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앞뒤가 너무 다른 시계 _ 요주의 물건 #16

열여섯 번째 ‘요주의 물건’은 두 얼굴을 가진 물건에 관한 이야기다. 180도 회전시킬 수 케이스를 가진 시계,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가 그 주인공이다.

BY장수영2020.01.22
 
 
JTBC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검사 내전〉의 차명주(정려원)와 2018년 초에 방영한 드라마 〈미스티〉의 고혜란(김남주), 두 사람의 공통점은? 빈틈없고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가졌다는 것, 그리고 출중한 능력의 전문직 종사자(검사, 앵커)라는 것, 커리어 우먼들이 따라 하고 싶어 할 만한 멋진 오피스 룩을 입고 등장한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 작품 속에서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를 착용했다는 것이다.
 
@ 예거 르쿨트르 제공

@ 예거 르쿨트르 제공

 
드라마 속 인물들은 대사뿐 아니라 옷과 액세서리로 많은 것을 말한다. 슈트 차림에 존재감 있는 시계를 매치하는 것만으로도 고혜란과 차명주의 직업과 사회적 위치, 경제적 수준, 그리고 취향과 성격이 어느 정도 설명된 것처럼 말이다. 특히 시계는 인물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데, 그 범위는 겉모습에 국한되지 않는다. 앞면과 뒷면이 있는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 시계는 열정과 탐욕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고혜란, 냉정한 검사였다가 인간적인 면모를 차차 더해가게 되는 차명주. 이 두 사람의 입체적인 캐릭터를 설명해준다. 영화 〈배트맨 비긴즈〉의 크리스찬 베일이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 시계를 착용하고 등장한 것도 비슷한 의미에서 절묘하다. 하나의 시계지만 두 개의 얼굴을 가졌다는 점에서, 낮에는 사업가로 밤에는 배트맨으로 살아가는 캐릭터 브루스 웨인의 삶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영화 〈배트맨 비긴즈〉의 크리스찬 베일. Ⓒ imdb.com

영화 〈배트맨 비긴즈〉의 크리스찬 베일. Ⓒ imdb.com



뒤집어서 사용할 수 있는 시계,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는 시계가 파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민하던 사람들에 의해 태어났다. 1931년, 인도에서 주둔하며 폴로 게임을 즐기던 영국 장교들이 경기 중에도 깨지지 않는 튼튼한 시계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고, 그들을 위해 특별히 모델이 설계되었다. 시계 앞면의 케이스를 뒤집으면 다이얼은 모습을 감추고 또 다른 얼굴이 드러나는데, 이 부분은 비워둘 수도 있고 맞춤 그레이빙이나 세팅, 에나멜링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 예거 르쿨트르 제공

@ 예거 르쿨트르 제공

 @ 예거 르쿨트르 제공

@ 예거 르쿨트르 제공

(사진 설명) 1931년에 배포된 리베르소 광고.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전면 케이스를 보호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1931년에 탄생한 최초의 리베르소. 현재의 리베르소 트리뷰트 모델의 다이얼과 가장 흡사한 디자인이다.  
 
1989년 전에 탄생한 디자인과 거의 똑같은 형태의 모델(리베르소 트리뷰트 컬렉션)이 지금도 매장에 진열되어 있다는 점은 커다란 놀라움을 준다. 중성적인 느낌의 직사각형 케이스, 매끈한 라인, 가드룬 장식 등의 요소가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도구와 기법으로 폴로 부츠를 제작하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장인들(까사 파글리아노)이 여전히 그 방식으로 가죽 스트랩을 만들고 있다는 점도 그렇다. 
 
 @ 예거 르쿨트르 제공

@ 예거 르쿨트르 제공

 @ 예거 르쿨트르 제공

@ 예거 르쿨트르 제공

지금이야 시계를 착용한 채 말을 타고 폴로 경기에 참여할 사람은 없을 테니, 리베르소 와치는 아예 ‘두 얼굴’을 만들어버렸다. 시계가 탄생하고 60년이 지났을 때, 소비자들의 요구에 반응해 앞면과 다른 디자인의 시계 다이얼을 뒷면에 적용한 제품(듀에토, 듀오) 라인을 선보인 것이다. 여름과 겨울, 어제와 오늘, 낮과 밤. 하나의 시계로 전혀 다른 두 개의 룩을 연출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코닉한 모델의 명맥을 어떤 방식으로 유지할 것인가? 과거의 미학적 요소와 오래된 노하우, 그리고 현대의 에너지를 어떤 식으로 결합할 것인가? 이 두 질문에 대한 가장 모범적인 답안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두 얼굴의 시계, 리베르소일 것이다. ♡
 
☞ 트렌드를 뛰어넘어 시대를 관통하는 가치를 지닌 물건 뒤에 숨은 흥미로운 이야기, 김자혜 작가의 ‘요주의 물건’은 매주 수요일에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