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서로에게 뮤즈가 된 사람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한쪽이 사라지면 절름발이가 되는 보통의 연인들과는 다르다. 각자의 자장 안에서 ‘예술가’라는 이름으로 단단히 여문 남과 여. 재능과 영감을 공유한 이들의 공평무사한 콤비 플레이는 때로 사랑보다 진실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뮤즈가 된 사람들. ::개성있는,단란한,콤비,예술공간,작업공간,평상,일상,포터블 롤리팝,마누엘 에 가욤,두식앤띨띨,예술가,공유,영감,콤비 플레이,뮤즈,엘라서울,엘르,엣진,elle.co.kr:: | ::개성있는,단란한,콤비,예술공간,작업공간

PROFILE 오상(男)과 호야(女)는 ‘여보야’라는 호칭이 입에 착착 감기는 결혼 4년차 부부. 개포동에서 한 블록을 사이에 두고 각자 손바닥만 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포터블 롤리팝’은 두 사람이 활동하고 있는 밴드 이름이자 두 가게의 이름. 의상 디자인을 공부한 호야는 직접 만든 패브릭 소품과 옷을, 손재주 좋은 오상은 직접 그린 그림과 목공품을 판매한다. 현재 양재동에서 앙칼진 고양이 양순이와 함께 살고 있다. 홈페이지는 www.portablelollipop.com. 영원히 끝나지 않는 러브송, 포터블 롤리팝지금까지 두 장의 앨범을 낸 혼성 듀오 인디밴드, 포터블 롤리팝. 스쿠터부터 기타까지 ‘깔맞춤’으로 소장하고 있는 이들 부부의 인생 모토는 ‘욕심 부리지 말고 즐겁게 살자’다. 좋아서 하는 일이 강박이 되지 않도록, 음악도 장사도 적당히 즐기는 선까지만. 서로 말허리 자르는 일 없이 퐁당퐁당 답변을 이어가는 두 사람이 부러워서 인터뷰 내내 냉수를 사발로 들이켰더랬다. 흥. 어떻게 처음 만났나? (男) 원래 따로따로 밴드를 했는데 두 밴드가 같은 합주실을 써서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女) 오상과는 좀 달랐던 게, 나는 당시 패션 쪽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고 밴드는 단순한 취미 활동이었다. 이 사람 만나면서 회사도 그만두게 된 거다. 호야가 본 오상의 첫 인상은? (女) 비쩍 마른 사람? (웃음) 어느 날 오상이 다 같이 공원에 가자고 해서 따라갔는데 담요에 배드민턴 라켓에 턴테이블까지 챙겨온 거다. 산울림 LP 틀어놓고 멤버들이랑 맥주 마시면서 떠들고 노는데 그게 너무 재밌는 거지. 엄청 특이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평소 약간 동경하는 타입이었다고나 할까. 포터블 롤리팝의 결성 계기는? (男) 우리 밴드가 해체 돼서 혼자 집에서 녹음한 CD를 홍대 프리마켓에서 팔았다. 근데 마켓 관계자가 노래를 듣더니 여기서 공연 한번 해 보지 않겠냐고 하더라. 친구들한테 전화해서 부랴부랴 밴드를 결성했다. 그게 포터블 롤리팝의 시초다. 당시에는 4인조였고, 밴드 이름은 ‘밀리터리 캡스’였다. (일동 폭소) 밴드에서 파트 분담은 어떻게 되나? (女) 대부분의 곡은 오상이 쓰고, 노래와 연주는 같이 하는 형식이다. 주로 내가 어쿠스틱 기타를, 오상이 일렉트릭 기타를 맡는다. 예전부터 오상이 노래를 들려주면 다들 깜짝 놀라곤 했다. ‘새벽 공기는 수박을 갈을 때 향기’ 뭐 이런 시적인 가사를 척척 써내는데 천재가 아닌가 싶었다. (웃음) 홈페이지 사진을 보니 야외 결혼식을 했더라. (男) 굉장히 재밌었다. 공원에서 같이 기타치고 노래하고. (女) 나는 하기 싫었어. (男) 아, 스쿠터를 타고 입장했어야 하는데… 꿈을 못 이뤘다. 서로의 작업에 대한 의견은 유연하게 오고가는 편? (男) 내가 가게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목공 작업을 할 때면 호야가 와서 보고 막 칭찬을 해 준다. 가끔 뭔가 지적할 때도 있는데, 겉으로는 짜증내는 척 해도 속으로는 새겨듣는다. (女) 오상도 내가 뭘 만들고 있으면 괜히 놀러 와서 지적하고 그런다. 