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을 수 없는 패션 피플의 길티 플레저 스토리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주머니 사정을 훌쩍 넘는 과감한 쇼핑, 꼬리를 무는 충동구매, 유명 디자이너 레이블 카피…. 톡 쏘는 콜라와 설탕이 뿌려진 도넛처럼 득이 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끊을 수 없는 패션 피플의 길티 플레저 스토리. ::충동구매,알뜰구매,모임,미팅,스페셜 장소,일상,집, 운동, 산책, 취미,물물교환,플리마켓,자기합리화,디자이너 카피,남의 떡,인베스트먼트,엘르걸,엘르,엣진,elle.co.kr:: | ::충동구매,알뜰구매,모임,미팅,스페셜 장소

충동구매의 자기 합리화쇼핑에는 가속도가 붙는다. 일단 시작을 하면 꼭 사야 할 아이템이 갑자기 눈에 띄고 이번에 사지 않으면 절대 만나지 못할 아이템들이 내 주위를 둘러싼다. 그리고 그 가속도에는 항상 쇼핑 친구와 세일이라는 도우미들이 등장한다. 멀티숍 바이어인 후배가 점심을 같이한 후 말했다. “선배, 이번 지방시 티셔츠 장난 아니야. 완판되기 전에 얼른 사야지.” 솔드아웃이라는 매력적인 단어에 덜컥 48만원짜리 티셔츠를 구입해버렸다. 그러나 올여름 급한 마음에 세탁기에 몇 번 돌리자 그 소중한 레이블은 사라지고 보풀 일어난 블랙 티셔츠가 되어버렸다. 쇼핑의 주요 적은 바로 세일! 몇 년 전 친구들과 놀러 간 방콕. 피비 파일로의 마지막 클로에 F/W 컬렉션이 백화점에 진열되어 있었다. 워낙 S/S 제품만 팔리는지라 크고 묵직한 블랙 닥터 백은 착하게도 50% 할인 중이었다. 이 질 좋은 가죽 가방을 이 가격에 살 수 있는 건 행운이자 나의 보배 같은 눈 덕분이라며 지갑을 열고 있었다. 찜통 더위의 방콕에서 그 큼지막한 가방을 자랑스레 들고 다녔다. 서울로 돌아와 사고로 인대가 늘어나 깁스를 했어도 꿋꿋이 빅 백과 함께했다. 그리고 시큰거리는 손목에는 커다란 파스도 함께…. 물론 후회한다. 저걸 왜 샀을까? 그 돈을 주고… 더 들지도 못하는 걸, 손목이 아파서 요즘엔 숄더백밖에 못 드는데…. 그러나 나의 소품 방에 떡하니 진열된 가방들을 보면 왜 이렇게 흐뭇할까? 스타일리스트 전효진 플리마켓 물물교환여느 패션 피플이 그렇듯 나 역시 가족 일에 적극적인 편은 아니다. 하지만 플리 마켓에 판매자로 나설 때만큼은 다르다.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이 옷장 깊숙이 숨겨둔 보물 같은 옷과 액세서리들을 그득 모아 짭짤한 수익을 거두기 위함이다. 물론 결코 이기적인 생각만은 아니다. 그만큼 저렴하게 빈티지하지만 예쁜 아이템을 소비자들에게 공급할 수 있고 적당한 수입을 가족에게 나눠줄 수도 있으니까. 물론 가끔씩 죄책감을 느끼며 나만의 희열을 얻는 순간도 있다. 플리마켓 판매자로서 가장 즐거운 순간은 다른 판매자들의 아이템을 미리 점찍어두었다가 막판 떨이 가격으로 구매할 때다. 작년 이맘때쯤이던가. 옆자리에 있는 모 스타일리스트가 내놓은 지방시의 가죽 지갑이 탐나던 순간이었다. 가격은 10만원. 거의 새것과 다름없고 옛 지방시의 로고가 너무도 멋스러운 블랙 지갑. 새로운 주인을 애타게 찾는 그 아이의 눈빛이 너무도 반짝였다. “실장님, 이건 꼭 제게 팔아주셔야 해요.” 나의 제안에 그 스타일리스트 역시 눈빛을 반짝이며 내게 제안했다. “그럼 셀린 클러치 내게 넘겨줄래?” 이른바 물물교환! 물론 빨갛게 잘 익은 그 셀린 가죽 클러치는 어머니의 것이었다. 망설일 필요는 없었다. 어머니에게는 적당하게 가격을 ‘퉁’쳐서 말씀드리면 되는 것 아니던가! 그렇게 얻은 지방시 지갑을 손에 쥐고 룰루랄라 하던 시간은 잊혀지고, 올봄 셀린 컬렉션에 클래식 라인이 선보이면서 문득 후회가 들었다. 그때 그렇게 헐값에 넘긴 클러치는 클래식 라인의 백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유행은 돌고 도는 법, 다음 달 참가할 플리 마켓에는 좀 더 신중을 기해야겠다. 