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드 <내 남자의 여자>: 내 남자는 감자를 쪄 달라고 한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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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드 <내 남자의 여자>: 내 남자는 감자를 쪄 달라고 한다

예능에 백종원의 <맛남의 광장>, 영화에 <황해>가 있다면 드라마에는 <내 남자의 여자>가 있다. 본격 감자 소비 권장 드라마, 2007년 작 <내 남자의 여자> 2020년에 리뷰하기.

권민지 BY 권민지 2020.01.14
한 줄 요약하자면 미망인 이화영(김희애)가 베스트 프렌드 김지수(배종옥)의 남편 홍준표(김상중)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막장에 가까운 스토리지만 레전드 김수현 작가의 필력으로 수많은 명대사를 남기며 방영 당시 최고 시청률 36.8%를 찍었다. 2020년에 다시 봐도 대단한 몰입감을 자랑한다. 1회 안에 불륜이 들통나고 난타전이 벌어지는 등 시원시원한 전개가 단연 압권이다.
 
친구의 남편을 사랑했네 스토리, 친구에게 불륜 사실을 고백하며 “우리는 너무 잘 맞아. 한번 실수로 끝낼 수 없었던 이유 중에 그것도 들어가”라는 사족을 덧붙이는 화영의 뻔뻔함, 그 상황에서도 화영이나 준표가 만나 달라면 다 만나주는 지수의 답답함, 김수현 작가의 무시무시한 대사량 모두 충격적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경악스러운 건 홍준표(김상중)의 식욕이다.
 
이혼한 후에 찾아가서 저렇게 먹는 중이다

이혼한 후에 찾아가서 저렇게 먹는 중이다

정말이지, 찌질남의 모든 조건을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에, 매사 우유부단하며, 사랑에 올인했다고 하면서 결정적인 순간 비겁하고, 어떤 심각한 상황에서도 매 끼니는 반드시 챙겨 먹어야 한다. 부모님께 불륜 사실이 들켰을 때, 화영 몰래 정관 수술한 사실이 탄로 났을 때, 전처의 집에 찾아갔을 때조차 밥투정을 부린다. (“굴비가 말랐네.”) 물론 지 손으로 밥을 차리는 법은 없다. 특히 시시때때로 감자를 쪄 달라며, 감자가 포슬하다는 둥 덜 익었다는 둥 ‘감자 감별사’를 자처하는 모습을 보면 왜 이 드라마가 ‘대환장 저혈압 치료 드라마’로 불리는지 이유를 알게 된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감자를 찌게 된다.)
 
감자가 만족스럽지 않나 보다

감자가 만족스럽지 않나 보다

전통적 현모양처인 지수는 물론이고 잘 나가는 성형외과 의사에 친구의 남편을 빼앗고도 “이건 내 운명이고 그 사람 운명이에요. 지수한테는 미안하지만 멈춰지지도 않았고, 멈출 생각도 없어요”라며 세상 제1의 당당함을 선보이던 차가운 도시 여자 화영조차 홍준표를 위해 김치를 담그고 감자를 찐다.
 
일상복이다

일상복이다

어찌나 감자와 밥 타령을 하는지 홍준표를 연기한 김상중 본인조차 명대사로 “감자 좀 쪄줄래”를 꼽았으며, 이 드라마 제목을 기억 못 하는 엄마에게 “〈그것이 알고 싶다〉 아저씨가 계속 밥 달라고 하는 드라마”라고 설명했더니 단박에 알아차렸다는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다. 유튜브 채널 SBS NOW에 업데이트된 〈내 남자의 여자〉 편집본에 역시 매회 이런 댓글이 달린다.
 
‘제목 내 남자의 밥투정으로 바꿔야 할 듯’  
‘식품영양학과 아니고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로 밝혀져 큰 충격ㅜㅜ 우리 감자*끼ㅜㅜ’  
‘홍준표 장금이처럼 미각을 잃어야 됨’
‘김상중 대단하다. 저 심각한 상황에서도 밥 타령이네. 전생에 거지 왕초였나’


전설의 마트 신. 저 선글라스와 화영은 곧 바닥에 내리꽂힌다

전설의 마트 신. 저 선글라스와 화영은 곧 바닥에 내리꽂힌다

표정만 봐도 시원하다

표정만 봐도 시원하다

하지만 이 십년 묵은 체증 같은 드라마에도 뻥 뚫리는 순간은 있다. 홍준표가 감자라면 지수의 언니 김은수(하유미)는 사이다다. 그때나 지금이나 하유미 언니는 멋있다. 왜 언니냐고? “교-호-양? 이게 내 교양이다!” “미국물 먹고 미국 년 됐나?”를 비롯해 수많은 레전드 신을 보다 보면 언니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일단 이 에피소드를 보면 알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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