참견하는 건 별로지만 참견 안하는 건 더 서운하다. (男) 어쩌라고! 취향이나 코드는 비슷한 편인가? (男) 서로 잘 아는 것을 공유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비슷해지는 면이 있다. 나는 좋은 음반을 소개해 주고, 호야는 내게 스타일링 팁을 알려주고. 그게 연애의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포터블 롤리팝 노래 한 곡 들어보고 싶다. 기왕이면 두 사람이 가장 아끼는 노래로. (男·女) 가나 초콜렛! 시이작. (男) 가나가나~ (女) 가나 좋아~ 가나초콜릿 예찬송인가. (男) 맞다. 롯데에다 주면 되게 좋아할 거다. PROFILE 통의동에서 여성복 부티크 ‘마누엘 에 기욤’을 운영하고 있는 연상연하 디자이너 커플. 파리 유학 시절 처음 만나 서로의 감성에 반해 프랑스 곳곳을 함께 여행했고, 자연스럽게 결혼에 골인했다. ‘마누엘 에 기욤’은 아내 황혜정이 4년 전 런칭한 브랜드. 패션 회사를 다니던 남편은 얼마 전 사표를 내고 아내의 작업에 합류했다. 황혜정은 입체 재단이 전문이고, 남편은 주로 패턴 작업을 맡아 협업한다. 현재 홍대 앞에서 파리지앵 강아지 건이와 함께 살고 있다. 홈페이지는 www.manuelleetguillaume.com. 씨실과 날실의 단단한 직조, 마누엘 에 기욤경복궁 옆 영추문길에 호젓하게 자리한 부티크 ‘마누엘 에 기욤’. 발음하기도 힘든 이 작은 가게 안에서 한 쌍의 디자이너가 사이좋게 재봉틀을 돌리고 있다. 디자이너 황혜정과 전진열 부부다. 하루가 멀다 하고 ‘New Arrival’이 쏟아져 나오는 이 패스트 패션 시대에 이들은 시간을 들여 천천히, 수작업을 통해 정성이 깃든 옷 한 벌을 만들어낸다. ‘나’보다 ‘우리’ 라는 주어가 더 익숙한 두 사람에게는 그들이 만든 옷만큼이나 단단한 유대감이 전해진다. 매장(브랜드) 이름이 너무 어렵다. 읽을 사람만 읽으라는 식의 도도함도 느껴지고. (女) 마누엘과 기욤. 우리말로 치면 ‘영희와 철수’다. 예전부터 프렌치 감성이 물씬한, 길고 어려운 이름을 갖고 싶었다. 어려서 뭘 몰랐던 거지. 좀 쉽게 지을 걸, 후회스럽다. (웃음) 두 사람은 프랑스에서 처음 만난 것? (女) 파리에서 같은 학교를 다녔다. 도시 특유의 낭만적인 분위기 덕에 연애가 더 무르익었던 것 같다. (男) 둘 다 가난한 유학생 신분이라 학생 할인으로 저렴하게 차를 렌트해서 지방으로 여행 다니고 그랬다. 두 사람의 미적 취향은 비슷한 편인가? (女) 그렇다. 여행 다니다가 “나 아까 그거 너무 좋았어” 라고 하면 이 친구가 “어? 나도 그거 좋았는데!” 하는 식으로 처음부터 통하는 게 있었다. 안 그랬으면 같이 일할 생각도 못했겠지. 파리에서부터 함께 브랜드를 만들기로 약속한 건가? (男) 약속까지는 아니고 그냥 자연스럽게 일이 진행됐다. (女) 한국 오자마자 바로 브랜드 런칭 준비에 들어갔는데 곁에서 당연한 듯 도와주더라. 정말 고마웠다. 두 사람이 함께 일하면서 얻는 시너지 효과는? (男) 나는 현실적인 사람이라 좀 막혀있는 구석이 있는데, 이 친구는 뭐든 두려움이 없다. 와이프를 믿고 일을 진행해서 좋은 결과물이 나올 때마다 ‘아, 하면 되는구나!’ 하는 확신을 얻는다. (女) 실은 남편이 원래 패션 쪽 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3개월 전에 그만뒀다. 예전에는 매장 돌보기 바빠서 마케팅이나 유통 같은 일에 손을 못 댔는데 지금은 남편이 실무적인 부분을 도와주니까 유통망도 확장되고, 나도 디자인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얼마 전 세컨드 레이블 ‘레터(LETTER)’를 런칭한 것도 다 신랑 덕분이다. 남편 입장에서는 자기만의 브랜드를 런칭하고 싶은 욕심도 있을 텐데? (男) 마음속으로 늘 생각하고 있다. (웃음) (女) 남성복 라인 ‘기욤’이 언젠가는 런칭 될 거다. 또 다른 커플 디자이너 ‘러브’와 함께 인터뷰한 기사를 봤다.(男) 너무 재미있었다. 사실 패션 쪽에 커플로 일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렇게 개인적으로 만나본 건 처음이라…. (女) 커플로 일하는 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 서로 그런 고충을 나누면서 더 친해진 것 같다. 