한섬 브랜드마케터 이현범 어쭙잖은 디자이너 카피 대학교 때의 일이다. 의류 학도였던 나는 일반적으로 많이 선호하는 브랜드에 만족 못 하던 시절이 있었다. 남들이 잘 모르는 해외 디자이너 브랜드나 일본 브랜드를 찾아내 입고 다니는 것이 이른바 말하는 ‘간지’라고 생각하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모 패션 브랜드의 파티가 있었다. 우연찮게 초대장을 손에 넣은 것만으로도 같은 과 친구들 앞에서 목에 힘을 줄 수 있었다. 온갖 패션 피플이 다 모이는 자리. 나의 촌스러운 마인드 탓에 파티 스타일에 대한 강박을 느끼기 시작했다. 대단한 파티장에서 내셔널 브랜드를 입는다는 건 내 촌스러운 마인드가 허락하지 않았다. 급하게 온갖 컬렉션과 해외 멀티 쇼핑 사이트를 뒤지기 시작했다. 요지 야마모토, 헬무트 랭, 언더커버 등은 당시 국내에서는 좀처럼 구하기 어려운 브랜드였다. 결국 난 초강수를 두게 되었다. 바로 카피! 4학년이라 동대문 주변의 의상실을 몇 군데 알고 있었다. 헬무트 랭의 아방가르드한 셔츠와 팬츠가 나온 컬렉션 컷을 뽑아 들고 똑같이 제작이 가능한 곳을 수소문했다. 하지만 달랑 사진 한 장으로 ‘똑같이 해주세요’라고 하기엔 무리수였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는 그때 그들 디자이너들의 감각을 좋아했다기보다는 그저 유니크한 브랜드 혹은 디자이너 레이블이라는 그 이유로 그들을 좋아했던 허세 가득한 아이였던 것 같다. 결국 어쭙잖게 비슷한 스타일로 제작한 옷을 걸치고 온갖 폼을 다 잡으며 파티에 도착! 내 어깨엔 한가득 힘이 들어갔고,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그날 밤 난 ‘헬무트 랭 스타일’을 입은 패션 피플이었다. 홍보 대행사 PR 김학술 남의 떡이 커 보이는 법알렉사 청의 파파라치 컷을 보던 중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레오퍼드 카디건이 있었다. 오호라… 쓸 만한걸. 그녀의 룩을 스캔한 후 바로 어떤 브랜드의 것인지 찾기 시작했다. 헉! 오프닝 세레머니. 게다가 클로에 셰비니와 컬래버레이션을 한 라인이 아닌가. 만만치 않을 것만 같은 가격에 쉽사리 마음을 접었지만, 원래 못 먹는 떡이 더 맛있어 보인다고 자꾸만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현상은 없어지지 않았다. 며칠 후 친구와의 저녁 약속에 가던 길이었다. 한 후배가 바로 그 오프닝 세레머니의 레오퍼드 카디건을 입고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뉴욕 출장 중에 구입했다는 그녀의 카디건을 보니 부러움 반 질투 반이 뒤섞인 심정으로 ‘비싼 가격에 비하면 별로’라며 어느새 빈정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어쨌든 그 이후 이미 어느 정도 접었던 나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카디건을 향한 소유욕이 극에 달하기 시작했다(그 와중에 공효진이 같은 옷을 입고 공식 석상에 참가하며 내 속을 긁기도). 그러던 중 유명한 SPA 브랜드 매장에서 나는 발견하고 말았다. 꿈에 그리던 그 카디건을! 물론 구입했다. 하지만 그 후배를 만나는 날에는 입지 않았다. 카피된 옷을 구입했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후 나는 더욱 그 매장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곳에서는 셀린의 미니멀한 코트도, 마크 제이콥스의 밀리터리 룩도, 원하는 모든 것을 구입할 수 있으니까. 패션 에디터 김희원 인베스트먼트 백이라고!오늘 정말 갖고 싶었던 잘빠진 머스터드 컬러의 팬츠를 구입했다. 