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브랜드 ‘빌라레코드’의 가로수길 쇼룸 깊숙한 곳에는 다채로운 색과 소재로 장식한 작은 바가 있다. 낮에는 고요한 쇼룸이다가 해가 지면 듀란듀란의 음악과 술이 천연덕스럽게 흐르는 바로 ‘슥’ 얼굴을 바꾼다. 이곳을 지배하는 건 미드 센추리 시대의 글래머러스한 곡선과 생동감 넘치는 빛깔들. 살짝 바랜 벨벳 소파와 포근한 무늬가 그려진 카펫, 노랗게 반짝이는 벽, 반투명한 유리 테이블과 곳곳의 금속 프레임이 그리는 ‘쿨’한 유희 사이를 60~70년대에 제작된 빈티지 조명이 메우고 있다. 바 중심부에 설치된, 스포트라이트를 연상시키는 세 개의 월 램프가 켜지면 작은 바는 리듬과 흥취 가득한 무대가 된다.
@villa_records_ 한남작업실은 두 오너, 옻칠하고 사진 찍는 허명욱 작가와 이건축연구소 이성란 소장의 취향이 고스란히 묻은 카페다. 구석구석 묵직한 커피 향이 배어 있는 이곳엔 허명욱의 빈티지 아이템과 그가 직접 옻칠한 테이블, 식기, 가구들이 오래전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무심한 표정으로 놓여 있다. 한남작업실에는 현재와 과거의 시간이 켜켜이 중첩됐다. 오래된 테라코타 바닥 위로 장 프루베와 알바 알토의 의자가 허명욱의 옻칠 테이블과 어우러지고, 검게 옻칠한 듯 새카만 빈티지 조명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우뚝 빛난다. 전 세계적으로 몇 점 되지 않는 세르주 무이의 빈티지 플로어 램프 곁은 허명욱이 옻칠한 녹색 테이블과 검은 의자들이 우아한 자태로 지킨다.
@hannam_atelier 소규모 창작 집단인 포지티브 제로가 성수동에 만든 복합문화공간. 문을 연 이래 지속적으로 익스클루시브 파티와 전시, 마켓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며, 성수동에서 가장 뜨겁고 궁금한 공간이 돼왔다. 카페 포제는 곳곳에 바우하우스 시대의 디자인 가구와 조명, 액세서리를 두어 공간에 악센트를 더한다. 카페 2층에 놓인 이 테이블 램프는 ‘바우하우스 램프’라 불리는 것. 20세기 산업 디자인의 전설, 빌헬름 바겐펠트가 설계한 조명은 상단부의 오팔 유리와 하단부의 메탈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카페 포제는 전설의 바우하우스 램프의 자리를 키 낮은 USM 모듈 가구 위로 정했다. 작지만 확실하게 존재감을 드러내 넓은 공간을 빈틈없이 채운다.
@cafe_poze 연희동의 작은 골목. 길가에 난 작은 나무 문을 열고 계단을 올라서면 정갈하고 푸근한 2층 주택이 반긴다. 셰프 정호영이 운영하는 비스트로 카덴이다. 정호영은 이곳의 술 저장고를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에서 생산된 40여 종의 내추럴 와인으로 채웠다. 그리고는 내추럴 와인 특유의 산미와 어울리도록, 흥미롭게 변주한 양식과 일식을 낸다. 복어와 곤이를 넣어 크림 그라탱을 만들고 옥돔구이에 뵈르블랑 소스를 곁들인다거나 국물을 사용한 오일 파스타에 급랭 생멸치를 올리는 식이다. 내추럴 와인 한 병에 가장 궁금한 메뉴 하나를 주문하고 거대한 금빛 샹들리에가 묵직한 나무 테이블 위로 폭죽처럼 쏟아지는 자리에 앉으면, 혹독한 겨울밤의 추위가 무색하다. 02-332-6362
커피냅로스터스의 바닥은 비스듬하다. 벽돌로 야트막한 언덕을 만들었다. 비스듬한 벽돌 언덕이 끝나는 지점엔 둥근 거울처럼 생긴 월 램프가 은은히 빛난다. 여기서 뭘 어떻게 하라는 메시지가 없지만 커피냅로스터스를 방문한 사람들은 주문한 커피를 들고 이 벽돌 언덕에 걸터앉는다. 테이블이 왜 없는지 묻지 않고 커피잔을 언덕 위에 내려놓는다. 시선이 닿는 곳에는 거대한 거울 조명이 보름달처럼 떠 있다.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의 필요충분조건이 특이점을 가진 스폿의 유무라면, 커피냅로스터스는 이 조건을 완전히 충족하는 곳이다. 이 벽돌 언덕이 지붕이고 둥근 거울 조명이 달이라면? 그 위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는 모두는 고양이가 되고야 마는, 귀여운 상상이 가능한 곳이니까.
@coffeenap_roasters 성수동의 조용한 골목에서 따뜻한 차를 끓이며 오래 사랑받은 티 카페 이이알티(EERT)가 마곡동에 두 번째 가게를 열었다. 성수동 이이알티가 일본의 정원 양식인 가레산스이를 그대로 공간에 넣었다면, 이이알티 마곡은 한가운데 가레산스이를 모티프로 한 편백나무 테이블을 두어 주제를 살린다. 따뜻한 색감의 편백나무 테이블이 공간 인상을 부드럽게 휘어잡는다. 길쭉한 테이블 위에는 모래와 돌, 조약돌 모양의 조명이 놓였다. 누구든 어느 자리에서나 가레산스이 정원을 바라보며 차를 즐길 수 있는 것. 바쁘고 건조한 빌딩 숲 사이에 숨어 있는, 고요하고 자유롭고 온온한 공간이다. 테이블 조명과 돌의 개수는 모두 15개로 이 또한 15개의 돌과 모래로만 만드는 가레산스이의 특징을 살렸다. 테이블 주변에 놓아둔 의자 역시 15개다.
@eert_mag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