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김의 2020년 | 엘르코리아 (ELLE KOREA)

2019년, 파리의상조합에 국내 최연소 정회원으로 합류해 파리 패션위크 무대에 데뷔한 김해김의 디자이너 김인태를 만났다. | 김인태,김해김,디자이너,패션디자이너,SFDF

  2020 S/S 오프닝 무대에서 링거 폴대를 끌고 등장해 이목을 끌었다. 김해김의 시그너처인 과감한 리본 장식이 돋보이는 룩. SFDF의 제15회 수상자가 됐다 SFDF에 지원한 게 이번이 두 번째다. 그리고 마침내 우승자로 선정됐다. 수상했다는 사실로도 벅찬데 이렇게 단독으로 우승했다는 점이 소름 끼친다. 더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언제부터 패션 디자인을 꿈꿨나 어릴 때 할머니랑 인형 놀이를 하면서 한복을 만들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그때 느꼈던 감정을 느끼게 해줄 연결 고리가 패션 디자인이라는 걸 알았다. 처음에는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 몰라 무작정 앙드레 김 선생님을 찾아뵙기도 했다. 현실적인 조언을 구한 끝에 에스모드에 입학하고, 스튜디오 베르소 졸업 후 발렌시아가 팀원으로 경력을 쌓았다. 19세 때부터 지금까지 패션은 늘 내 옆에 있었다.  2020 S/S 시즌, 파리 패션위크 공식 스케줄에 이름을 올렸다. 환하게 웃으면서 뛰어나오는 무대 인사가 인상적이었다 피날레 후 백스테이지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그 순간 무대로 뛰어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과거에 선보였던 비공식 쇼와 비교가 안 될 만큼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그 전에는 보완하고 싶은 것들만 눈에 보여서 ‘내가 이런 쇼를 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이번에 발렌시아가나 베트멍 등과 작업한 프러덕션과의 협업이 컬렉션 완성도에 큰 도움이 됐다. 쇼가 끝나면 알 수 있다. 이번 쇼는 ‘느낌’이 왔다. ‘관종’ 키워드가 주목을 끌었다 2020 S/S 컬렉션의 큰 타이틀은 ‘ME’로, 바로 나 자신이다. 파리에서 선보이는 첫 번째 공식 쇼인 만큼 디자이너 김인태가 누구인지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그 안에 ‘관종’을 가제로 넣었다. 관종은 SNS가 만든 단어이자 친구들한테 “관종이야?”라는 말을 종종 들을 만큼 내 수식어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관종을 부정적으로 인식했지만 세상을 향해 ‘나를 봐달라’는 당당한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컬렉션을 통해 김해김만의 방식으로 우아한 관종을 보여주고자 했다.  오프닝 무대에 등장한 링거 폴대를 끌고 가는 모델이 바로 그 ‘관종’인가 컬렉션을 보면 커다란 리본 장식이나 온몸이 보이는 시스루 룩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관심을 끌 만한 의상을 선보였다. 링거 폴대를 끌고 가는 모델도 그 관종 중 하나다. 쇼가 끝난 뒤 아픈 사람을 모욕했다는 악플을 받기도 했지만 사실 그 착장은 김해김 로고가 적힌 비타민 수액을 맞는 퍼포먼스로, 힘겹게 월요일 출근길에 나선 직장인에게 활력을 주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 완성한 무대였다.  컬렉션 컨셉트를 ‘ME’로 정했다. 관종 외에 디자이너 김인태의 어떤 시선이 담겨 있나 디자이너로서 지닌 나의 네 가지 철학이 담겨 있다. 첫 번째는 ‘살 테면 사봐’라는 다소 도발적인 컨셉트다. 예를 들면 옷을 만들다가 ‘좀 크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때 현실적으로 타협하지 않고 주저 없이 나아가기 위한 내면의 목소리가 반영된 디자인이다. 두 번째는 모임에 갔을 때 주목받고 싶어 하는 여성을 위한 칵테일 드레스 컬렉션 ‘투나잇’, 세 번째는 교복처럼 매일 입고 다닐 수 있는 ‘마이 유니폼’, 마지막은 ‘김인태 김해김’으로 네 명의 한복 장인과 작업한 컬렉션이다. 특히 한복 라인은 ‘금손’을 찾기 위한 수고를 많이 들였다. 한복은 한복이었을 때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한 일이라고는 소재와 색상, 디테일 전달뿐이다. 