생과 함께. 1990 년

장 폴 고티에 2020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 피날레

장 폴 고티에 2020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 피날레

지난 1월에 열린 쇼를 마지막으로 자신의 오트 쿠튀르 컬렉션을 마무리한 장 폴 고티에. 파리의 진정한 앙팡 테리블의 굿바이 인사는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일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트위터에 업로드한 영상에서 그가 ‘고티에 파리와 오트 쿠튀르는 계속될 것’이며 ‘새로운 컨셉트가 있다’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그 영상의 끝에서 ‘to be continued’를 외치며 카메라를 향해 손 키스를 쪽쪽쪽쪽! 날리던 그 천진한 얼굴을 앞으로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건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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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렌드를 뛰어넘어 시대를 관통하는 가치를 지닌 물건 뒤에 숨은 흥미로운 이야기, 김자혜 작가의 ‘요주의 물건’은 매주 수요일에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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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프리랜스 에디터 김자혜
  • 사진 게티이미지와 imd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