좀 비싸단 생각은 들지만 이번 주는 힘들었으니까, 나에게 이 정도는 선물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에 그냥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아 생각해보니 함께 매치해 입을 그레이 카디건이 있으면 좋겠는데. 내일 다시 가서 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 ‘이 룩에는 펜디의 피카부 백(빈티지라지만 가격은 절대 빈티지하지 않은)을 들면 딱일 것 같은데….’ 하지만 지지난달에 지른 셀러리아 숄더백도 아직 할부가 남은 현실. 많은 생각이 팬츠 하나에 달라붙어 솜사탕처럼 불어난다. 엄마는 “저축은 대체 언제 할 거냐”고 닦달하지만 내 죄책감을 덜어줄 변명은 늘 있다. “엄마, 내가 쇼핑 못 해서 스트레스로 아픈 것보단 낫잖아. 병원비는 그것보다 많이 들고 가방이나 옷처럼 남는 것도 없이 의사들 줘야 한다고. 게다가 걔들은 내가 준 돈으로 가방 살걸?” 저 화상을 진심 내가 낳은 거냐는 둥 일 그만두고 당장 집으로 내려오라는 둥 엄마의 8옥타브 고함을 들으며 생각한다. 일단 질러놓고 죄책감에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놓는 나도 싫지만, 사고 싶은 물건을 못 사고 참느라 우울해하는 내가 더 싫다고. 그래서 난 지금도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 카드를 꺼내 들고 매장으로 가는 중이다. 사람마다 인생관은 다른 거니까. 홍보 대행사 PR 정체리 샘플 세일 죄책감세계적인 디자이너의 패션쇼에 초대받고, 매장에서는 구경도 할 수 없는 컬렉션 피스나 시즌별 신상 샘플을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는 패션 에디터. 참 복 받은 직업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참으로 고통스럽다. 패션쇼의 그 아름다운 컬렉션 피스들과 쇼룸에 가득한 신상 샘플들을 잠깐 빌릴 수는 있으나(물론 촬영을 위해서만) 내 것으로 만들 수 없으니 말이다. 견물생심이라고 아예 모르고 안 보면 괜찮을 것을, 내 손에 쥐었다 다시 돌려주려면 마치 내 것을 뺏기는 것 같은 서운함이 남는다. 비록 새 제품은 아니지만 정상가에서 70% 내외로 세일된 가격을 마주하고 나면 눈이 뒤집히는 것이 솔직한 심정. ‘패션 아이템은 무턱대고 사면 안 돼요. 자신의 스타일을 잘 생각해서 기존에 가진 아이템들과 잘 매치가 될 수 있는 것으로 골라야 하죠. 특히 충동구매는 금물입니다’라는 쇼핑 노하우를 전파하는 패션 에디터의 본분도 순식간에 망각한다. 그것도 매번. ‘프라다 재킷을 이 가격에? 이건 무조건 사야 돼. 디자인이 좀 과하면 어때 괜찮아.’ ‘그래 이버버리 프로섬 백은 매장에는 아예 나오지 않았다잖아.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쇼를 위해 디자인한 컬렉션 피스야. 소장가치 충분하다고.’ 내 머릿속에 쇼핑 악마가 들어와서 당장 저 샘플을 집어 들라고 지시하면 항상 순순히 따르고 나서 쇼핑백을 받아 드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설레기도 한다. 하지만 그 설렘은 오래가지 못한다. 플라워 프린트의 팬츠, 스터드가 온통 박힌 레더 토트백, 무도회에서나 어울릴 법한 하얀 구두, 복고풍의 점프수트 등 실제로 입고 들기에는 너무 과한 아이템이 대부분이기 때문. 다시는 샘플 세일 가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고 이탈리아와 파리에서 날아온 새로운 샘플들을 만나는 날이면 어김없이 마음을 먹는다. ‘이 코트와 백은 샘플 세일 때 꼭 사고 말 거야!’라고. 패션 디렉터 민병준*자세한 내용은 엘르걸 본지 11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