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이

김소이
눈앞에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정겨운 목소리,
아무 생각 없이 흥얼거리던 음악,
이 모든 것들이 갑자기 다른 세계의 것인 마냥 생소해지고 나만 이쪽 건너편에 덩그러니 동떨어져 있다.
전화를 걸어 누군가와 별 의미 없는 수다를 떨고 싶다가도 이내 전화기를 덮는다.
언제든 울 준비는 되어 있지만, 딱히 울 생각은 없다.
마음이 자기 보호막을 야무지게도 쳐 놓았다.

김소이
청와대 사랑채를 지나 인왕산을 오르는 2차선 도로 위에서 우거진 나무들, 그 사이로 부는 바람의 형태, 코끝 간지럽히는 공기에 딱딱해진 마음이 얼린 찰떡 녹듯 말랑해진다.
마치 이 동네가, 수능시험 끝난 날 나의 부모님이 그러셨듯, 피곤한 몸으로 대문 열고 들어온 나를 꼬옥 안아주는 느낌이다.
아이고, 우리 딸 고생했어. 장하다. 자랑스럽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한껏 품어준다.
동네가 위로를 해준다.
세상이 나만 빼고 파티를 연 것 같은 날에 찾는 부암동 스폿 세 군데.
」













'김소이의 부임일기'는 매월 넷째 주 목요일에 찾아갑니다.
'김소이의 부암일기' #5 우리의 그 여름 보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