예를 들면 어떤 고충? (男) 둘이 같은 일을 하다 보면 어느 한쪽이 희생하는 부분이 생긴다. 그런 게 조금씩 쌓이다 보면 함께 일하기 힘들어 질 수도 있고… (女) 사실 우리 신랑이 항상 희생한다. (일동 웃음) PROFILE올해로 연애 9년차를 맞이한 베테랑 커플. ‘두식(女)’ 이고은은 홍익대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했고, ‘띨띨(男)’ 이정헌은 같은 학교에서 광고디자인을 전공했다. 2003년 ‘두식앤띨띨’이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활동 시작. 일러스트레이션, 제품 디자인, 페인팅, 사진, 영상, 인테리어 등 손에 꼽을 수 없이 많은 작업을 함께 했다. 현재 파주에서 8살 된 강아지 스티치와 함께 살고 있다. 홈페이지는 www.dusicnddilddil.com. 나의 아름답고 까다로운 소울메이트, 두식앤띨띨샛노란 벼가 굽이굽이 너울대는 파주의 외딴 시골 마을, 그림 같은 주택 안에 한 쌍의 연인이 정물처럼 담겨있다. 배시시 웃는 품새가 데칼코마니처럼 닮은 두 사람은 이곳에서 개인 작업과 공동 작업을 병행하며 고요하고 치열한 하루를 보낸다. 신나는 오락거리도, 이렇다 할 친구도 없는 동네지만 그 점이 외려 마음에 든단다. ‘두식앤띨띨’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심히 궁금하다. (女) 엄마가 처음 정헌이를 보고 “이 띨띨하게 생긴 앤 누구니?” 라고 해서, 그 후로 별명이 띨띨이가 됐다. (웃음) 두식이는 내 학창시절 별명이다. 그때는 머리가 짧아서 지금보다 더 중성적인 이미지가 있었다. 복층 구조인데 공간은 모두 함께 쓰나? (男) 아니다. 1층은 두식이가 쓰고, 2층은 내가 쓴다. 개인 작업할 때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공간을 나눠 사용하고 있다. 결혼은 언제? (女) 생각은 있지만 아직은 작업에 더 몰두하고 싶은 시기다. (男) 너네 그러다 헤어지면 어쩌냐고 걱정하는 분들도 계신데… 우리는 그럴 마음이 전혀 없다. 한때 둘 다 바가지 머리 스타일을 고수하지 않았나. 그땐 정말 쌍둥이 같았는데. 의도했던 건가? (男)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둘이 같은 미용실을 다녀서… (일동 폭소) 같은 일을 해서 좋은 점이 있다면? (男) 각자 개인 작업을 하다 보니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자극제가 된다. 의견도 교환하고, 격려도 해주고. 한쪽이 상업적인 일을 하더라도 다른 한쪽은 개인 작업을 할 수 있으니까 금전적인 균형감을 유지하기에도 좋다. (女) 공동 작업을 할 때마다 예상치 못한 결과물이 나오는데 그런 것도 재미있다. 최근 함께한 영화 의 애니메이션 작업이 그 예다. 원래 전방위 디자이너인 건 알았지만 애니메이션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다. (男) 나는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 잘 모르는 영역에서 의뢰가 들어오면 주춤하는데, 두식이는 일단 한번 해보자는 편이다. 나와 달리 추진력이 있다. (女) 둘이니까 대범해지는 거지. 혼자라면 못할 것도 무대포로 덤비게 되는 거다. 서로의 개인 작업물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男) 최근 작업하고 있는 자화상 시리즈. 내가 늘 보는 두식이가 아닌, 두식이가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 본 두식이라 매번 작품이 나올 때마다 기대가 된다. (女) 띨띨이는 그림이면 그림, 사진이면 사진, 어느 한 장르를 꼽을 수 없을 정도로 굉장히 다재다능한 친구다. 어느 한 작품을 꼽는 건 어려운 일이다. 연인이기 이전에 작가로서 존경한다. *자세한 내용은 엘라서울 본지 11월호를 참조하세요!