그만큼 한복 장인의 작품이라고 봐도 좋다.  이번 컬렉션 중 김해김의 메시지가 집약된 룩은 약 3000개의 네임 라벨이 달린 의상이다. 김해김을 전개하면서 맨 처음 제작한 상업적 요소가 네임 라벨이다. 라벨은 비교적 쉬운 작업이자 디자인이지만 이를 쿠튀르적으로 소화하기 위해 손으로 일일이 꿰매 라벨 룩을 완성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상업적 특징과 쿠튀르를 유머러스하게 조합한 옷으로 김해김의 특징이 명확하게 담겨 있다.    SFDF의 제15회 우승을 기념하며 비이커 매장에서 컬렉션을 선보였다. 디자이너 김인태가 이번 시즌 베스트 룩으로 선택한 라벨 장식의 룩. 과장된 리본 장식은 김해김의 상징적 장치 같다 맨 처음에는 리본을 작게 만들었는데 갑자기 크게 만들고 싶어졌다. ‘좀 더 크게’를 반복하다가 사람이 들 수 있는 최대 사이즈까지 키웠다. 김해김의 또 다른 시그너처인 진주도 일반적인 사이즈보다 크다. 리본이나 진주는 여성스러운 요소지만 이렇게 극적으로 연출하면 예상하지 못한 분위기가 탄생한다. 반전 매력이라고 해야 할까?  리본과 진주, 오버사이즈 코트까지 실험적 디자인에 주저하지 않는 듯하다 굉장히 주저하는 편이다. 이 모든 것이 절제한 결과다. 하지만 이제부터 절제하지 않으려 한다. 좀 더 과감하게 펼쳐 보이고 싶다.  그렇다면 상업적 균형은 쉽다. 앞서 말했던 ‘마이 유니폼’ 시리즈의 티셔츠나 데님 팬츠처럼 일상 속 아이템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해김 로고나 라벨로 간단한 포인트만 살렸는데도 베이식 아이템이 인기를 끌었다. 이건 김해김의 실험적이고 극적인 스타일이 만든 브랜드 이미지가 커머셜 라인에 적용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디자인할 때 가장 고심하는 부분 김해김 코드. 어디에 있어도 김해김 옷처럼 보이도록 만들고 싶다.  최근, 김해김 이미지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던 플라워가 눈에 띄지 않는다 디자인을 위한 시각적 요소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꽃이 전달하는 추상적 개념은 여전히 나에게 영감을 준다. 아름답게 피고 지는 꽃의 삶이 인간의 축소판처럼 느껴진다. 꽃은 지는 순간에도 아름답지 않나. 인간도 꽃처럼 아름다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옷을 만든다. 김해김의 옷이 꽃과 잘 어울리는 것도 바로 이런 디자인 철학이 담겨 있기 때문 아닐까?  김해김 인스타그램에 쿠튀르 컬렉션이 업로드됐던데 ‘블랙’ 쿠튀르 컬렉션으로 총 7개 룩을 완성했다. 상징적 디자인은 블랙 하트다. 김해김은 인스타그램에 달린 댓글에 블랙 하트로 답하고 있다. 브랜드와 가장 잘 어울리는 하트가 블랙 하트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됐다. 김해김의 코드가 된 만큼 이제 세상 밖으로 나올 때가 됐다.  모든 게 속도전인 소셜 미디어 시대에서 고민은 없는지 김해김은 SNS에 자신감이 붙은 상태다. 김해김을 아무도 몰랐을 때 팔로어의 관심을 받고 성장했다. SNS 채널이 없었다면 김해김이 없었다고 말할 정도다.  디자이너 자신에 대해 소개한다면 타인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한다면 하는 성격이고, 하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 건강한 체력을 가지고 있는 건 확실하다. 욕심을 부리려면 체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발레도 하고, 문화재단에서 탈춤도 추는데 탈춤을 시작한 지 벌써 2년이나 됐다. 다양한 것을 배우면서 힘을 키우고 있다. 꿈을 꿀 때는 큰 것부터 계획하기보다 작은 것부터 집중하는 편이다. 하나씩 작은 꿈을 이루면 새로운 꿈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나 장편소설처럼 다음 내용이 궁금한 디자이너. 〈해리 포터〉 시리즈처럼 계속 보게 만드는 옷을 만들고 싶다.  앞으로 계획 12월 안에 한국 어디서나 구매 가능한 온라인 사이트를 구축하려고 한다. 문의가 많은데 판매하는 곳이 적어서 온라인 창구가 시급하다.  2020년의 김해김은 꽃봉오리가 터지고 만개하는 계절. 2020년을 김해김의 시대로 만들고 싶다.     2019년, 파리의상조합에 국내 최연소 정회원으로 합류해 파리 패션위크 무대에 데뷔한 김해김의 디자이너 김인태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